형식 보다 정성다하면 ‘다도’
7월 11일, 불교학연구회(회장 이중표)가 광주 무각사
불교회관에서 ‘2004 여름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지허 스님(선암사 주지)은 연단 대신
찻상을 앞에 놓고 이중표 교수(전남대)와
이평래 교수(충남대·한국불교학회장)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다담(茶談)을 진행했다.
200여명에 이르는 대중들이 스님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여기서 나온 질문과 그에 대한 지허 스님의
답변을 요약해 싣는다.
Q : 선과 차의 관계는 ‘선다일여(禪茶一如)’
‘선다일미(禪茶一味)’로 표현되곤 한다. 왜 그런가.
A : 선의 출발은 무아(無我)
무념(無念) 무상(無相)이다.
오직 한국에만 남아있는 간화선은 더욱 그러하다.
차를 기르고, 만들며, 마시는 것은
차 앞에 자아(自我)가 없는 ‘무아’여야한다. 또한 ‘
무념’으로 일체의 생각을 한 티끌도 없이 비워야하고,
시간과 행위가 없는 ‘무상’이어야 한다.
이 경계에 이르렀을 때 차와 선이 일치된 선다법이 된다.
특히 참선하는 수행자들에게는 번뇌마(煩惱魔),
수마(睡魔), 무기마(無記魔) 등 세 가지
큰 마구니가 따른다. 차를 마시면
이 마구니들을 모두 이겨낼 수 있다.
참선하는 스님들은 마음찾는 사람으로
차와 같은 면이 많다. 차나무는
분리식수가 안된다.
스님도 한번 출가하면 더 갈데없이 수행만 한다.
차는 낙엽을 보이지 않는다.
언제 잎이 졌는지 알 수 없다.
스님들도 남기는 것이 없다.
Q : 우리 자생차는 어떤 특성이 있는가.
A : 자생 차나무는 지표면의
양분에 관계없이 뿌리가 지상 키 크기에
3~4배가량 밑으로 내려가는 직근성이다.
그래서 암반층의 담백한 수분과
무기질을 흡수해서 찻잎을 낸다.
우리 자생 차나무가 아닌 것은 대부분
지표면의 영양분을 좆아 잔뿌리가
많이 생기고 옆으로 퍼진다.
제조방법에 따라 영국은 완전발효,
중국은 반 발효, 일본은 찌는데 반해
우리는 유일하게 덖는다. 차가 가지고 있는 8
0%의 수분을 여러 차례 덖어서 고유의 차성분을
함축시킨 좋은 차는 덖은 만큼 차를 우려낼 수 있다.
Q : 차 예절이 번잡스러워 차 생활이
일반화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A : 초의 선사는 <다신전>에서
우리 조상들의 다도에 대해
‘만들 때 정성을 다하고, 저장할 때 건조하게 하며,
마실 때 청결하게 하면 다도는 완성된다
(精燥潔茶道盡矣)’고 했다.
화려하게 차려입거나 화장까지 하고서
복잡한 형식만을 추구하는 것은
차의 이름을 빌린 쇼에 불과하다.
실제 우리 차는 형식에 걸림 없이 편하고 자연스럽다.
끓인 물을 그대로 부어 마셔도 된다.
Q : 차는 어떻게 마셔야 하는가?
A : 차의 세 가지 요소는 향(香) 색(色) 미(味)이다.
향색미를 음미하면서 마시면 된다.
좋은 차 일수록 향색미가 우수하다.
격식에 얽매이지 말고 편하게 마시면 된다.
이 자리에 많은 대중이 있지만
모두가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고 있다.
차는 찬 성분이 있어 차게 마셔서는 안된다.
좋은 차는 아무리 뜨겁게 마셔도 한여름에
겨드랑이에서 찬바람이 난다고 했다.
또한 차는 습기에 매우 약하다.
변질된 차는 도리어 병이 된다.
차를 내기 전에 변질여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먼저 다관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가 다관이
데워지면 물을 비우고
차를 넣은 뒤 1분가량 지난 후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면 된다. 냄새가 없거나
묵은내가 나면 변질된 것으로 마셔서는 안된다.
흔히 차를 냉장고에 보관하는데
이는 권장할 것이 못된다.
차를 한꺼번에 많이 구입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구입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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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