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뜬 달을 조명 삼고 붉게 물든 단풍을 무대 삼아 벌이는 산사음악회가 올해도 풍성한 가을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러지는 화려한 봉화 청량사의 산사 음악회, 지역주민들의 조촐하고 따뜻한 잔치마당인 미황사의 산사 음악회는 뭇 음악회 가운데 으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가파르기로 소문난 경북 봉화 청량산의 청량사가 해마다 산사 음악회를 여는 가을 이맘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사찰 입구에서부터 걷기 시작해 막바지에는 거의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30분쯤 올라가야 하는 힘든 코스인데도….
올해 4회째인 청량사 산사 음악회는 좀 각별하다. 비구니와 수녀, 원불교 정녀(결혼하지 않기로 서약한 여자성직자)가 함께 서는 음악회이기 때문이다. 세 종교가 어우러지는 자비와 사랑의 평화 어울마당인 것이다.
원광대 성악과 동창인 비구니 정율스님과 원불교 한청복 교무가 함께 찬불가인 ‘바람부는 산사’를 부르고, 가톨릭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그룹 ‘이노주사(이렇게 노래로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가 현정수 신부의 지휘에 따라 무대에 오른다. 비구니와 수녀, 원불교 정녀의 모임인 ‘삼소회’도 대중가요 ‘만남’ ‘사랑으로’ 등으로 노래인사를 한다.
미황사는 지역주민들이 무대의 주인이자 관객이 되는 조촐하고 따뜻한 무대를 꾸미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달 23일 오후 1시부터 창건 1,255주년 미황사 괘불제를 시작으로 오후 4시에는 새로 조성한 달마범종의 타종식이 열린다. 오후 6시부터 산사 음악회 ‘달이랑 별이랑 사람이랑’이 펼쳐진다.
서울 북한산 심곡암은 서울이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대중가수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내달 31일 오후 1시에 남궁옥분 등 대중가수들이 출연하는 무대를 만들 예정이다.
이밖에도 봄에 영화축제를 연 오대산 월정사, 고창 선운사, 공주 영평사 등지에서 산사 음악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무경기자〉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