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만큼이나 어수선하고 분주했던 2009년의 마지막날을 보내고 청량산행 버스를 탔다.
피곤했던 것일까 한 세시간여 자고 나니 입석. 일출에 맞추느라 버스에서 기다리는데...
지금 올라가면 새벽예불에 참석할 수 있는데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쟤는 오랫만에 산악회 나와서 뭐야? 절 가려고 따라 왔나' 할까봐서^^:;
아침으로 굴 넣은 시원한 떡국을 먹고서 오르는 길.
유난히 발걸음이 가볍다.
4년전 입석에서의 총총한 별들과 밤하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유성을 기대하며 올라다 본 하늘에
오늘은 교교히 흐르는 달빛이 설레임을 더한다.
산행으로 맺어져 찾게 된 청량산 청량사는 살다 힘들 때 몰래 꺼내 보고 위안 삼는 내게는 그런 곳인듯하다.
응진전의 불빛이 가까이 다가오매 회장님께 청량사로 빠지겠다 하였는데....나중에 보자시며 가버리셨다^^:;
보통 중간에 하산하거나 일이 생기면 부등반을 한명 딸려 보내는데 연약한 나보고 혼자 가라고..
저 어둠속에서 한마디 걱정의 말도 없이... 난 여자도 아닌가 보다.
부등 한명 딸려 보내겠다 하면 괜찮다며 거절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ㅠㅠ
그러나 역시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씩씩하게 혼자 내려와 보니 새벽의 청량사는 분주하다.
스님들의 비질에, 분주한 공양간에, 새해 첫 일출을 보려는 참배객들까지...
법당앞에서 주지스님을 뵈어 인사드리고 들어서니 처음에 무섭게 느껴졌던 약사여래부처님..
한결 부드럽게 '어서 오너라' 반겨 주시고~
몸도 가벼운 김에 천배를 해볼까며 시작한 절은 400배를 채우지 못했다. 의지가 약해진 탓이려니...
석가모니불과 관세음보살을 외다가 약사여래불은 익숙치않다.
또 일출을 봐야 하는데 하는 조바심에^^:;
주지스님과 이른 아침에 차를 마시면서 그동안 뜸했던 나의 사정을 구차하게 늘어 놓았다.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변명만...
나와 우리 산악회 식구들을 위하여 쉴 수 있게 새로이 지은 '일소당'을 내어 주셨는데
청량사의 여느 방들처럼 정갈하고, 벽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법구경의 한구절도 있다.
'큰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시 예불을 들어 갔는데 강산애 식구들 예정보다 일찍 하산하여 스님께 청하여 법당에서 법문을 들었다.
'화합과 인연의 소중함, 청량사의 유래와 부처님들의 보물지정 소식까지..'
새해 첫날의 뜻갚은 법문에 산악회 식구들도 모두 한생각에 잠긴듯이, 감동적이었던듯.
서둘러 기념촬영을 하고 돌아서는데 스님...
"안심경님, 조용할 때 혼자 한번 다녀가십시오" 해 주신다..
힘들고 분주할 때 다 내려놓고 와서 쉬고 가라는 말씀이려니..
그 배려심에 마음이 따뜻하고 찡하다. '그리하겠습니다'며 돌아서 오는 길...
회원들 모두 좋다, 감사하다...하다가 스님이 어찌 그리 잘 생기셨냐고, 말씀도 잘 하시고,
연세는 어찌 되시냐 부터 승납까지...에고 에고 난리도 아니다. 다음에 갈때 꼭 데려가라는 이까지^^
봉화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길
버스길도 밀리지 않아 좋았고, 한파가 오리라던 산은 바람이 없어 많이 춥지도 않았고,
아주 오랫만에 멋진 일출들을 보았다고 다들 만족해 했고, 스님의 법문이 있어 더 좋았던
의미 있었던 2010년의 새해 첫날의 청량사행이었다.
스님^^
사진과 청량사 기행기(?)가 너무 늦엇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p.s. : 사진은 아무래도 용량이 맞지 않은듯...다시 올릴께요^^:;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