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추수를 끝낸, 아직 알싸한 내음이 맴도는 빈 들엔
얌전한 햇살이 잔잔한 바람의 무등을 타고...
오후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지금, 가을은 마냥 착하다
그렇게 날을 세웠던 날씨는 어느결에 도망질을 했는지
사실 춥다라는 말이 입에 달라붙었던 사흘이었다
그러나, 난 춥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가을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을에게 많이 미안했다
가을이 그렇게 쉽게 갈 리가 있겠는가
이제 한껏 제 모든 것을 펼쳐낼 일만 남았는데...
만산홍엽이 연주할 화려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우린 성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소슬바람 한자락에 마음을 실어 여행길에도 들고
깊어지는 산빛 따라 사색의 강가에도 머물고
탐스런 국화가 노래하는 꽃향기에도 젖어 보고
떨어지는 낙엽을 긁어모아 낙엽타는 냄새를 지켜도 보고...
그가 우리에게 주는 아름답고 귀한 선물을 아직 다 챙기지 못했는데
그래, 그는 제 멋진 위력을 시험해 보려고
아주 잠깐 겨울같은 친구의 안부를 물었을 뿐인데
그렇지 않아도 짧은 가을이 그만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나는 조바심을 쳤던 것이다
보란 듯이 그럴리가 있느냐는 듯이 그는,
가을은, 부신 볕과 서늘한 바람 속에 그들의
빛나는 축제를 위해 10월의 가슴에 길게 자리를 폈다
아직은 시월이라고 아직은 할 일이 있다고
물들어 가며 익어가며 짙어가며 또한
머지않아 버리며 비워야 하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그렇게
드높은 파란 하늘을 열면서.
***청량사 님!
청량사의 날씨도 많이 순해졌겠지요^*
오늘은 가을이 참 예쁘네요
월요일~~~ 행복한 한 주 되세요!!!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