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템플스테이, 몰라줘서 미안해…옆에 있어 든든해” |
[인터뷰]지현 스님/템플스테이 10년, 성과·가치, 과제(하)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10주년 기념사업 명칭이 ‘나를 위한 행복한 습관’이다. 템플스테이 사업 시행 10년 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10년 후, 미래를 꿰뚫어 보는 준비가 필요하다.
지현 스님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라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템플스테이 정체성을 제시하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체계를 구현해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돌아보고·마주보고·멀리보자…통합브랜드 구현”
지현 스님이 말한 ‘나·너·우리’는 사회 저명인사, 외국인, 가족, 지역주민, 사회약자들이 함께하는 템플스테이다. 또 ‘돌아보고’, ‘마주보고’, ‘멀리보자’라는 기치는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템플스테이 통합브랜드 구현을 위한 장기전략 수립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지현 스님은 “향후 10년은 목적의식과 장기전략 아래 한국불교의 변화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한 차원 높은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면서 “한국불교가 보유한 전통문화와 감동, 치유 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템플스테이를 재인식시키고, 관성적 국가지원 방식에서 조금 떨어져 자립운영 기반과 자기역량 기반도 확고히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올 4~10월까지 템플스테이 통합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시설과 운영, 프로그램 대안제시 및 제도화 방안을 모두 담는다. 6월에는 10주년 기념세미나도 갖는다. 성찰과 전망을 위한 자리다. 템플스테이 사업 관계자들이 모여 성과를 공유하고 약점과 과제를 점검해 개선방안을 도출한다. 모두 10년 후를 위한 작업이다.
10년 성과도 정리한다. 역사와 기록물을 정리한 <기록으로 본 템플스테이 10년>(가제)을 출간한다. 또 주요 문서와 사진, 언론보도, 주요일지 등도 총정리한다. 세미나 대중행사 국회 등 전시회도 추진된다.
“템플스테이, 몰라줘서 미안해…옆에 있어 든든해”
10주년 기념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눈에 띤다. 외국인과 함께하는 전통문화체험관광을 오는 10월까지 진행한다. 사회통합과 치유를 위한 ‘사회와 함께하는 템플스테이’도 연다. 노동자, 장애인, 다문화 가족, 새터민 등 소외계층과 가족단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템플스테이, 지역주민 대상 템플스테이 등등 10월까지 10년 동안 진행해온 노하우를 담은 템플스테이의 결정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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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 스님은 템플스테이 사업관련자와 종단 주변 관계자들이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성도 강조했다.
지현 스님은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종사자들도 사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몰라줘서 미안해’와 ‘옆에 있어 든든해’ 등 템플스테이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실무자를 위한 워크숍도 따로 준비한다. 6월 26~27일 예정된 ‘템플스테이 문화축제’다. 운영자 스님과 실무자가 소통하고, 함께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다짐의 자리이다. 10월 17일(예정)에는 통합브랜드 전략 발표와 함께 ‘템플스테이 10년의 미래 선언’ 자리로 대동한마당이 진행된다. 10년 동안의 성과를 이끌어온 관련자를 격려하고, 미래비전을 선포한다.
지현 스님은 “템플스테이를 맡고 있는 실무자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실무자들은 출퇴근 시간도 없고, 휴일도 없다. 더 큰 세상을 접할 기회도 없다. 자기개발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는 실무자와 스님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최근 사업단은 템플스테이 사업의 신뢰를 깎아 내리는 불미스러운 일이 빚어졌다. 지현 스님은 즉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 주변 사람들의 우려가 컸다. 사건은 조기진화됐고, 지현 스님은 주변의 많은 이들의 권유와 총무원장 스님의 뜻에 따라 사업단의 책임을 계속 맡았다.
지현 스님은 “사업단의 모든 일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신뢰가 중요한 사업이어서 걱정이 컸다. 앞으로 지켜봐 달라.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템플스테이가 10년 이후 더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눈물 많은 스님…오지 청량사 문화사찰로 우뚝 세워
지현 스님이 불교문화사업의 책임을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현 스님의 우리 불교에서 ‘산사음악회’를 문화브랜드로 만드는 등 불교문화콘텐츠 개발과 운영에서 가장 으뜸인 인물로 꼽힌다. 전국에서 가장 오지인 봉화 청량사를 한국불교에서 대표적인 문화사찰로 탈바꿈 시킨 인물이다.
“스님인 속가 삼촌의 손에 이끌려 출가했다. 출가한 후 2년 동안은 매일 일주문까지 내려가 울다가 돌아왔다. 무서워서 올라오고, 갈 곳이 없어 올라왔다. 아마 그때 평생 울어야 할 울음을 다 쏟았던 것 같다.”
지현 스님은 울보 스님이다. 지금도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운다. 감성지수가 풍부한 탓일까. 지현 스님은 문화콘텐츠 개발과 지역문화 개발, 청소년 법회 등에 유독 관심을 기울인다. 청량사는 어른도 걸어 올라가기 힘들다. 그런 곳에 매주 일요일이며 20여명의 아이들이 법회를 보러 온다. 아이들 때문에 지현 스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일요일에는 청량사에서 아이들을 마중한다.
“일요일이면 아이들이 청량사를 찾아온다. 멀리 안동에서 버스를 타고 산길을 걸어 올라온다. 아이들의 눈을 보면 절대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아이들과의 약속이고, 지역주민과의 약속이다. 아이들에게 등을 돌리면 불교의 내일은 없다.”
감성지수 풍부한 지현 스님도 냉정하다. 출가한 이후 부모님과 만난 게 딱 두 번이다. 출가 후 입대하기 위해 고향집을 찾았던 것과 속가 부친의 환갑날 이후 청량사에 찾아온 부모를 뵌 게 전부다.
“속가 가족에 대한 생각은 달아난 지 오래다. 17살 아버지와 18살의 어머니가 결혼해 살면서 아들을 못나 주변 타박이 심했다. 그런데 아들이 출가해 버렸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는가. 입대할 때 신체검사 때문에 찾았던 속가 집에서 울면서 밥을 해주시는 어머니를 봤다. 그때 처음 동생들도 봤다. 하룻밤 자고 걸망지고 나올 때 어머니는 내가 탄 버스가 사라질때까지 보시더라. 평생 가슴앓이로 살아가는 어머님이 나에게는 화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다짐도 됐다.”
눈물 많은 스님이 참 냉정하다. 속가 아버지 환갑날 찾아가지 않은 아들에게 전화 한통이 왔다. 청량사에 놀러가도 되냐는 질문에 흔쾌히 오시라고 했단다.
“평생 밥상 차리고 기다리는 속가 가족…소임 최선다할 것”
“어머니도 오셨다. ‘어머니’라고 불러 드리고 싶었다. 한 번도 어머니를 불러 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절에 오셔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 그늘에 앉은 보살에게 다가가 ‘어머니’라고 불러 드리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기회를 놓쳐 다시 장독대에 앉은 어머니에게 다가갔지만 ‘어머니’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게 ‘수행 잘하시라.’고 말하고 돌아갔다. 그때 생각했다. ‘이렇게 마음이 냉정해서야 중생들을 이끌 수 있을까.’, ‘내가 죽어도 울어줄 사람이 있을까’, 그때 나에게 사춘기가 다시 찾아왔다. 중압감이 밀려왔다. 나이가 들면서 더 급해졌다.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그게 내 화두다. 아직도 밥상에 내 밥을 떠두고 기다리는 어머니를 생각해보면 내가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지현 스님은 “템플스테이 사업단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고, 내국인을 치유하는 일도 중요하다.”면서 “템플스테이 체험 후 치유된 마음으로 가장으로 돌아가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현 스님은 “남편과 아내가 단절돼 가정불화가 일어난다. 아이와 아빠의 대화 단절은 청소년 문제로 확산된다. 템플스테이가 이들을 치유하고 있고, 더 치유해야 한다.”면서 “템플스테이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존재이유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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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mytrea70@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