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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일보]구름으로 山門 짓고 바람모아 讀經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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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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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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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 15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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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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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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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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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청량사
구름으로 山門 짓고 바람모아 讀經 소리
봉화에서 안동방면 35번 국도를 따라 명호면 소재지를 지나자 이나리강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힘찬 구령소리가 들려온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남·여들이 노를 저으며 무더위를 쫓는 모습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그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도립공원 청량산관리사무소가 나타나고 바로 앞 다리를 건너면 세속과는 무심하게 청량산 중턱에 고고하게 자리잡은 청량사로 가는 길이 곧장 이어진다.
굽이굽이 이어진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30여분 산을 오르는 동안 다람쥐와 산나리가 나그네를 반겨줘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산사 음악회로 유명한 절, 바람과 구름이 머물고 가는 절이 바로 청량사다. 최근 지현 주지스님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란 수상집을 내 화제가 되기도 해 걸음이 빨라진다.
청량사 입구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사찰내 전통 다원,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라고 명명된 안심당이다. 청량사와 청량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해 숨을 돌리고 삶의 여유를 갖게 하는 넉넉한 공간이다. 안심당은 때때로 대중에 대한 포교의 장소로도 이용되며, 수익금은 전액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 전통 다원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은 은은한 전통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그곳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법당인 유리보전까지 올라가는 동안 왼쪽 절벽 가득히 자라난 산나리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유리보전 뒤로 보이는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 봉우리인 연화봉이 저만치 위치한 금탑봉과 어울려 환상의 경치를 보여준다. 이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가을 밤 열리는 산사 음악회는 신비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불교 조계종 산하로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인 청량사는 이름 그대로 고귀함을 간직하고 있다. 청량산의 거대하고 빽빽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열두봉우리 중 연화봉 기슭 한가운데 연꽃처럼 둘러쳐진 꽃술 자리에 자리잡은 청량사. 신라 문무왕 3년(663)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됐다고 전해지며, 송광사 16국사의 끝 스님인 법장 고봉 선사(1351~1426)에 의해 중창된 천년고찰이다. 창건 당시 승당 등 33개의 부속건물을 갖춘 대사찰로 봉우리마다 자리잡은 암자에서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청량산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불교를 억압하는 주자학자들에 의해 절은 피폐해져 현재는 청량사와 부속건물인 응진전만이 남아 있다.
청량사의 법당인 유리보전은 창건연대가 오래되고 짜임새 있는 건축물로,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47호로 지정돼 있다. 삼각우총의 일직선상에 있는 유리보전은 고려 공민왕의 친필인 유리보전(琉璃寶殿) 현판이 있다.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라는 뜻인데 약사여래불은 모든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주는 의왕으로서 신앙되는 부처님이다. 이곳에 모셔진 약사여래불은 특이하게 종이를 녹여 만든 귀중한 지불로, 협시불인 문수·지장보살과는 달리 단 한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고 하며 지금은 개금불사를 다시 해 잘 보존돼 있다.
청량사 부속건물인 응진전은 원효대사가 수도를 위해 머물던 장소다. 응진전 뒤로는 거대한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 바위가 마치 9층으로 이뤄진 금탑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다 층마다 소나무들이 테를 두른 듯 암벽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가을이 되면 이름 그대로 금빛 봉우리로 변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응진전은 고려말 노국공주가 16나한상을 모시고 기도 정진한 곳으로 응진전 왼쪽 바위에는 부처님의 발 모양을 닮은 불족암과 내청량산의 불수암이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이룬 불국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지인 지현 스님의 거처인 심우실(尋牛室)에 들어가자 단정한 용모의 스님이 오대산에서 채취한 차를 대접한다. 눈빛이 무척 영롱하다는 인상을 주는 스님은 올해는 추석을 피해 9월18일에 제4회 산사음악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음악회는 가톨릭과 불교, 원불교 등 각기 다른 종교의 음악인들이 한자리에 어울려 가을 밤 대화합의 장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깊은 산골짜기에 어떻게 이처럼 아름다운 절을 만들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폐허가 된 절을 지현 스님 혼자서 현재의 절로 가꾸어 놓았다는 답변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71년 범어사에서 법종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후 소천 스님 밑에서 금강경 등 교학을 체계적으로 배운 지현 스님은 86년 현재 부석사 주지인 근일 스님이 청량사로 가서 수도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무작정 청량사로 왔다고 한다.
"당시에는 신도도 한 명 없고 건물이래야 폐허가 되다시피한 유리보전 한 채 뿐이었습니다. 온통 묵정밭 뿐이던 이곳에 제가 흙을 나르고 나무를 날라 건물을 지었죠. 지금은 신도 수가 2천600여가구 되는데다 수행하는 스님만 여섯 분이 있습니다." 지난 18년동안 경운기를 몰고 포교에 참가하는 등 농민 포교를 위해 출장 포교의 새 장을 연 지현 스님은 조계종 중앙종회 포교분과 위원장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좋은 벗 풍경소리 총재, 영주시장애인복지회관장 등을 맡고 있다.
"가을이 되면 석양에 비친 금탑봉이 환상적이지요.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운데 산아래 소식은 청량산에 온천을 개발한다느니 골프장을 조성한다느니 말들이 많아 가슴이 아픕니다. 자연은 원형 그대로를 유지할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심우실 문 밖으로 눈길을 던지며 가만히 한숨을 내쉬는 스님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아 보였다.
청량산에는 관창폭포와 최치원의 유적지인 고운대, 김생굴, 공민왕당 등 문화유적들이 즐비하다. 이 때문에 봉화군은 도로를 넓히고 거대한 청량산 관문까지 만들며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도 도량인 청량사가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채 산사음악회의 명소로, 중생을 구제하는 곳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많은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는듯 했다.
/글·사진=김제덕기자 jedeo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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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4-09-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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