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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 중 하나로 꼽히는 경북 봉화의 청량사는 도량 못지 않게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6일 열린 청량사 산사음악회에 전국에서 1만2000여명의 청중이 몰려든 것만 해도 그렇다. 지금이야 웬만한 사찰치고 산사음악회를 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됐지만, 연륜이나 규모, 수준을 가릴 것 없이 산사음악회는 역시 청량사가 원조다.
산사음악회에 이어서 열린 사진전을 비롯, 청량사에는 봉화영주 문학회 시화전, 유화전 등이 시시때때로 열린다.
“요즘은 창단한 지 15년 된 합창단의 공연 준비와 청량산 문화연구회의 일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청량산 문화연구회는 청량산 일대에 흩어진 공민왕의 유적들을 조사하기 위해 만들었지요.”
지현 스님이 20년 전 폐사지를 방불케 하던 이곳에 주지로 부임한 지 20여년. 경북 오지의 비가 새는 절을 가꾸고 닦아 아름다운 ‘상전벽해’를 일궈낸 것도 그렇지만, 스님이 벌이는 문화 행사는 하나하나가 문화기획 전문가가 보기에도 참신하고 세련됐다. 척박한 문화환경을 지닌 오지 주민들을 위해 기획한 산사음악회가 그렇고, 각종 전시회가 그렇다. 매해 부처님 오신날 연등들고 제식훈련하듯 걷기만 하던 제등행렬을 종합문화행사가 있는 연등축제로 바꾼 이도 바로 스님이다. 스님은 또 ‘좋은벗 풍경소리’라는 단체를 이끌며 찬불가와 찬불동요 수백곡을 만들어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노래방으로 보급하기 했다.
대중들의 변화하는 감각과 트렌드를 읽고, 여기에 적합한 문화를 일궈냈다는 이야기다. 그가 직접 쓴 책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도 길은 있다’에도 시인의 감성이 물씬 묻어난다.
이게 물론 우연은 아니다. 근원은 역시 책이다. 스님은 저녁 예불을 마친 뒤 처소인 ‘심우실’로 돌아가면, 매일 얼마간은 반드시 이런저런 책을 읽는다. 최근엔 노스님의 절판된 유작 ‘우주의 소리’(세신각)에 빠져 있지만, 시집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도 많다.
“얼마 전엔 이호신 화백이 쓴 ‘그리운 이웃은 마을에 산다’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국내의 오지 30곳을 발로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글로 쓴 책인데, 이 화백의 본업이 화가니까 그림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제게 더욱 다가든 것은 글이었습니다. 수채화를 그리듯 담백하면서도 정겨운 글의 향취가 공감을 자아내더군요.”
청량산 인근 경북 봉화의 닭실마을을 비롯, 푸진 굿의 마을 전북 임실 필봉산 필봉마을, 옥산서원의 마을 경북 안강 옥산 세심마을, 새하얀 눈꽃 속의 황토방이 있는 강원 삼척 육백산 너와마을 등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많은 여러 오지의 모습이 스님이 처음 청량사에 왔을 때의 느낌을 주는 것도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스님의 본분은 누가 뭐래도 수행자다. 그가 ‘조계종 총무원이나 각종 시민단체의 대표로 나선 것도, 절에서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수행과 관련돼 있고,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노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매일 새벽 세수할 때 삭발한 머리를 매만지며 수행자의 본분을 되새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11-19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