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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이 산자락에 꿈을 묻고 산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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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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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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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 1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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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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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 산자락에 꿈을 묻고 산다오'
봉화 청량사 지현스님 외
[출처: 경향신문]
원효와 의상이 절을 세운 뒤 숱한 사람들이 전설을 남긴 청량산.
옛 사람들이 새겨놓은 흔적은 그대로 역사가 전설이 됐다.
청량산에 들면 그 산자락에 꿈을 묻고 사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그들과 함께 나누는 차 한잔.
풍경을 치고 달아나는 바람에 사람의 향기가 실려있다.
▲안심당－지현스님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란 나무간판이 붙은 안심당은 찻집이다.
들어서자마자 다양한 모양을 한 전통등이 단박에 눈길을 빼앗는다.
화려한 단청칠을 해놓은 목어등, 바람개비가 돌 때마다
창호지 속에 숨겨놓은 말과 사냥꾼 인형이 달리는 주마등,
이마에 붉은 점이 박힌 두루미등….
누가 이런 예쁜 등을 만들었을까.
바로 주지 지현스님이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초파일이면 아름다운 등이 걸렸습니다.
3~4개월 전부터 수박등, 목어등 같은 전통등을 만들면서
불심을 다졌지요.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모두 공장에서 찍은 비닐등이 걸리기 시작했어요”
총무원 봉축기획단에서 일하던 96년
스님은 전통등 연구회를 만들었다.
전국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노스님들로부터 전통등에 대해 들었다.
원앙등, 탑등, 가마등, 북등 등 지금까지 모두
80여가지의 등을 재현했다.
스님은 문화운동가이기도 하다.
3년전 국내 사찰로는 처음으로 청량사에서 산사음악회를 개최했다.
올해는 종교와 민족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자는 주제로
음악회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천년의 울림이란 주제로
북으로만 공연했다.
지금까지 불교는 받는 불교였으나
이제는 나눠주는 불교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9살때 머리를 깎았다는 스님은 법종, 소천 스님 밑에서 공부했고
서울 영화사에서 송월주 스님을 모시다가
청량사 주지가 된 것은 15년 전이다.
당시만해도 청량사는 비구니 1명이 지키고 있어
폐찰이나 다름없을 정도. 7년전 기자가 처음 찾았을 때도
당우라고는 유리보전과 응진전 뿐이었고
범종루가 막 세워지던 참이었다.
그동안 참 많은 불사를 벌였다.
선불장, 산신각, 심검당 등을 세워 지금은 당우가 7동이나 된다.
하지만 더 이상은 법당을 짓지 않을 작정이란다.
산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
산사랑이 산사람들보다 각별하다.
새벽녘 낙동강에서 밀려오는 물안개를 찍겠다고
법석을 떨다가 아침에 스님을 찾았더니
보살이 이미 ‘출근했다’고 했다.
스님이 절을 놔두고 웬 출근일까.
알고 보니 스님은 2001년 여름부터
영주 장애인복지관 관장까지 맡고 있었다.
▲산꾼의 집－이대실
오산당 바로 옆에도 ‘산꾼의 집’이란 찻집이 있다.
돈을 받고 차를 파는 집이 아니라
등산객들에게 차를 무료로 나눠주는 찻집.
아홉가지 약초를 넣은 구정차를 달여 내는
산꾼이 이대실씨(58)이다.
이씨는 원래 산악인으로 봉화와 안동, 영양 등의
대한산악연맹 경북북부지역연맹을 만들기도 했다.
“중학교 때 처음 청량산에 들어왔다가
산이 좋아 한달동안 부목살이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 절을 지키던 비구니 스님에게 중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욕만 먹고 돌아갔죠.
인연이 닿았는지 다시 이곳에 뿌리를 박게 됐네요”
당시론 명문이었던 대구기계공고에 입학했으나
떠돌이처럼 여행을 다니다 출석일수를 못 채워
학교를 6번이나 옮겨다녔던 말썽꾸러기.
서라벌예대 졸업 후에는 영양에서 예식장 사업을 하며
돈도 좀 벌었다.
그러다 91년 맘에 두고 있던 청량산에 들어왔다.
당시 주위에서 지방의회에 진출하라고
등을 떼밀어서 아예 짐을 쌌다고 한다.
지리산에 살면 지리산인,
설악산에 살면 설악산인이란 별호를 붙이는 산악인들이지만
감히 퇴계선생이 썼던 청량산인이란 호는 쓰지 못했다.
그냥 초막짓고 사는 사람이란 뜻의 초막산인이라 불러달라고 했다.
초막산인이란 별호는 걸레스님 중광이 붙여준 것이다.
그의 찻집에는 직접 빚은 도자기와 목공예 인형이 가득하다.
도자기는 서라벌예대 다닐 때 취미삼아 했던 것이란다.
도예뿐 아니라 대금과 가야금 솜씨도 수준급.
아니나 다를까 산중에서도 비나리 예술단장을 맡아
가끔 지인들과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만능 재주꾼이다.
어쩌다 부인까지 남겨두고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산에 들어왔을까.
“주왕산 내원동 전기없는 마을에 사는 사슴할아버지를 아시나요.
제 30년 친구이자 선배예요.
선배에게 나누는 삶을 배웠지요.
그래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차나 대접하자고 맘먹은 것이지요”
그는 스스로를 산허렁뱅이라고 불렀다.
허렁뱅이란 똑똑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어중간한 사람이란 경상도 사투리이다.
찻집에 붙어있는 ‘산은 나를 물 속의 달처럼 살다 가라 하네’란
좌우명 하나만으로도 그의 얽매이지 않은 세상살이가 엿보인다.
〈봉화/최병준기자〉
짙은 안개·암벽 병풍·깊은 품…봉화 청량산
봉화 청량산 간다.
산들이 올망졸망한 경북 봉화땅.
명호면을 지나면 길은 낙동강과 나란히 흐른다.
강 너머가 청량산 줄기.
낙동강 너머로 바위봉우리들이 봉수대처럼
솟아있는 능선이 보인다.
강 뒤에 숨어있는 까닭일까.
청량산은 때가 덜 탔고,
아직도 유원지 냄새가 나지 않아 곱고 순박하다.
바위봉우리 아래 박혀 있는 청량사도 새 둥지처럼 아늑하다.
가을 하늘을 담고 흐르는 푸르디 푸른
낙동강을 건너면 청량산 길이다.
산들이 한 발짝 사이로 다가서 비좁은 협곡 사이로 놓인 길.
때로는 산 그림자 속에 들고,
다시 그림자를 빠져나오면서 산길은 청량사로 이어진다.
▲유리보전, 응진전－공민왕과 노국공주
안심당과 범종루를 차례로 지나면 유리보전.
유리보전 위로는 법당을 안고 있는
바위봉우리들이 우뚝하다.
젊은 장정의 근육질같이 울퉁불퉁한 암벽 아래
터를 잡은 유리보전의 전각은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기품과 위엄이 있다.
법당에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종이를 녹여 만든
지불이 모셔져 있는데,
아픈 사람을 치유한다는 약사여래불.
금박을 입혀 겉모습만으로는 종이부처인지 눈치채지 못한다.
유리보전 앞은 청량사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
산으로 둘러싸인 청량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유리보전의 현판은 고려 공민왕의 친필.
홍건적이 고려를 두번째 침략했던 1361년.
공민왕은 이듬해 안동을 거쳐 노국공주와 함께
청량사에 피신했다.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고려 왕가에서 가장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원나라 왕족이었던 노국공주는 공민왕과 결혼한 뒤
스스로 고려인을 자처하며
원나라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공민왕의
자주정책을 도왔다.
하지만 결혼 8년이 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하자
중신들의 간청으로 공민왕은 이제현의 딸을 후궁으로 삼았다.
청량사에 피신했을 때가 결혼생활 11년 즈음으로
유리보전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응진전에서 기도를 했다.
홍건적을 무찔러 달라는 것과 함께
아마도 아이를 갖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원을 빌지 않았을까.
개경으로 환도한 뒤 공주는 16년만에 임신을 했지만
1365년 겨울 난산 끝에 숨지고 말았다.
공주가 죽은 이후 공민왕은 가슴에서
공주의 그림자를 지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귀족과 시녀들의 음란한 행위를 보는
관음증이나 동성애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실은 안동 놋다리밟기는 노국공주의 피난길에서 유래했다.
청량사 입구 낙동강에서 사람을 밟고 강을 건넜던
공주의 피난길이 바로 놋다리밟기의 기원이라는 것이
청량사 주지 지현스님의 설명이다.
▲오산당－퇴계
응진전 가는 길에 있는 오산당은
퇴계의 발자취가 오롯이 남아있는 곳이다.
오산당은 퇴계 선생이 15세의 나이에
숙부인 송재 이우 선생으로부터 글을 배웠던 곳.
당시는 초막이었지만 후학들이 퇴계의 뜻을 기려
기와를 올렸다.
퇴계는 청량산을 아꼈다.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날 속이랴 못믿을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물 따라 가지 마라 어주자(漁舟子·어부) 알까 하노라’
퇴계는 관직에서 은퇴한 뒤
병약한 몸으로 낙동강 관창나루를 건너
명아줏대 지팡이를 짚고 제자들과 산유를 즐길 정도로
청량산을 사랑했다.
그래서 당호를 ‘청량산인’이라고 지을 정도.
오죽했으면 도산서원을 지을 때에도
청량산과 도산을 두고 망설였다고 한다.
청량산은 지금도 대부분이 퇴계 집안인
진성 이씨의 땅으로 돼 있다고 한다.
오산당에서 조금 떨어진 김생굴은
신라 명필 김생이 10년 공부로 신필을 익혔다는 곳.
한석봉과 비슷한 전설이 내려온다.
9년 글공부를 마치고 내려가려던 김생에게
베를 짜는 처녀가 찾아와 불을 끄고 실력을 겨뤘다.
김생의 글씨는 울퉁불퉁했고,
여인의 베는 가지런했다.
그래서 1년을 더 공부한 뒤 명필이 됐단다.
총명샘은 신라의 최치원이 마셨다는 전설이 내려오지만
요즘은 오염돼 마시기 힘들어 보인다.
최치원이 공부했다는 치원암도 있다.
최치원은 고운사를 세우고 청량산에 들어왔다가
다시 해인사로 옮겨갔다.
그러고보면 청량산은 높지 않아도 품이 깊은 모양이다.
이렇게 뛰어난 인재들이 그 안에 깃드는 것을 보면….
▲여행길잡이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죽령터널을 지나
풍기IC에서 빠진다.
풍기에서 영주방면으로 달리다
영주 시가지를 벗어나면 봉화쪽 이정표가 보인다.
봉화3거리에서 좌회전해 태백방면 길을 택한다.
주유소 앞 갈림길에서 영양방면이 청량사 방향.
봉성과 명호를 지나면
낙동강 줄기 따라 청량산 길이 이어진다.
명호에서 11㎞쯤 달리면 왼쪽에 다리 건너
청량사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보인다.
청량사(사진)까지는 차가 올라갈 수 없다.
입구에서 청량사까지는 걸어서 20~30분 정도 걸린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안동, 영주행 버스를 탄다.
안동, 봉화, 영주에서는 청량사까지 가는 버스가 많다.
매년 11월30일부터 이듬해 5월31일까지는 입산 통제기간.
청량사는 개방된다.
청량산도립공원(054)672-4994.
청량사 672-1446. 산꾼의 집 672-8516.
봉성에 숯불돼지구이 집들이 있다.
숯불돼지구이는 고려때부터 이어진 토속음식점.
암퇘지고기를 솔잎 위에 얹은 뒤
소나무숯으로 구워낸다.
오시오식당(672-9012), 두리봉식육식당(673－9037),
봉성숯불식당(672－9130), 청봉숯불구이(672－1116),
희망식당(673－9046)등이 있다.
청량사 앞에는 산채백반집들이 있다.
숙박업소는 그리 많지 않다.
모텔이나 여관은 찾기 힘들고 대부분 민박집.
청량사휴게소(672-1447), 청원마을(673-4628),
산성식당(672-1133), 송대감민박(673-0331),
기와집민박(672-1511), 폭포민박(672-1312),
청산골민박(672-6959) 등이 있다.
〈봉화/글 최병준·사진 정지윤 기자 b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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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3-11-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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