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김장독 / 정필자
아주 오래 전, 시골마을 부부교사가 뻐꾸기왈츠 울려퍼지는 교정을 가로질러
점심밥을 먹으러 가지요 사택 마당 한 켠 커다란 입만 내놓은 김장독에서 막
꺼낸, 겨울의 냉정과 가을의 온정이 잘 버무려진 김장김치 한 포기 된장찌개가
전부인 밥상에 행복했던 그날의 그 김장독이
오월마당에 앉아있어요 지금
어머니!
부르면 당장이라도
용달차에 김장독을 실어보내시던
그 몸짓으로 달려나오실 것만 같은데
정녕, 당신은
불어오는 청람의 노래 속에 쑥내음이 물결지고
다투어 푸르러지는 신록들의 알콩달콩 이야기에
신혼도 꿈꿔보시는, 아버지와 손잡고 누우신
푸른 잔디 금잔디 철 따라 옷갈아 입는 흙집이 좋으시다고요
하여, 말끔히 씻어 반들하게 닦아
어머니 뵙듯 곁에 두고 싶었던 김장독!
집안부처 남편과 금싸라기 자식에 눈 멀어, 때때로
잊었던 어머니처럼 버려두었는데
어버이날 이름붙은 오늘 겨울반양식 꿀맛 같던 그때
그 사랑으로 갈무리 하려고요
이제, 눈물샘 말라붙은 중년
사무치는 그리움일랑 내동댕이쳐도 되잖나요?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