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바람 휘감는 奇巖사이 그 품안에 솟아오른 ‘꽃술’
연꽃을 닮은 열 두 봉우리가 있는 청량산으로 향한다. 지난 13일 맑은 낙동강 상류를 따라 올라가다 무릉도원같은 계곡 입구에서 차를 멈추었다. 청량산에 도착했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청량산은 전남 영암의 월출산, 경북 청송 주왕산과 함께 3대 기악으로, 또한 아름다운 풍광으로 ‘소금강’으로 불리운다.
매표소를 지나 청량산으로 오르는 산행 들머리는 일반적으로 세 곳이 있다.
청량폭포와 정자가 있는 선학정, 그리고 입정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사찰에 빨리 오르고 싶은 욕심에 청량사에서 가장 가깝고 사찰 일주문이 있는 선학정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가파른 길이다. 겨울철 눈이라도 내리면 어쩔까. 괜한 걱정이 든다. 20여 분을 오르니 사찰이 모습을 드러낸다. 청량산 청량사, 이름 만큼이나 맑고 시원한 모습이다. 전통찻집 안심당과 종각을 지나 유리보전 앞에 섰다. 주위를 둘러본다.
<사진>금탑봉 중층에 위치한 어풍대에서 바라보이는 청량사 모습. 입석에서 응진전을 지나 보살봉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사찰을 감싸고 있는 바위들은 한번 눈길을 주면 좀처럼 다른 곳을 쳐다볼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다. 조선시대 유학자 주세붕이 청량사을 유람하고 남긴 <유청량산록>에 보면 자소봉 아래 11개, 경일봉 아래 3개, 금탑봉 아래 5개 등 19개 암자에 대한 기록이 전한다. 이후 1608년 간행된 <영가지>에는 총 25곳의 암자가 등장한다.
봉우리 계곡 곳곳에 수행자들의 정진열기로 가득했으리라.
하지만 조선 중기이후 유교의 보편화로 인해 점차 사찰들은 사라지고 청량사와 응진전만이 겨우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을 무렵 청량산은 최근 다시 유명해지게 된다. 일주일 전인 지난 6일 밤 산 봉우리 위로 별들이 가득차 있는 이곳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주지스님의 말에 따르면 1만2000여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사진>기암괴석 아래 자리한 응진전 모습.
모든 불빛은 사라지고 산에 온통 별빛이 가득했다. 촛불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산 전체를 장엄하는 순간 장사익씨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고 음악회는 최고조에 다다랐다고 한다. 스님의 입을 통해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전해 들었을 뿐인데 뭉클한 감동이 올라왔다.
유리보전 안에 모셔져 있는 약사여래부처님께 참배를 하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산의 주봉인 보살봉(자소봉)으로 향한다.
30여분 동안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진다. 다리가 뻐근한 통증으로 비명을 지를 무렵 연적고개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미 삼거리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더위가 사라지나 싶으면 금새 겨울이 온다. 짧은 가을을 느끼려면 보다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청량사에서 자소봉까지는 1km가 약간 넘는 길이지만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철계단이 나오는 자소봉 바로 아래 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약간의 한기마저 느껴진다. 자소봉에 오르니 좁은 공간에 이미 사람들이 빼곡이 서 있다. 청량사가 위치한 내산의 바위봉우리들의 모습이 잘 조망되지는 않는다.
자소봉을 내려와 금탑봉으로 향한다. 김생굴을 지나 금탑봉 중층에 위치한 어풍대에 도착하니 비로소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다. 기암괴석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청량산의 연꽃 같은 봉우리와 연꽃 꽃술에 자리한듯한 청량사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수 있다.
<사진>보살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
별빛이 가득 산을 메우던 음악회는 끝났다.
하지만 이제 곧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붉은 나뭇잎을 스치며 청량(淸凉)한 소리가 산에 가득할 것이다. 바람과 소리가 만나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음악회가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불교신문 2372호/ 10월31일자]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