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의 바람소리
세월을 갓 속에 담아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을 세치 혓바닥으로
토해내던 그 옛날 조선의 선비들.
청량산을 와 보지 않고
풍류를 논하지 말라고 했던가.
공룡이 노닐다가
실수로 알을 품어 놓은 듯,
올망졸망 자리하고 있는 민둥산 봉우리.
사이사이 비경들을 숨겨놓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아낙네 같음이
수많은 선비들을 유혹 하였나 보구나.
길게 늘어진 협곡의 용머리를 따라
쉼 없이 솟아오르는 칼바람
오늘따라 얇은 옷깃을 여미는 보살님들은
싫은 듯, 살며시 얼굴을 찡그린다.
세월을 낚는 선비가 칼바람을 만나면
청량산 아낙네 속치마 들시 보듯,
신비롭고 아름다운 노랫가락이 저절로 난다던가.
민둥산 봉우리 사이에 그 바람 솟아오르니
단풍이든 낙엽이든 한번 날아오르면
곧 바로 고향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네.
그 예사롭지 못한 풍광이
우리 보살님 머리와 부딪치니
부처님 법음이 저절로 흘러나오는구나.
"날개 없이 날아가는 저 새들 좀 보소.
날개 없이 날아가는 저 천사들 말이요."
목소리가 아름답던 그 옛날의 선비님들
기억하고 있을까!
날개 없이도 창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저 새들의 존재를.
일만 이천 비경을 지닌 금강산이 더 청정하고 아름다운가,
만물상을 장엄하게 수놓은 설악산이 제일인가,
아낙네 속치마에 가려져 알듯, 모를 듯, 청량산이 더 아름다운가.
만공선사의 만월은
온 세상을 비추고 있으나
만공선사의 빛이요,
강백선사의 목소리는
천하에 요동치고 있으나
강백선사의 목소리일 뿐이며,
앞산의 작은 소나무
청정한 그 모습으로 중도를 잃지 않고 있으니
우리 보살님 청정한 목소리가
부처님의 바람을 타고 창공을 날아가는구나.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