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봉화 청량산(淸凉山)은 산 안에서든 밖에서든 그 풍치가 남달리 뛰어난 바위 명산이다. 산이 크지는 않으나 올라보면 고산준령에서의 그것을 상회할 오밀조밀함과 광대한 조망을 가졌고 가까이에 도산온천과 안동호, 임하호가 있어 연말 산행+온천욕+호수 노을 감상을 두루 겸하기엔 최적인 산이라 할 것이다.
- ▲ 마방민박캠핑촌에서의 밤. 겨울엔 인적 드물고, 숲이 좋고 바로 옆 둔덕 위의 민박집에서 장작도 팔아, 캠핑엔 적격인 장소다.
- 다만 송년 분위기를 띄워줄 모닥불 막영이 가능한 캠핑장이 근처에 없었는데, 마침 청량산 북쪽 약 40km 지점의 현동천 안에서 기막힌 야영장을 찾았다. 취재팀이 이곳을 찾았을 때는 중남부지방의 단풍 절정기인 11월 6일 맑은날 주말이었는데도 아무도 없었으니 연말엔 더더욱 한적할 것이다. 이곳에서 청량산까지는 40km라 수치상으론 다소 먼 감이 있으나, 고개 하나 넘어 경치 좋은 계곡이나 하천을 따르는 길이어서 40여 분 드라이브 삼아 즐길 만했다.
안동호·임하호 노을 드라이브는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막힌 루트를 하나 알게 되었다. 호수 서안으로 가야 제대로 된 노을을 볼 수 있는데, 현재의 도로 여건만을 보면 지루하게 먼 길을 우회해야 한다. 그러나 이곳 현지 주민들을 위한 도선이 안동호 상류를 가로질러 운항되고 있었다. 이 도선을 이용해 가볍게(?) 호수를 가로질러 안동호와 임하호 서안 석양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첫날 저녁은 막영과 모닥불을 즐기고, 다음날 산행에 이어 온천욕+도산서원+호반드라이브로 이어가면 좋을 것이다.
눈을 사치스럽게 하는 풍경의 연속
- ▲ 11월 초 단풍 절정기 주말의 청량산 하산길목. 단풍이 지고 난 이후엔 다소 인파가 덜할 것으로 관리소는 전망했다.
- 청량산을 보고 나면 눈이 한껏 사치스러워진다. 이 청량산의 청량한 승경을 맛보고 난 다음에는 이 땅의 어지간한 산악 풍경은 눈에 들지 않는다.
옛 기록에 이르되 청량산은 ‘6·6봉, 8대(臺), 3굴을 가진 바위 산’이다. 이 산의 중심에 앉은 청량사에서 두루 바라뵈는 9개 봉우리와 그 바깥쪽 3개 봉우리 합해 12개 봉을 청량산 6·6(육육)봉이라 불러왔다.
사방으로 포장도로가 난 지금에도 어딘가 오지스런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봉화 땅에서도 남동쪽,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갈라져 나간 지점 아래의 우묵하고 깊은 곳에 숨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천 년 세월 전인 신라 때부터 사람들이 찾아갔던 것은 이 육육봉이나 8대에서 보는 승경이 워낙 뛰어나서다. 신라 명필 김생을 비롯해 최치원, 이황, 주세붕 등 역사에 이름이 전하는 많은 인물들이 이 산을 탐했다.
기암이 협곡을 이룬 청량산은 피신처로도 적격이어서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들어온 적이 있다. 공민왕은 청량사 법당 유리보전(琉璃寶殿)의 현판에 자신이 이 산을 찾은 흔적으로 남겼다.
- ▲ 위) 서설이 내린 청량산 청량사(사진 봉화군청 제공). 아래) 청량산 자란봉~선학봉 간 구름다리인 하늘다리.
- 신라 문무왕 3년(663년) 원효대사가 연대사란 이름의 절을 지금의 청량사 자리에 세운 이래 27개나 되는 사암이 이 청량산 안에 들어앉았다고 하는데, 첫 대면에서는 그 말을 믿기 어렵다. 청량사와 응진전이 자리잡은 것만도 용하다 싶을 정도로 산이 온통 깎아지른 암봉이고 절벽이다. 거기에 절이 앉기는커녕 사람이 걸어 오를 틈새나 있을는지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층암절벽들 사이로 여러 가닥의 길이 교묘하게 나 있으며, 곳곳에 여러 명이 편히 둘러앉을 공터도 지천이다.
이들만으로도 청량산은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데, 봉화군은 선학봉~자란봉 간에 구름다리인 ‘하늘다리’(길이 90m)를 가설, 엄청난 인파를 불러들이고 있다. 단풍 절정기인 11월 첫 주말 이 하늘다리에 가보니 사람들이 순수 자연을 좋아한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 하늘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좋은 구경한다며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진다. 다리를 건너고 나서도 사람들은 쉽사리 떠나지 않고 하늘다리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청량산 탐방객은 이태 전 하늘다리를 놓은 뒤 거의 두 배 이상 폭증했다고 한다. 이러면서 주말에 청량산만의 청량한 맛을 즐기기는 어려워졌지만, 어쩌랴.
- 여러 가지를 두루 감안하면 청량산 최고의 등행 코스는 입석대~응진전~청량사~김생굴~자소봉~탁필봉~뒷실고개~하늘다리 길이다. 이후 최고봉인 장인봉 전망대에 올랐다가 두들마을~청량폭포 길로 하산한다. 뒷실고개→청량사 방면 하산은 이 길로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고생스러워지기 쉽다. 이 코스는 산속에서만 걷는 거리가 약 7km, 산 입구 주차장~입석대 4km, 청량폭포~주차장 2km를 포함하면 약 13km에 5~6시간 걸린다.
11월 중순 지나며 청량산은 화려한 옷을 벗을 것이다. 그러나 청량산의 멋은 청량사와 기암절벽이 어울려 내뿜는 수승한 기운을 맛보는 데 있다. 혹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머나먼 저편 아슴한 산 윤곽선을 겹쳐 바라뵈는 담백한 풍경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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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주의해야 할 점은 당연히 낙엽 밑에 숨은 빙판이다. 그리고, 장갑을 잊지 말것. 연이어지는 계단길 난간길을 무난히 지나려면 차디찬 쇠난간을 거푸 잡아야 한다. 등산용 스틱은 외려 거추장스러운 산이다. 청량정사 옆에 있는 산꾼의집(054-672-8516)에선 지나는 이들에게 무료로 차 대접하기를 즐기는 이대실씨가 상주한다.
- ▲ 임하호의 노을.
- 관리사무소~입석대 간 도로변에 주차장들이 있으나 주말 아침은 이른 시간에 올라가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입구에서 관리요원들이 차량 상황에 따라 통제한다. 청량산 맞은편의 축융봉은 11월 15일~5월 15일 입산통제다. 청량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054-679-66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