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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음 먹고 자란 바위 속 연꽃 같은 유리보전
이    름 : 청량사 (crs@cheongryangsa.org) 조회수 : 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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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내음 먹고 자란 바위 속 연꽃 같은 유리보전


산정엔 산까치 소리 요란스럽다.
가끔씩 발정하는 구름 사이로
하늘은 파란 눈물을 뚝뚝 떨군다.
바람 밟고 구름 밟고 그리움만 남겨 두고 떠나는
청량산의 가을은 자욱자욱 깊어만 간다.
5층 석탑 앞에서는 노오란 꽃들이 눈물을 흘린다.
한낮 꽃잎에 내려 앉았던 햇살의 기억처럼
천 년의 세월은 한순간에 흘렀어도
유리보전은 늘상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누워 있다.
비우고 떠난 자리 그 숱한 인연의 흔적 붐비던 곳.
마디마디 옹이로 굳어진 삼각우송 아래 앉아
햇살로 바람으로 세월을 달랜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맨발로
살포시 하늘을 걷고 있는 유리보전 풍경 소리에
청량산은 가슴을 털고 가끔 햇살과 바람과 달을 안고 젖을 준다.


△한 무리 솔바람이 우르르 유리보전 문풍지를 흔들고 있다.

간간이 구름은 바람에 쫓겨 가며 눈을 흘기고
수없이 쏟아지는 햇살에 금방이라도 녹아 버릴 것 같은 유리보전.


△산봉우리를 머리에 이고 사는 유리보전

천길 벼랑을 타고 내려오는
솔바람 향기에 사무쳐 오는 바람의 소리
. 산의 흐느낌. 어쩌면 저 바람 소리에
우리네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달빛이 눈처럼 쌓인 저녁
산도 하늘도 바람에
나뭇잎지듯 떠나고 있었다
젖은 손 하나
유리보전 문풍지 흔들다
누렇게 누운 가을을 밟고 가고 있었다
솔갈비 흩어 지는 밤
산단풍 고운 입술만
바람으로 남아 울고 있었다
삼각우송 가지 위
청솔 바람이 엉금엉금 기어 오르다
둥근 달 하나 밤새 묵언으로 서 있었다.

                       「삼각우송」김태환

유리보전 안에는 약사여래불과
협시불인 문수보살과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다.
이 세 분은 창건 당시부터 한 곳에 모셔져 있던 분들이 아니다.
따로 계시던 세 분을 지금의 유리보전에 모셔 놓은 것이다.
유리보전의 약사여래불은 상호가 무섭고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약사여래불은 온화한 모습을 하면 안된다.
법당 문을 열고 여래불을 보는 순간
병마가 무서워서 접근하지 못하고
도망가게 만들기 위해서라 한다.
또한 오른쪽엔 문수보살을 모셨는데
문수보살은 지혜의 보살답게
은은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왼쪽에는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는데
조금은 특이한 자세로 나무 의자에 앉아 반가부좌를 하고
왼쪽 다리를 의자 밑으로 내려놓고 있어 특이하다.
이런 지장보살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유일할 것이다.
또한 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인 약사여래불은 보기 드문 걸작이다.


△눈이 데리고 온 꽃들이 청량사에서 가슴에 풍경 하나 단다

△공민왕의 친필로 전해오는 '유리보전' 현판

유리보전은 외형상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된 팔작지붕의 다포계로
주심포계와 절충한 양식을 취하고 있으며 첨차의 짜임이 고졸하다.
특히 큰 보 밑에 간주를 세워 후불벽을 구성하고 있어
다른 건물에서는 보기드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건물은 조선 후기 건물로 추정된다.
또한‘유리보전’이라는 편액은 고려 공민왕의 글씨로 유명하다.
현판 왼쪽에는 작은 글씨로
‘무신국추 화산객서(戊申菊秋 花山客書)’라고 쓰여있는데
‘무신년 국화꽃 피는 가을에 산을 유람하는 화산객이 쓰다’라고 적고 있다.
 유리보전 앞에는 세 갈래로 늘씬하게 뻗어
산사를 찾은 탐방객들의 더위를 식혀 주거나
푸른 기상을 심어 주는 노송이 한 그루 있다.
이 소나무를 ‘삼각우송’이라 부르는데 이 노송에 얽힌 이야기는
청량사의 역사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일찍이 주세붕은 연대사에 도착해 산의 변화와 그 오묘함을
‘유청량산록’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석양 무렵 연대사에 도착했다.
천 봉이 붉은 색(노을)과 푸른 색으로 물들었고
구름이 수시로 덮였다 열렸다를 반복하는데
구름이 덮이면 밤처럼 어둡고 개이면 낮으로 돌아왔다가는
잠시 후 다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개기를 반복하였다.


△풋풋한 산 내음으로 가슴을 채운 유리보전

 눈에 보이는 산악의 경색(景色)은 어떤 봉우리는 전부 드러나고
어떤 봉은 반만 드러나고 구름이 위에서 덮여 가려진 봉도 있고
아래서부터 피어오르는 봉도 있었다.
혹은 구름 한 덩이가 바위틈에서 생겨나서 바람에 쓸려 가다가
봉우리 위에 백설이 쌓인 것처럼 걸쳐 있기도 하고
봉우리 사이를 개처럼 달려 지나가기도 하였다.
그 깨끗함과 그 왕성함은 마치
무엇이 구름을 들여 마셨다가 내쉬는 것 같아
변하는 모습이 갑작스럽고 잠깐 사이에 천태만상을 이루니
비록 천문에 정통한 추연(騶衍)이나 용을 잘 조각하는
추석(騶奭)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형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듯 연대사(청량사)에서 바라본 산의 정경은
주세붕 자신을 신선이 되게 하였다.
유리보전에서 마주 보는 축융봉은 그 산세가 너무도 아름답다.
유리보전 앞에 서서 고개를 어느 쪽으로 향하든지
눈 가는 데마다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하게 한다.
  그대로 액자에 담아서 집안 서재에 걸어 놓고
하루에 한 번씩 쳐다보고 싶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절경들이다.
반야봉과 문수봉을 등진 채 온통 바위 속에 들어앉은 유리보전.
유리보전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청량월(淸凉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청량한 달 같은 유리보전’ 유리보전은 그 자체로도 부처, 즉 청량월이다.

 유리보전은 오늘도 빈손으로 달덩이 하나 가슴에 안고
바람과 소리를 주우며 돌봉우리들과 정담을 나누고 있다.
산의 바람들은 돌구멍 속에 모여 산다.
가끔씩 햇살 좋은 날 나들이 나와 구름도 모으고
탑도 만들고 그리움들도 나르며 끝내 스러져 눕는다.

산의 햇살들은 돌봉우리들의 가슴과 열정으로 타들어가는
산단풍 붉은 눈빛에 모여 산다.
가끔씩 햇살들은 바람에게 나직이 속삭여 준다.
유리보전 앞 삼각우송이 늙은 황소처럼
오늘도 세월만 되새김질하고 있다고….

| 글쓴 날짜 | 2005-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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