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외국인들의 숙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했던 정부가 불교계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출발한
템플스테이가 11일로 어느덧 10년을 맞는다.
10년간 템플스테이는 외형과 내용 면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2년 33곳에 그쳤던 참여 사찰 수가 109곳으로 크게 늘었으며, 첫 해 2,000명을 겨우 넘었던 참가자 수는 지난해 21만2,000여명으로 늘었다. 10년간 누적 참여자 수는 190만명에 이른다. 2009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선정한 '전 세계 가장 성공적인 5대 관광상품'에 꼽힐 정도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템플스테이 사업을 대한민국 대표
문화 콘텐츠로 만든 이는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인 지현(55) 스님이다. 아홉 살 때 부산 범어사에서 동진(童眞)출가한 지현 스님은
산사음악회로 유명한 경북
봉화 청량사 주지도 겸하고 있다.
3일 서울 견지동 사업단
사무실에서 만난 지현 스님에게 그간 템플스테이 운영을 자평한다면 몇 점을 주겠냐고 물었다. 스님은 "100점 만점에 110점을 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초기에는 산문(山門)을 개방해 불교수행문화를
체험하는 것에 만족했지만, 이제는 참선, 예불, 발우공양, 차담(茶談)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찰마다 특색 있는 자연환경과 인적ㆍ문화적
유산을 활용해 치유와
명상, 사찰음식 소개 등 전문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진화하고 있지요."
스님은 특히 템플스테이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알리는 문화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자부했다. "사찰은 건물만 남은 서원이나 고궁과 달리, 스님이 생활하는 살아있는 문화공간이지요. 외국인들은 서울 도심의 높이 솟은
빌딩보다 새벽 3시 고즈넉한 산사에서 스님의 목탁소리와 법고, 범종, 목어가 울리는 가운데 어우러지는 산새소리에 더 큰 감동을 받습니다."
실제로 외국인의 관심은 폭발적이라 할 만하다. 2007년 1만명을 돌파한 외국인 참여자 수가 지난해에는 2만4,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올해 서울 묘각사ㆍ금선사, 해남 미황사, 합천 해인사 등 15곳을 '외국인 템플스테이 상시 운영 사찰'로 지정했다.
지현 스님은 일부에서 템플스테이를 불교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는 것에 반론을 제기했다. "템플스테이를 오로지 종교활동으로 보는 데서 비롯된 오해입니다. 불교문화에는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사찰은 말 그대로 문화의 보고입니다. 템플스테이가 호응을 얻으면서 '한옥스테이' '서원스테이' 등 비슷한 유형의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를 국가
브랜드 가치를 올려주는 문화프로그램으로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지현 스님은 "그렇다고 템플스테이가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도시생활로 찌든 마음을 내려놓고 정화되는 자리입니다. 템플스테이가 개인과 가정,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스님은 그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기 위해 "앞으로 실직자, 다문화 가정, 장애인, 노인 등 소외된 이와 사찰 주변 지역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땅거미가 지는 저녁 중년 남성들이 혼자 절에 올라와 멍하니 앉아 담배 한 대 피우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가족들이 그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집니다. 템플스테이가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한 방편이 되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