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의 비밀을 찾아서
무한의 권태, 그것은 죽음보다 더 큰 괴로움을 가진 형벌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생명이 끝없이 존속한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면 참으로 난감한 지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무렇게나 살아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니 아마 희망이라는 말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지 죽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고 어떤 일에 대해서도 열정을 잃고 말 것 같다.
언제고 다시 할 수 있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귀함도 아쉬움도, 즐거움도 슬픔도, 사랑도, 아무런 감정을 갖지 않게 되고 말 것이다.
영원히, 언제고 다시 반복할 수 있는 일이기에 불타는 정열 또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은 유한함에 대한 아쉬움이 밑자락에 깔렸기에 폐부를 파고드는 아쉬운 마음이 세상 모든 것, 모든 일에 안타까움을 갖게 하여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보이게 하거나 느끼게 되는 실마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영원하다는 것만이 고귀한 것이 아니라 변하고 만다는 것이 고귀함을 불러 오는 마중 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못하고 변해버리고 말기에, 되돌릴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버리고 말 것에 대한 아쉬움이 세상을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태양이 날마다 떠오르지만, 달이, 별조차 어제의 그 태양이 아니고, 달이 아니고, 별이 아니듯이 바람도 물도, 바위도 흙도 어제와 똑같은 것이 아니듯이 사람의 마음도 어제와 똑같은 수 없고,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선과 악을 구별 짓고,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구별하는 잣대가, 사라지는 것과 느끼는 것의 경계처럼 불식 간에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영원함에 머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영원히 사랑한다.”라고 말하게 하는 순간에 멈춰 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득한 죽음의 골짜기를 연상하며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어둠 속으로 파묻히고 싶은 마음을 불러 오기도 한다.
“이대로 죽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은 영원한 것을, 영원히 간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상태로 머물고 싶다고 희구하는 것이 아닐까?
존재하는 모든 것이 영원한 것이 어디 한가진들 있는가?
우주인들 변하지 않는가?
살아있는 어떤 것도 영원히 생명을 존속시킬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형태가 없는 생각마저도 영원한 것이 있을 수 없기에,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기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란 것을 이제야 안다.
포만감을 느낄 때 행복하다는 생각의 언저리에 다가간 듯 느낄 때도 있다.
만족한 느낌을 받을 때 순간적으로 행복하단 생각을 하긴 하지만 잠시 머문 생각이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거나 또 다른 현실의 현상이나 느낌으로 다시 반복되는 욕구에 빠져 버린다.
해돋이를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길 때,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볼 때도 빼앗긴 넋이, 아니 넋이 나가버릴 지경으로 황홀한 순간에 머물게 한다, 그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면 아름답다 말할 것인가?
순식간에, 아주 짧은 순간이기에 아름답다 감탄하고, 그 순간이 안타까워 기억하는 것이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무엇이 우리를 감탄하게 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할 것인가?
불행 또한 영원한 것이 아니기에 희망을 품게 된다, 불행이 영원하다면 무슨 희망을 품을 것인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비열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 살아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존하는 어떤 생명체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자각을 하는 존재가 사람 말고 또 있을까?
단순하지 못하다는 것은 탐욕을 자양분으로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독버섯 같은 것은 아닐까?
음지에서만 자라는 버섯처럼, 탐욕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서 자라는 것을 은밀하게 나누어서 스미듯 행동으로, 생각으로 어떤 지점을 향해 가는 자신하고만 동행하며 비밀스럽게 자라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혼자 소유하려는 마음을 감추고, 짓밟아버리고 싶은 생각도 감추고,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대상에 대하여 우호적인 듯 위장을 하고 다가간 적은 없는가?
또는 그렇게 유도한 적이 정녕 없는가? 그러나 그 또한 영원하지 않기에 허망한 것임을 알게 되면, 그때 눈물로 가슴을 적시며 후회하고 뉘우칠 수 있는 것도 영원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순수의 경지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순수해 질 수 있는 것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태생적으로 죽고 만다는 고질병을 고칠 수 있다면 인간은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비열할 것이고, 영원히 악독할 것이고, 영원히 비겁할 것이고, 영원히 용감할 것이다, 이 얼마나 끔찍스러운 일인가?
눈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감동, 비로소 감동을 감동답게 느낀다.
바람결조차 다시 만날 수 없기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는가?
자신의 마음조차 생생하게 재생되지 않는 것이기에 소중하다는 것을 철저하게 느낀다.
마주볼 수 있는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다시 볼 수 없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생각하고 느끼고 만지고 볼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최상의 행운이다.
영원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든 것에 재단을 차리고 향을 피운다.
영원하지 않은 소중한 것에 대하여 축배를 들자.
새로운 것에 대하여!
하여, 희망은 언제나 있다.
06.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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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