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지역에 해당하는 영주와 봉화는 전형적인 농촌도시다. 인근에 유교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안동이 있고 특히 영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이 자리하고 있을 만큼 유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때문에 불교세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지역 조계종 사찰이 16개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런 사실을 대변해 준다. 하지만 최근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 사찰들의 적극적인 포교로 지역주민에게 불교가 새롭게 각인되고 있다. 4년 전 영주.봉화지역을 아우르는 사암연합회가 창립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영주시 장애인 복지관’운영에
사찰 모두 지원금.봉사단 파견
문화는 부석사.청량사 유명
수행은 각화사…분담포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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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영주 부석사 화엄축제는 지역주민 뿐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방문객이 쇄도해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
이 지역불교의 특징은 영주 부석사와 원로 스님들을 중심으로 사찰 사이에 단합이 잘 돼 있다는 것이다. 지역에 현안이 발생하면 발 벗고 나서 대처하고 불법 홍포를 위해 함께 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운영이다. 조계종 16개 사찰이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공동으로 이끌며 각 사찰이 월 평균 10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보조하고 있다.
영주장애인복지관은 중생구제와 대사회 회향의 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사회에서 불교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복지관을 중심으로 사찰 신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의 활동도 지역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고운맘 실천 자원봉사단’은 복지관 활동뿐 아니라 봉사의 손길을 필요한 곳에는 언제 어디서나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봉사단 회원은 무려 600여 명에 이른다.
이 지역불교의 또 다른 특징은 각 사찰이 영역을 분담해 이끌어 감으로써 더 큰 상승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수행과 복지, 문화, 포교, 교육, 전통수호 등 각 영역을 사찰이 하나씩 분담해 맡았다. 수행은 봉화 각화사가 담당하고 있다. 고우스님이 선원장으로 주석 중인 각화사 태백선원은 선원수좌들의 방문이 쇄도하면서 한국불교의 선(禪)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문화를 선도하는 사찰로는 영주 부석사와 봉화 청량사를 꼽는다. 의상스님이 창건한 부석사는 영주시와 공동으로 의상스님의 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화엄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화엄축제는 각종 문화행사뿐 아니라 학술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한 달 동안 진행하면서 지역의 대표축제로 우뚝 섰다. 올해로 5번째 열리는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청량산 중턱에 자리한 청량사를 찾는 것 조차 버겁지만 매년 5000여 명 이상이 음악회를 보기 위해 찾고 있을 정도로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포교에는 영주 영전사와 봉화 중대사가 있다. 어린이 포교의 원력을 세우고 1990년대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의 유일한 불교 어린이집들은 불교소양을 갖춘 어린이들을 양성할 뿐 아니라 선진 교육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노력 등으로 지역주민에게 인기가 높아 영전사와 중대사의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위한 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할 정도다.
무여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봉화 축서사는 신도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2000년 개설한 불교교양대학은 지역불자들의 불교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면서 진정한 불자로 거듭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교양대학에 대한 불자들의 성원이 대단해 올해도 50명 정원은 대학에 80여 명이 몰렸다. 영주포교당은 불사를 마치고 차별화된 신도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노인불교대학을 개설하겠다는 목표로 회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전쟁 등으로 폐사에까지 이르렀던 전통사찰을 복원하는 노력도 가멸차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찰이 영주 비로사와 희방사다. 신라시대 창건된 두 사찰은 각종 전란을 거치면서 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최근 중창불사를 진행해 사격이 일신돼 지역주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성지순례와 탐방객이 자주 찾는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울진지역은 지역 특성상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고 있는 곳이다. 산림자원과 수자원이 풍부해 다양한 관광조건을 지니고 있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청정해안지역으로 꼽힌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듯 종교적으로는 전통적인 민간신앙과 불교신앙이 탄탄히 뿌리내리고 있다. 울진은 사찰이 40여 개, 교회는 60여 개소 정도가 있다. 개신교는 최근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지자체와 협력해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불교의 영향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진지역의 대표적인 사찰은 불영사를 들 수 있다. ‘천축선원’이라는 종립 비구니선원이 한국불교의 전통인 수행의 깊이를 더하고 있으며, 군청불자회 등 직장불자회를 활성화시키는 등 신도들의 정법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지역주민을 위한 회향사업에도 열심히 공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연 산사음악회는 불영사를 더욱 가까운 사찰로 인식시키는데 기여했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지역 이끄는 원로스님들
근일.고우.무여스님 법력에
사찰 단합 잘돼 적극적 포교
영주.봉화지역 사찰들이 단합을 통해 적극적인 포교를 펼칠 수 있는 데에는 지역의 원로스님들이 우뚝 서있기 때문이다. 부석사 회주 근일스님, 각화사 태백선원장 고우스님, 축서사 주지 무여스님은 지역불교의 어른으로서 스님과 신도들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명망을 얻고 있다.
부석사 회주 근일스님은 어른스님으로서 주석하는 데만 안주하지 않고 손수 신도들을 위한 포교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주지 시절부터 열어왔던 철야참선법회를 지금도 직접 주도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개최되는 참선법회에서 근일스님은 신도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참선수행에 대한 법문을 통해 누구나 쉽게 참선의 요지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각화사 태백선원장 고우스님은 40년 이상을 올곧이 수행한 수좌로서, 1968~1969년에는 승가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봉암사에 들어가 종립 특별선원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태백산 각화사 산내암자인 서암에 주석하고 있으며 태백선원장을 맡아 납자들을 이끌고 있다. 또 수좌로서의 깨달음을 전국 각지의 불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각종 간화선 관련 법회에 참석해 법문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전국 선원에서 40여 년 동안 수선 안거한 축서사 주지 무여스님은 1987년 이후 봉화 축서사에 주석하며 불자들의 마음 문을 열어주고 있다. 칠불사와 망월사 선원장, 조계종 기초선원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선의 가풍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역불교 일꾼
법라스님(영주포교당 주지)
영주불교회관 건립위해 잰걸음
대표적인 도심포교당인 영주포교당을 이끌고 있다. 지난 1999년 포교당 주지로 부임해 종무소와 요사채 등 불사에 힘썼고, 현재 영주불교회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사찰을 수호하기 위해 인근에 4층 규모의 원룸세대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내고 전통사찰보존법이 실질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터전을 닦았다. 현재 스님은 미래의 10년을 대비하는 원력을 실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불교회관의 건립이 마무리되면, 노인불교대학을 하반기부터 개설할 계획이다. 지역에 노인인구가 많다는 것에서 착안해 마련되는 노인불교대학은 각종 법회와 레크리에이션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또 2006년에는 불교문화대학을 개설해 신도교육의 체계화도 도모할 예정이다.
지현스님(청량사 주지)
산사음악회로 문화포교 일등공신
지역을 불교의 향기가 넘치도록 주도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2000년부터 산사음악회를 개최하면서 불교에 대한 지역주민의 이미지를 높였다. 산사음악회는 전국에 소문이 퍼져 한 번에 5000여 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스님은 ‘주는 불교’를 실천하기 위해 분주하다.
사찰을 찾기 힘든 불자나 일반인들을 위해 직접 경운기를 몰고 마을회관이나 노인정을 찾아 법회를 여는 것은 유명한 일화.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에 일일이 답하는 노력도 지역불교의 활성화를 위한 스님의 실천행이다. 영주장애인복지관 초대 관장을 맡은 데 이어, 현재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로서 복지포교의 일선에 서 있다. 최근 청량산 인근 골프장 건립을 단 6개월 만에 막아낸 것도 가람수호와 환경보호에 대한 스님의 일념을 엿볼 수 있다.
설송스님(희방사 주지)
희방사 중창불사에 심혈 기울여
대표적인 전통사찰인 희방사를 중창한 스님이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폐사지와 다름없었던 희방사를 현재의 사격으로 일신하는 데 모든 노력을 들였다.
지난 1988년 주지로 부임한 이후 잠시 다른 소임을 맡았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중창불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법당과 지장전, 산신각, 종무소, 요사채 등을 차례로 건립하면서 신라시대 창건한 고찰의 전통을 새롭게 써내려갔다. 올해 일주문과 지반공사를 마치면 20년 가까이 진행된 불사는 마무리된다. 스님의 이러한 노력은 희방사를 전국 각지의 불자들이 몰리는 성지순례처로 각광받게 만들었다. 스님은 불사뿐 아니라 중앙종회의원으로서 종단의 발전을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다.
성공스님(비로사 주지)
10년 중창불사로 사격 일신
신라 의상스님의 숨결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비로사의 사격을 쇄신했다. 의상스님이 창건한 이후 비로사는 고려시대 김부식이 부처님 치아사리를 보관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명했지만, 조선 임진왜란과 동학혁명,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세 차례나 병화를 입어 폐사로 전락했다.
스님은 1993년 주지로 부임한 후 중창불사의 원력을 세워, 1995년부터 적광전, 나한전 등을 복원하는 등 10년 불사를 진행했다. 사격 일신은 포교효과로도 나타나 부임당시 30명에 불과하던 신도가 현재 1000여 세대로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님은 지난해 야생화 공원을 조성한 데이어 올해 나무심기 불사를 벌여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도량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일운스님(불영사 주지)
천축선원 개원…포교에도 전력
불영사를 울진지역 중심사찰로 성장하게 한 주인공이다. 지난 1991년 총무 소임으로 인연을 맺은 스님은 3~4개 전각에 불과하던 불영사를 현재 30여 동의 전각을 갖춘 도량으로 만드는 데 전력을 쏟았다.
또 1996년에는 ‘천축선원’을 세워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선원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했다. 천축선원은 여름과 겨울 안거뿐 아니라 봄, 가을 산철에도 안거를 진행해 사시사철 수행의 향기가 지역 곳곳에 넘치고 있다. 현재 봄 산철안거에 60여 명의 납자들이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포교에도 남다른 원력을 가진 스님은 거사림회와 합창단이 만들고 각 면 지역별로 지역법회가 활성화시켰다. 울진읍의 포교당 동림사에는 어린이, 중.고등, 청년회가 활발하다. 또 울진 원자력발전소의 ‘문수회’와 울진군청 ‘정불회’ 창립도 주도했다. 스님은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템플스테이를 기획하고 있으며, 불사를 마무리하는 데로 지역 군민을 위한 복지회관과 문화공간도 설립할 계획이다.
해득스님(영전사 주지)
지역 최고의 불교어린이집 건립
지역에서 처음으로 불교 어린이집을 개원해 어린이 포교에 대한 원력을 실천하고 있다. 1960년대 대원스님의 지역포교 원력을 이어받은 손상좌로 1989년 주지로 부임한 스님은 어린이포교의 활성화를 서원하고 1993년 풍기어린이집을 세웠다.
이미 인근지역에 타종교가 운영하는 유치원이 4개나 있었지만 어린이집 개원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모두 스님의 남다른 포교철학 때문이다. 선진 유아프로그램을 즉시 들여오기 위해 재능있는 유치원교사들의 교육참여를 독려하고 지원한 덕분에 지역최고의 유아시설로서 각광받고 있다. 아이들을 맡기고 싶은 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영아반의 경우 2년을 기다려야 겨우 입학이 가능할 정도다.
이와함께 혜득스님은 노인복지에 대한 원력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사찰 경내에 복지시설을 세워 사찰 봉사자들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구상을 세우는 등 지역사회복지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무영스님(중대사 주지)
어린이.군포교에 남다른 열정
지역 유일의 어린이집을 이끌고 있는 스님이다. 비가 새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찰의 주지로 지난 1996년 부임한 후 법당 불사를 진행하고 1998년에는 어린이집을 설립했다.
한 신도 집 아이가 제사 때 절을 하지 말라는 교사의 말을 그대로 신봉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제대로 된 어린이 교육과 포교에 발심을 세운 결과였다. ‘연꽃어린이집’은 현재 4개 반에 60여 명의 원생들이 스님의 교육관에 따라 불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쌓고 있다.
스님은 직접적인 가르침보다 지혜와 자비정신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점심식사 시간에 아이들에게 공양게를 읽게 하는 것이 실례다. 스님은 군 포교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인근 예비사단의 불자장병들이 편히 휴식할 수 있는 쉼터로서 사찰을 개방해, 모두 30명의 장병들 가운데 15명이나 매주 찾는다. 스님은 앞으로 경로당과 같은 노인쉼터를 설립하는 불사를 계획 중이다.
[불교신문 2114호/ 3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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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