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종단 쇄신안의 핵심은 재정과 인사의 개혁이다. 특히 사찰운영위원회 기능의 강화와 전문 종무원 제도 도입을 포함한 인사쇄신 방안은 핵심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관련 법안이 지난 임시중앙종회를 통과하면서 세부 실행방안이 관심이 되고 있다. 이에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스님,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장 주경스님,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와 지난 25일 총무부장실에서 좌담을 가졌다. 요점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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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스님 | ||
수행자는 위의·청정성 잃지 말고
신도들은 교단 외호에 앞장서는
사부대중 공동체 실현해야
- 지난 7월 종단에서 쇄신안을 발표했는데, 그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가 사찰운영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의 강화다. 개정된 사찰운영위원회법의 핵심 사안은 무엇인가.
주경스님 : 1994년 종단 개혁 이후에 사찰의 공적인 기능을 회복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찰운영위원회에 대한 규정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취지를 추진하기에 법적인 미비점이 있었다. 강제 조항이 없다보니, 관련법이 유야무야되는 경향도 있었다.
이번에 사찰운영위 법 개정을 통해 사찰의 공적 운영을 도모하고, 신도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더불어 감사제도 실질화를 통해 사찰 운영의 투명성을 재고한 점이 쇄신법안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지현스님 : 종단 쇄신계획은 첫째로 사부대중 공의를 통해 종단과 사찰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둘째로 선거제도의 개선을 통해 산중공의를 복원하고, 셋째로 승단의 청정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찰운영위원회법 개정은 이 쇄신계획 가운데 사부대중 공의에 의한 사찰운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운영위원의 구성을 현실성 있게 7인에서 5인으로 조정했으며, 운영위원의 자격을 신도증 소지자, 교무금 납부자, 해당사찰 3년 이상 재적자로 규정했다.
즉, 아무나 임의로 운영위원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실질적인 사찰의 주체로 신도가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운영위의 역할을 협의기구에서 심의 및 의결기구로 격상시켰다. 이에 따라 운영위원들의 책임도 무거워졌다.
김응철 교수 : 신도들의 사찰운영 참여가 제도화 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신도들도 일정 부분 사찰 운영을 위한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한 점은 사부대중 공동체 정신을 회복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될 만하다. 더불어 생각할 것을 신도들의 권한이 늘어난 만큼 책임과 의무도 중요해 졌다는 의미다.
-사찰운영제도가 기존에도 존재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지현스님 : 운영위원회의 기능이 단순한 협의 수준으로 머물면서 사실상 중요한 결정을 강제하지 못했다. 또 과거 운영위원을 주지스님이 직접 위촉했지만, 개정된 법에 따라 신도회에서 운영위원을 추천하면 주지스님이 위촉해야 한다. 그 대신 운영위원들은 사찰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 습득을 위해 일정의 교육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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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 총무분과 위원장 주경스님 | ||
‘스님·신도 의식변화’ 관건
다양한 사찰의 환경 연구해
시행가능한 시행령 만들어야
주경스님 : 서산 부석사는 스님과 신도들이 합의에 의해 운영하고 있다. 신도들과 함께 예.결산을 짜서 운영한다. 하지만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전적으로 주지스님에게 사찰 운영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자칫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찰도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도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권한을 갖는 만큼 책임도 함께 인식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김응철 교수 : 사찰운영제도의 정착을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교육받은, 조직화된 핵심신도가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이권에 개입하려는 신도들이 운영위에 참여한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몇몇 사찰에서 이런 문제가 벌어진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자판기 수입을 갖고 신도 단체간 싸움이 벌어진 적도 있다. 시행령 제정에 앞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제도화해야 한다.
주경스님 : 이번 사찰운영위원회법을 보면 시대를 앞서가는 이상적인 법안이다. 스님 뿐 아니라 신도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많은 신도들은 사찰 운영에 큰 관심이 없다. 이들을 교육해 불교의 발전을 위해 신도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또 조직화도 쉽지 않다. 종단 집행부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세세한 시행안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사찰에서도 예결산을 짜서 운영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특히 기존에 감사를 형식적으로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재감사를 실시하도록 개정했다. 사찰 재정 투명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개정된 종무원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 달라.
지현스님 : 종무원법 개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종단과 사찰운영에 필요한 종무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종무원 육성 규정을 만들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교역직 종무원, 특히 본ㆍ말사 주지스님이 종법ㆍ령을 위반할 경우 그 직무를 정지시키는 규정을 만든 것이다.
종무원 육성은 사찰이 본래 취지에 맞게 공적인 역할을 하도록 역량을 강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교역직 종무원에 대한 징계는 현재 승려법 만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자는 의미다. 이를 통해 사찰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막고, 삼보정재 유실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주경스님 : 종무원이 없는 사찰도 많다. 스님이 모든 일을 다 한다. 종무원에 줄 보시금 마저 마련하기 힘든 절이 많다. 이웃종교와 비교해 볼 때 불자들의 사찰 기여도는 매우 낮다. 적극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신도에 대한 자발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여러 제도가 필요하며, 종무원의 전문화도 그 방안의 하나일 것이다.
현재 많은 종무원들은 급여만 보고 활동하지 않는다. 신심이 있기 때문에 적은 봉급이지만, 사찰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 결여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며, 근무 기간도 길지 않다. 이들을 교육해 전문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종무원 육성을 위해서는 스님과 신도들의 획기적인 의식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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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 ||
불교전통 지키면서 변화 추구할
사찰운영방식 연구 필요
신도들도 ‘헌신과 봉사’ 책임 커
김응철 교수 : 개신교의 경우 십 수 년 전 업무의 전문화를 추구해 왔다. 그러다보니 전문 영역별 담당목사를 두게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인건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가용예산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전문화의 장단점을 조사하고, 불교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웃종교의 모델은 실패한 모델이다. 불교는 종무원을 육성하는데 있어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불교의 전통을 지키면서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모델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쇄신방안과 관련해 회계와 예.결산을 전담하는 종무원을 육성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현스님 : 현재 조계종의 사찰 형태를 보면 크게 직영사찰과 본사, 말사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직영사찰의 경우 순환근무제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사찰을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다. 현대의 사찰 운영은 과거 농경사회에서 사찰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포교도 법회 중심에서 교육, 문화, 복지, 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했다. 또 포교대상도 대상별, 지역별, 주제별로 세분화되고 있다. 사찰이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총무, 재무, 경영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춰야 하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반직 종무원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응철 교수 : 최근 들어 출가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스님이 모든 것을 하기에 부족하다. 이를 메꿀수 있는 방안이 일반직 종무원의 활용이다. 반면 갈수록 사찰 재정 압박이 심화되는 구조에서 어떻게 종무원을 고용할 재원을 마련하고, 종무원이 오래 근무하도록 만들 것인가는 과제로 지적된다.
주경스님 : 사무장이 사찰 재정에서 청소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작은 사찰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법안은 사찰을 이제는 경영의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담고 있다. 사찰 재정을 계획성 있고, 규모 있게 사용함으로서 다른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행정직 종무원은 필요하다. 또한 종무원 교육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를 통해 잘못 쓰이는 예산을 바로잡고, 사찰의 투명화와 사부대중 공동운영체라는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지현스님 :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이 100여 곳이 있다. 이 사찰의 경우 사실상 포교를 위한 전문 종무원을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종무원 육성을 위해 적정한 급여 보장과 4대 보험료 납부, 수직적 조직문화 개선 등이 급선무다.
종단에서는 동국대와 MOU 체결을 통해 방학 중 종무행정과정을 개설하도록 하고, 이를 이수한 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할 경우 사찰과 연계해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젊은 종무원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사찰의 운영과 제도를 개선하는 근본 목적은 불교가 대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고, 사부대중 공의에 의한 사찰운영이라는 불교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다. 제도 정착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지현스님 : 사찰은 종교 본연의 사명인 수행정진과 전법교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의 요구를 적극 수렴해 세상의 희망이 되고, 중생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또 문화와 복지, 교육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소외계층을 보듬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찰이 사회공익에 앞장서고, 이에 걸맞는 인사와 재정운영이 필요하다. 법은 조직원이 운영하는 것이다. 스님과 신도들의 생각과 태도가 변화하기를 시대가 원하고 있다. 수행자는 위의와 청정성을 잃지 말아야 하며, 신도들은 교단 외호의 책임에 앞장서야 한다.
주경스님 : 제도가 시행되고, 안착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집행부에서 많은 의견을 듣고, 효율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 더불어 순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시대적 요청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지금의 모습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좇아가야 한다. 승가부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제도는 그를 뒷받침하는 도구다. 더불어 신도들이 책임성을 갖고 참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응철 교수 : 각종 제도를 시행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불교의 전통에 입각한 제도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승가의 위의와 불교의 전통을 지켜나갈 수 있다. 사찰운영위원회법의 개정은 전통적인 사찰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과거의 장단점을 잘 비교하고, 다양한 모델을 연구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사진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 2829호/ 7월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