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온 다음날 아침은 부산스럽다
커튼을 젖히고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 하얀 나라를 보는 듯해 좋기도 하지만 눈 치울 일을 걱정한다
눈 은 쌓여 있다가 스스로 녹기도 하지만 대문까지 나가야 하는 길을 내는 것도 대문앞 큰길가를 치우는 것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이 있다면야 같이 하자 해서 밀어내면 되지만 혼자 해야 하니 마음만 급하다
아직도 눈은 싸락 눈을 내리고 있다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꽤 많이 내렸다
온통 하얀 눈으로 쌓여 있어 순백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마음이 보는 것을 떠나 치울 걱정을 하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손주에게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손주가 사는 곳엔 눈이 많지 않다
사진을 찍어 할아버지가 사는 집에 하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손주가 있으면 옷을 두둑히 입혀 눈쌓인 마당에 눈사람을 같이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법도 가르켜 주었을 것이다
우선 넉가래로 다닐 길을 밀어 내었다
하얀 눈위에 오솔길이 났다
집둘레를 밀고 난 길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다
매년하는 사진 찍기지만 눈쌓인 집주변 풍경을 아들에게 보내 줄려한다
"네가 살 집이니 잘 보아두고 네가 살러 올때 까지 아버지가 잘 보관 하고 관리 해줄것이다.." 란 묵계다
나무도 풀도 모두 가려진 하얀 마당에 은은한 눈부심이 가득하다
대문곁에 꽃돌이도 꼬리를 흔든다
종일 사람을 구경하기 어려운 개도 주인을 만나면 좀더 친절하고 가갑다는 표시를 하는 것인지 몸을 움추리고 벌렁 뛰기도 하여 다정한 표현을 그리 하는 가 보다
동네에도 차가 많아 저 걸어다니는 사람 보다는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대문앞길을 넉가래 로 밀어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서울엔 법으로 정해 눈을 치운다지만 시골은 아지;ㄱ은 그대로이다
워낙 범위가 넓어 눈을 치우는 일도 벅찬일이다
가끔은 동네 이장이 트랙터를 끌고 눈을 치워 주기도 하지만 오늘은 이장이 꽤를 부리나보다
저 앞집 에도 집앞에 눈을 치우는 소리가 난다
눈쌓인 걸 봐도 눈꽃이 피는 것을 봐도 이세상 아름다운 것은 손주에게 다 보여주고싶은 게 할아버지 마음이다
제 애비와 에미와 행복하게 사는 데도 뭔가 부족할듯 노심초사를 하는아내에게 "좀 그만해.."
라 했지만 내 마음에도 손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있다
바리바리 손주에게 보낼짐을 꾸리는아내를 보고 투정을 부렸다
소포가 20키로 가 넘어 혼자 들기 어렵다
별별 것을 다 싸 보내면 자식놈이 할일을 잃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다
제가 돈을 벌어 사서 먹을 것들을 몽조리 다 보내주려는 아내와 가끔은 승강이를 한다
좋은 게 생기면 내게 줄생각보다는 손주에게 먹일 생각이 앞서는 할머니를 이해하지만 가끔은 좀 그렇다
"보내는 값이 더들겠네"
"제 에미가 보낸것보다 좋은 게 있겠어요..?'
"이제 그만해..지나치면 아이 버려...작은 것가지 기대려할테구..않보내 주면 서운 할거구.."
"나이들면 않그래요....돈 잘벌면 효도 한다고 몇번이나 말했어요..."
눈온날 아침은 아침은 이래서 더 부산하다
온세상이 눈쌓인 것 처럼 하얀마음으로 살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하지 않았다
눈을보고 감탄을 하는 시기도 지난 듯하다
눈이오면 나가고 싶은 충동을 갖었던 때도 있었다
공연히 거리를 쏘다니고 친구와 히히덕 거리며 골목길을 누비고 낭만이 그런거라 추위를 무룹쓰고 선술집에서 술잔을 부디치기도 했었다
눈에 관한 노래를 부르며 크리스 마스의 들뜬 마음을 가라 앉히기 어려웠던 시절로 갈수 없는 지금 없다
지금은 눈온 마당을 아내랑 내다보며 눈길위로 걸어오는 손주를 그려 보는 게더 좋다
몇일 전 망년회를 했다
망년회 역시 예전같지 않다
모두 눈속에 가려진 듯 나의 삶의 보여지는 것들도 조금은 버리고 비우고 버려야 하겠다
세월이 이토록 빨리 흐르는 줄 모르다가 이제야 그세월이 잡기 어려움을 안다
눈이 오고 몇번을 더 녹아진후엔 또 봄이란게 올것이다
아내의 차 지붕위에 하얀눈이 가득 쌓여있다
장갑낀 손이 시리다
눈온 다음날 아침 이 일요일이라 좀 넉넉했다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