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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비단실 풀리듯
이    름 : 청량사 (crs@cheongryangsa.org) 조회수 : 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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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비단실 풀리듯 적멸에 드는 응진전

참선하던 햇살
산단풍 달구던 날
바람을 안고 돌 속으로 간다
하늘도 한 평
구름도 한 평
소리도 한 평
상수리잎 흔드는 새소리에
바람은 풍경에 앉고
말채꽃 붉은 하늘 아래
응진전 돌기단에 걸터앉아
햇살을 안고 소리를 벗한다
바람을 안고 하늘을 벗한다
산엔 그리움만 살고 있었다
목 쉰 바람만 살고 있었다


             「응진전에서」 김태환


금탑봉 아래 하얀 박꽃같이 핀 응진전.
한낮의 응진전엔 햇살만이 가득하다.
응진전은 흡사 금탑봉을 병풍 삼아
적멸에 빠진 부처님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가만가만 올라오는 바람에 간간이 추녀끝 풍경은
넋을 놓아 몸을 맡기고 산새 소리가 귀를 씻어 주는 곳.

신재 주세붕이 앉았던 경유대에 서서
멀리 눈을 놓아보면 헐벗고 남루해진 내 영혼도
푸른 산들이 손으로 꾹꾹 눌러 빨아 헹구어
새하얗게 씻어줄 것만 같다.

응진전 담 밖의 노오란 꽃들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가슴을 사무치게 하는 곳.

응진전은 분명 청량산의 비경 중의 비경일 것이다.
응진전은 3층으로 된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의 중간 층에 위치해 있는데
아래로는 천 길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어
밑에서 보면 범인(凡人)들은 접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응진전이 있는 곳은 외청량사로
옛날 청량암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응진전은 청량사의 창건 연대와 같으며
663년 의상 대사가 창건한 후 수도를 위해
머물러 있던 곳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밤새 별이 와서 막혀 응진전이 만들어졌다

응진전의 앞과 뒤는 모두가 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뒷 절벽에는 동풍석이 있고 요사체 옆의 절벽에서는 감로수가 흘러 나온다.
동풍석에는 하나의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또한 좌측 바위에는 부처님의 발모양을 닮은 불족암과
외청량암의 불수암이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보여 주고 있다.
이 응진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맞배지붕을 갖춘 주심포 건물이다.
창호는 정자살창으로 짜여져 있으며
어칸에만 2분합의 문을 달았다.
응진전 안에는 석가삼존불과 16나한상이 모셔져 있다.
이곳에는 고려말 노국 공주가 16나한상을 시녀들과 조성해 모시고
기도 정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응진전은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하고
좌우에 석가모니의 제자, 가운데 아라한과를 얻은 성자(나한)들을 모신 곳이다.
나한은 아라한의 약칭으로 응공과 응진의 자격을 갖춘 분을 말하며
진리에 당하여 사람들을 충분히 이끌 수 있는 능력의 소지자를
“응진을 갖추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한은 중생에게 복덕을 주고 소원을 성취시키는 데 독특한 능력이 있다고 하여
많은 절집에 응진전이나 나한전이 갖추어져 있다.


△바람이 쉴 새 없이 나른 햇살에 부처님 언 손을 녹일 수 있을런지




△웅진전엔 바람소리, 풍경소리 뿐이다.


△입석에서 청량사가는 길엔 소나무들이 온통 수난을 당했다.

응진전 옆 솔은 외로운 해바라기인양
명멸했던 청량산의 아슴한 기억들을
오늘도 바람에 실어 보내고 있다.

절집의 추녀끝에 걸린 풍경 속 물고기가
한나절 범종처럼 우리네 가슴을 흔들어 놓는 곳.
절집도 나이를 먹으면 향기가 생기나 보다.
퇴색한 단청이 주는 고색창연함이
응진전의 고풍스러움을 더해 준다.
응진전 옆 다소곳이 자리 잡은 상사화 꽃잎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 여름이 다하면 이별이라네.
슬픔도 서러움도 가슴에 가득 남기고 가야만 한다네.

마지막 더위에 인사를 나누고 있는 상사화 꽃잎을 보며 돌아서면
한세상 바람 나들이 같은 우리네 인생살이에
눈물 한 방울 보내고 싶어진다.
풍경 소리 자욱한 응진전 기단에 걸터앉아
동풍석 위에 엉기는 햇살 바라보며
상사화 꽃잎 지는 소리를 듣는다.
비단실 솔솔 풀 듯 가끔 머리를 헹구어 주던 바람도
한낮 더위 속으로 적멸에 들었다.


△오늘 밤도 산은 별들의 노래를 들으며 깊은 잠에 들겠지

고요함 속에 언제나 마음의 문을 연 응진전.
초롱초롱 밤하늘 별들이 내려앉은 집.
  청량산에 가 산 그림자
다소곳이 내려앉은 응진전 안에 발을 들여놓고
햇살 가득 한지창으로 들어오는
그리움 가득한 얼굴들 생각하며 눈 한번 감아 보라.
그리움이 데리고 온 행복은 늘 마음을 녹이고
가슴이 맑아지는 행복을 가져다 준다.

청량사 응진전에 가면 언제나
바람과 햇살과 꽃들이 가득 뜨락을 채우고 있다.

| 글쓴 날짜 | 2005-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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