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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당, 바람 사이로 늙은 쇠풍경 소리 서린 곳
이    름 : 청량사 (crs@cheongryangsa.org) 조회수 :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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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없음


  안심당,
바람 사이로 늙은 쇠풍경 소리 서린 곳


청량사로 오르는 길은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길과
차로를 따라 오르는 길이 있다.
전자는 바람 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는
호젓함을 가져다 주는 길이며
후자는 팍팍한 다리를 쉬어갈 수 있게 하는
배려의 미덕을 가지고 있는 길이다.
산길을 따라 오르며 무더기무더기 쌓인 돌탑 아래
머리칼을 흩는 초목들.
천 년이나 늙은 산에 낙엽은 지고 가을은 가고 있었다.
지난 밤 달은 낙엽을 밟고 이 길을,
이 뜨락을 목 놓아 울며
가을볕에 타들어 간 청량산의 고운 모습을 못내 아쉬워하며
빈 가슴에 산 하나 묻은 채
그렇게 금빛 억새의 배웅을 받으며 지나갔겠지.



△산에 올라 쏟아 놓은 그리운 언어들 이 이 밤 다시 등불로 온다면....

산은 속살을 서로 비비며 바람의 뜻대로 살아가고,
살아서도 죽는 날이 너무 많아 날마다 더더욱 하늘이 그리워
하늘로 하늘로 오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을볕에 살아가는 생각을 우려내며 산길을 오른다.
길섶에 쌓아 둔 돌무더기 옆을 지나며
곤곤한 영혼에 마른 눈물 한 점 얹어 놓고
물소리 들으며 발길을 옮긴다.
구름으로 만든 산문인 청량사의 초입에서 만나는 정겨운 얼굴은
청량의 흰 안개가 말갛게 얼굴을 씻겨 준 ‘안심당’이다.
낙엽 진 안심당 뜨락엔 산바람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흐느끼고 있고
쪽빛 하늘 한 모서리엔 붉은 단풍이 마지막 용을 쓰고 있다.
황토벽으로 이루어진 예쁜 굴뚝에선 간간이 연기가 피어 오른다.


△묵언하는 햇살이 늘상 찻잔에 담 기는 안심당



산 내음 맑은 초가을 틈새로
산모롱이 굽이 돌아 오른 절집
해거름 山寺엔 고독과 풍경 소리뿐
千年 세월은 아직도 바람으로 구르고 있었다
安心堂 통유리창 너머로
바람은 늘상
그리움만 나르고 있었다
햇살은 늘상
앞가슴 풀어 헤치고 있었다
바람과 앉아
솔바람차 한 잔 앞에 두고
눈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슴으로 떠나 보내고 있었다
그대는 종종바람으로 오고 있었다
꽃불로 번지는서산 노을로 오고 있었다
寂滅音 한 소절로 오고 있었다


「安心堂에서」
김태환



청량사는 바람이 많은 절집이라
경내에 들어서면 언제나 그윽한 풍경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 준다.
안심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등(燈)들이다.


따가운 햇살에 녹아내리는
내 가슴아, 내 저린 영혼아

‘범종등’, ‘주마등’, ‘학등’, ‘거북등’, ‘목어등’등
다양한 등들이 곱게 인사를 건네 온다.
시원한 솔바람차 한 잔 우려먹고
잘 익어 빛깔 고운 오미자차 한 잔 마시고
통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산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방울은 흔적도 없다.
침목(枕木)으로 만든 계단에 발을 올려 놓고
소리 없이 산길을 오르노라면 산은 바람으로, 소리로 응답해 온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내 가슴에 사무치는 그리움 하나 생길런지,
행여 내 마음에 묻은 때 한 점 씻을 수 있을런지.
바람은 늘상 저렇게 하늘을 씻고 있는데.
안심당에 앉아 골골이 이어진 산들의 인사를 받고 있노라면
먹이라도 갈아 산수화 한 점 멋지게 그려보고 싶어진다.


△안심당 통유리창에 붉은 바람 와 닿으면
그대 사랑하는 이 마음 놓아 주렵니다

시(詩)라도 한 수 쓰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 하나쯤 만나 차(茶)라도 한 잔 나누고 싶어진다.
안심당엔 언제나 바람으로 가득하다.
안심당엔 언제나 등불로 가득하다.
턱까지 차오르던 숨도 이곳에 들어서면
어느새 가라앉아 평온을 가져다 준다.


△눈 뜨고 절명한 푸른 하늘 아래 서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안심당의 차(茶)에는 바람 소리가 묻어 있다.
안심당의 차에는 한지등 향기가 은은하게 녹아 있다.
국화차 한 잔 우리니 향기도 깊고 그리운 마음도 깊어만 간다.
차 한 잔에 마음이 씻긴다더니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바람 한 점 풍경을 흔드는 한 낮 안심당엔
하얀 햇살이 무수히 깔린다.
밀물처럼 어둠이 다가 와 등 뒤를 떠밀기까지는
늘상 산파도 소리만이 갈잎을 흔들고 서서
돌아오지 않는 바람 소리, 풍경 소리를 기다린다.

 바람이 풍경을 만나 내는 소리 적멸음(寂滅音).
그 텅 빈 소리를 뒤로 하고 햇살도 지쳐버린
해질녘 노을을 배웅하며 바람에 밀려 산을 내려온다.
빈손으로 선 나무들의 틈새로 천 년 세월을 삭힌
한(恨)의 실타래가 오늘도 바람으로 구르고 있다.

| 글쓴 날짜 | 2005-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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