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차를 한잔 내 올리겠는데 그 차에 대하여 설명을 드릴터이니 무슨 차인지 아시겠는지요.
이 차는 법제가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게 법제를 해서 마실 줄 아는 풍류차인이 드물고, 또 법제를 할 줄 안다 할지라도 그 맛을 아는 자는 더욱 더 드문 것이 지금의 차 마시는 이들입니다.
끓는 물과 간단한 다구가 있다면 어디서든 못 만들 데 없지만은 이른 봄 다른 꽃들이 피지 않은 때, 깊은 산중에서 마시는 차가 향이 좋습니다.
그 탕색은 맑고 고요하기가 그지없고, 다관에 차를 우려 따를 때 고요히 흐르는 물 소리는 천지에 없는 소리입니다. 그 맑고 청아하기가 천상의 음악 소리인 듯 하다가 그 마지막 찻물 한 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천지를 삼키고 남음이 있습니다.
차를 청하여 앉으면서부터 퍼지는 향기는 다실을 넘어 온 도량에 가득하고, 그 맛 또한 천하의 일품입니다. 누구든 차 맛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특히, 차를 자주 하지 않는 이가 마시면 그 맛을 가늠하기가 도저히 어렵습니다. 또한 그렇다고 대단한 차인들이나 그 맛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맛을 아는 이가 그 차를 마셔보고 이야기한다면 천지의 모든 맛을 다 맛보아도 다다를 수 없는 그윽한 경지에 있고, 그 차의 효능은 능히 만병을 고치고, 못할 게 없는 그 맛이라 할 만 하지만, 차 맛 모르는 이가 마신다면 가히 맹물과 다를 바 없다 할 것입니다.
찻잔을 통해 전해오는 그 뜨겁거나 차가움은 차 맛 아는 이에겐 더 이상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그 차를 설명할만큼 했으니, 그 차가 어떤차인지 아시겠습니까?
올 봄 청량산에 한번 오르시지요. 날 맑은 날 마루에 앉아 마시는 차가 최고입니다. 제 한잔 끓여 올리겠습니다.
은사스님의 '동박꽃차'에 기대어
청량산 청량사 승가 학인 운문 합장.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