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지기의 포교.수행이야기
지현스님을 아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수행자’로 부른다. 멀리에서도 향기가 나고 어느 곳에서든지 연꽃을 피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지현스님은 아름다운 자태의 연꽃봉우리로 갓을 쓴 경북봉화 청량산 청량사에 산다. 깊고 깊은 산골짜기를 따라 헉헉거리며 걷다보면 탈속한 수행자의 모습을 한 청량사가 보인다.
‘땅 땅 땅’ 어디선가 망치소리가 들려왔다. 지현스님은 계단으로 쓰이는 침목을 망치질하고 있었다.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서, 찬바람이 한번씩 지날 때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사진설명: 청량산 산골짜기에 부는 바람처럼 지현스님의 미소가 상쾌하다. 김형주 기자
“겨울 산에도 새들이 깃들 듯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폭설이 내린 어느 날 아침 장지문을 열고 세상을 보면 온 산천에 눈꽃이 피었음을 압니다.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속에서 문득 사람들과 짐승들이 생각납니다. 부리나케 일어나 빗자루로 눈을 치웁니다. 아무도 올라오지 않을 길이지만….”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은 청량산에 살며 나눈 자연과 인간 그리고 수행 등 지현스님의 속살같은 이야기들을 빼곡히 담고 있다. 홈페이지를 개설해 그때 그때마다 생각나는 단상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책으로 세상사람들과 만나게 된 것은 누군가가 ‘문서포교’도 중요한 포교중 하나라고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자연이 주는 법문은 한량없습니다. 그러나 저와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신도들의 법문 또한 그지 없이 아름답습니다.”
경운기 몰고 다니며
마을법회 열고
매년 산사음악회…
글쓰며 텃밭 일구는
“농부이자 수행자”
‘곤혹스러움’ 보다는 ‘포교’라는 대의를 선택했다는 스님은 아직도 책을 어루만지며 쑥스러워한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에서는 경운기를 직접 몰고 마을 법회를 열고, 전국에서 제일가는 산사음악회를 매년 선보이는 지현스님의 포교에 얽힌 이야기들이 담백하면서도 정갈한 언어로 담겨있다.
“나의 농업은 재배하는 작물의 가짓수로 따진다면 가히 대농이라 할 만하다. 그것을 품목별로 한번 열거해보자. 토마토 오이 감자 검정콩… 고욤나무 자두나무 앵두나무….”(나의 농업)
그러나 지현스님은 농부이자 수행자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뜨락을 거닐다 보면 계곡 사이로 물안개가 스멀스멀 조금씩 올라온다… 청량산 물안개는 소리도 없이 몰려와서 잠시 산과 절을 점령했다가 역시 소리 없이 물러가곤 한다… 나는 그들과 친해졌다. 이제 새벽이면 그들은 나를 만나러 올 것이다.”(청량산 물안개)
차 한 잔을 마신 스님은 망치를 손에 들고 일어섰다. “오늘 해야할 운력을 저녁 예불 전에 마쳐야지요.”
지현스님은 영주의 장애인복지관 관장을 맡아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린 불자들을 위해 찬불동요를 만들고 있는 ‘좋은벗 풍경소리’ 총재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지현스님은 경북 봉화 청량산 골짜기에서 그렇게 산다.
이상균 기자 gyun20@ibulgyo.com
[불교신문 1997호/ 1월13일자]
2004-01-10 오전 12:13:3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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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