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은 오늘 대중공사를 계기로 가칭 ‘미래세대위원회’를 발족해 미래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공감하며, 그들이 주인 되어 종책을 만들어 집행할 수 있도록 희망의 발걸음을 시작하겠습니다.”
조계종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는 어린이·청소년·청년 포교를 위한 ‘미래세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24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2차 대중공사는 ‘불교,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대중공사 위원들은 오전 10시 입재식 후 오후 1시부터 ‘주제별 난장’을 진행했다. ‘주제별 난장’은 ‘월드카페’를 본 따, 주제별로 마련된 ‘난장(亂場)’에서 30분씨 2곳의 난장을 돌며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업·빈곤에 결혼 출산 포기하는 고통·아픔에 깊이 공감
대중공사를 마친 후 추진위원회는 이날 논의 결과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는 그동안 조계종이 어린이·청소년·청년 포교에 양적 성장에만 매달린 것을 고백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종단 차원의 고민과 대안 마련을 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각 난장에서 낸 의견들이 초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대중공사 추진위는 우선 미래세대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말로 논의 결과(초안)을 정리했다.
“우리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참가자들은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소년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들이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정도로 힘겨워 하고 있는 데도 우리 불교계는 그동안 기성세대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서도록 하는 데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미래세대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과 생활을 함께 하기 보다는 포교의 대상으로 객체화시켜 양적인 성장에 치중하였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이어 희망의 씨앗을 뿌려 미래세대가 절망에 빠 않도록 함께 숨 쉬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이제 우리 대중공사 참가 대중들은 중생의 고통을 나누어 짐으로써 온 세상의 평화와 행복을 구하였던 대승불교의 전통을 되살려 미래세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애환에 주목하고, 그들을 부처님으로 모셔 함께 희망의 씨앗을 심겠습니다. 종단이 가진 인적 물적 문화적 역량들이 그들을 위해 충분히 쓰일 수 있도록 함께 호흡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미래세대위원회·불교대학학교 설립 등 약속
대중공사 추진위는 미래세대를 위한 종단적 역량을 모으기 위한 방법도 드러냈다.
추진위는 “종단은 오늘 대중공사를 계기로 가칭 ‘미래세대위원회’를 발족시켜 미래세대와 직접 소통하면서 공감하고, 그들의 주인이 되어 종책을 만들고 함께 집행할 수 있도록 희망의 발걸음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교구본사와 주요 사찰들과 협의해 지역별로 특성화된 불교대안학교 설립에 즉극나서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불교인재 육성을 적극 추진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추진위는 “저소득층 청소년, 청년, 관심사병, 다문화가정, 미혼모 등 소외 계층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확대하고 청소년, 청년 군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불교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사찰을 미래세대가 필요로 하는 공간(기능별)으로 재구성하여 사찰의 기능과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고, 농촌 및 산중사찰의 물적 자원을 미래세대를 위한 교류 및 소통, 활동의 공간으로 탈발꿈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2차 대중공사에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참석해 주제별 난장에 참여해 의견을 내면서 자리를 지켰다.
자승 스님 “인사고과에 직할교구 20%만 지지하더라”
자승 스님은 1난장 ‘절에 가면 재미없어’ 에서는 수원포교당 주지 시절을 회상하며 사찰 유휴 공간을 활용해 ‘사찰 어린이집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스님은 “83년도에 수원포교당 주지를 했는데, 유치원을 하려다보니 절차가 복잡해서 요사채 하나에 ‘연꽃어린이집’을 짓고 등록금 대신 인등비를 받아 자모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했다.”며 “최근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규모가 작아도 사찰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어린이법회의 중요성과 인사고과 제도를 통해 어린이 포교를 잘 하는 스님에게 점수를 많이 부여했다고도 했다.
자승 스님은 “33대 총무원장 당시 직할사찰에 한해 주지인사고과제를 실시했고, 고과 중 어린이포교에 가장 점수를 많이 부여했다”고 했다.
이어 “그 다음이 지역사회 복지와 지역사회 문화혜택 부여다. 이것을 4년 시행했더니 서울근교 공찰 중 상당수가 어린이포교에 관심을 가졌다”며 “그랬더니 34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서울에서 지지율이 20% 밖에 안 나오더라.(웃음)”고 했다.
자승 스님은 “주지를 하려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편히 살고 싶은 사람은 주지하지 말고, 주지를 하려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5난장, ‘김일병 왜 법당가니에서는 군 포교와 교도소 포교에 복안을 밝혔다.
“대중공사 조급함 가져선 안 돼…대년 대중공사 Ⅱ”
자승 스님은 “군종하례식 때 전역 참모총장에게서 ‘스님들이 빈 법당에 무관심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는 교도소도 마찬가지다.”며 “본사와 군법당, 교도소를 연계해 매주 순번제로 법회를 여는 것을 시스템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대중공사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자승 스님은 “오늘 제기된 의견이 당장 실현되리라는 조급함을 가져서는 안 된다. 대중공사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필요하다면 2016년에 ‘대중공사 Ⅱ’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종합토론에서 미래세대위원회 박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자승 스님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미래세대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오늘 하루 동안 모은 귀중한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미래세대위원회에 현장활동가 스님 학자 등 다양한 위원으로 다양하게 구성하겠다”고 했다. 또 “위원회는 길게는 1년까지 보고 있다. 오늘 한 이야기 그대로 흘러가면 안 된다”며 “ 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 종단 포교가 위원회에 달려있다는 심정으로 집행부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청량사 어린이밴드 어린이포교 중요성 보여줘
2차 대중공사에서 단연 인기는 경북 봉화 청량사 어린이 밴드와 사물놀이팀이었다. 무거운 주제에 얼굴이 굳어졌던 위원들도 어린이들의 공연에 함박웃음이 터졌다.
어린이밴드 리더 김유민(영주 동부초등학교 6) 양이 “총무원장 스님 박수 좀 쳐주세요”라고 말하자, 자승 스님을 비롯해 100인 위원들은 한바탕 웃으면서 밴드 공연에 빠져들었다.
어린이 밴드와 사물놀이패는 경북 봉화 안동 영주 지역에서 매주 청량사에 나오는 어린이법회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주 정기적인 법회와 연습을 통해 매년 열리는 산사음악회에서 실력을 뽐내 관람객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새벽밥을 먹고 달려와 미래세대를 위한 고민에 빠진 100인 위원들에게 어린이포교의 중요성을 몸으로 보여줬다. 청량사 사물놀이팀은 흥겨운 우리가락을, 어린이밴드는 ‘나성에 가면’ ‘부처님이 좋아요 같은 노래를 선물했다. 공연 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어린불자들에게 직접 선물을 주고 격려했다.
2차 대중공사에서는 이채은 대불련 중앙회장이 수백만 원의 학자금을 대출 받고 하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고백과 함께 대불련 활동을 위해 1년 간 휴학했다고 이야기 했다.
이에 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은 이채은 회장과 대불련 집행부 학생들에게 내년도 복학 때 장학금을 주기로 약속하고, 대중공사에 참석해 대학생 불자들과 젊은 세대의 애환을 브리핑해 준데 감사의 뜻으로 이날 참관한 대불련회원들을 위해 회식비를 전달하기도 했다.
176명중 108명 참석…30여 명 도중에 떠나
2차 대중공사는 아쉬움이 컸다. 실험적 토론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위원들이 주제별 난장과 종합토론에서 혼란을 겪었다. 위원들의 발언기회도 부족했다.(“의견 반영 안 되고, 토론시간 부족” 기사 참조)
167명으로 출발한 사부대중 100인 위원은 이날 정도 스님(종회의원), 동광 스님(법계위원), 유곡 스님(동학사 주지), 무구 스님(서산 옥천암 주지), 김윤희 맑은소리 대표, 김용숙 아줌마는나라의기둥 대표, 박재현 화쟁아카데미 사무국장 등이 새롭게 위원으로 선임돼 총 176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첫 의제가 논의되는 자리임에도 스님 66명, 재가자 42명 등 108명이 참석해 61%의 출석률을 보였다. 또 대중공사 지각생도 많았고, 중간에 자리를 떠난 위원도 많았다. 대중공사가 진행되는 중간, 점심시간과 주제별 난장이 진행되는 사이 여러 위원들이 자리를 떠나 종합토론과 회향식에는 80여명만 자리를 지켰다.
이 름
mytrea7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