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상원사 청량사‥
산세 휘감는 음악소리에
단풍처럼 마음 물들고
올 해도 산사 음악회가 가을의 문을 열고 있다. 산사음악회는 만학천봉의 산세가 무대를 이루고, 원색의 단풍이 쏟아져 내리는 곳에서 맑고 푸른 계류의 흐름과 어울리는 소리의 축제이기에 ‘토털 투어’로 손색이 없다.
전북 고창 선운사는 개산 1427년을 맞아 오는 11일 오후 7시반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천년의 소리’를 주제로 산사음악회의 시작을 알린다. 도솔산을 배경으로 선운사 너른 뜨락에서 열리는 이번 음악회에는 대금의 명인 이삼스님이 가을 밤 대금소리로 청중을 선정으로 이끈다. 법고와 삼고무 무용단이 무대를 열고, 한영애 권인하 주병선 한서경 등 일세를 풍미했던 대중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며, 여성창작그룹의 타악 연주로 음악회를 마무리한다.
경기 용문산 상원사는 10일 양평군이 주최하는 은행나무 축제 행사의 하나로 우리의 가객 장사익과 한영애 그리고 심진 스님 등이 출연하는 음악회를 연다. 이어 11일과 18일 용문사 일주문에서 은행나무까지 1km 숲길에서 숲과 개울이 만나는 오솔기 3곳에서 아카펠라, 스틸드럼 콘서트, 한국무용과 시나위 합주가 하루 4번씩 열린다.
산사음악회의 대명사로 떠오른 경북 봉화 청량사의 산사음악회는 ‘다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손을 잡고 자비와 사랑, 화해와 평화를 노래한다. 탄핵 테러 연쇄살인 등 올해 가장 많은 들은 혐오의 말들을 씻어버리고 관용과 배려 헌신의 말들이 우리 곁에 살아숨쉬길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가톨릭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노래 그룹 이노주사(이렇게 노래로 주님을 사랑하는 모임)의 아름다운 소리가 현정수 신부의 지휘로 청량산 산자락을 휘어 감는다. 성악가 한청복 교무가 정률스님과 함께 가을 정취 물씬한 세레나데를 선보이고, 가톨릭과 불교와 원불교의 여성 수행자들로 구성된 삼소회가 평화의 노래를 선사한다. 불교쪽에서는 운산스님의 대금연주를, 심진스님과 법능스님의 음성공양을 한다. 청량산의 아름다움이야 이날 무대에 오르는 소리꾼 장사익씨, 그룹사운드 ‘HE-5’의 김광석, 국악인 박애리씨로도 능가하지 못할 터.
이어 각 지역별로 주제가 있는 축제로 자리잡은 공주 영평사의 구절초 산사음악회, 단양 광덕선원의 단풍축제를 곁들인 음악회, 달마산과 다도해가 만나는 해남 미황사의 작은음악회, 북한산 심곡암의 아주 오래된 음악회 등이 뒤를 잇는다. 이 가운데 부산 범어사에서는 10월14일 오랫동안의 불화와 반목을 털어내고 화해와 원융을 다짐하는 대규모 문예대전을 열고, 강원도 월정사에서는 불교문화축전이라는 이름 아래 한국의 불교문화를 최대한 짜임새 있게 보여줄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월정사 축전에서는 문수신앙의 발원지인 중국 오대산 불교유적 사진전과 문수신앙 유물 특별전도 함께 열린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