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까치밥이로구나.”
시골길을 가다 보면 까치밥을 흔히 볼 수 있다.
넉넉히 남겨 놓은 까치밥을 볼 때면
언제나 마음이 훈훈해진다.
작은 것 하나에도 배려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살아왔다.
까치의 겨울나기까지 걱정해 주었던 조상들은
과연 서로를 위해서는 어떠했을까.
두레, 계, 품앗이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예부터 베풂을 삶의 기본으로 생각했던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까치밥을 남겨 놓은 초라한 시골집을 들여다보았다.
저녁밥을 짓는지 머리카락이 하얀 할머니는 불을 지피고 계신다.
시골 노모는 늘 그렇게 혼자다.
자식들은 모두 출가하여 객지에 나가 있고,
제 살길 찾아 분주하고,
노모는 불편한 몸으로 혼자서 살아간다.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에도 미물을 생각하는
노모의 마음이 참으로 따스하다.
늘 그랬듯이 올해도 노모의 집 앞
감나무에는 까치밥이 풍년이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좀 더 적극적인 마음으로 이웃을 둘러보았으면 한다.
평소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환우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어려운 이웃들,
집을 잃고 거리에 나선 노숙자들,
천재로 인해 힘들어 하는 이웃들,
가난과 외로움에 지친 노인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돌봐야할 이웃들이 너무도 많다.
나의 아주 작고 사소한 마음도
어려운 이웃에게는 태산보다 더 큰 은혜로 전해지고,
나의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얼어붙은 그들의 마음을 녹일 수가 있다.
우리는 이웃을 돕자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고 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실천했는지 생각해 보자.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은 늘 동하였으나 실천이 항상 어려웠던 것이다.
불교는 자비의 종교이다.
자비란 남을 위해 항상 따스한 마음으로 배려하는 정신이다.
우리가 이웃을 생각하고,
돕는 행위는 부처님의 뜻을 받들고 실천하는,
가장 바람직한 종교생활을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천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살피고,
천개의 손으로 중생을 돌보시는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며,
마음으로만이 아닌 실천으로써
이웃을 생각하는 참다운
봉사정신을 발휘해봄이 어떨까.
가진 것이 넉넉해야만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우리는 까치밥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재산이 넉넉해야만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넉넉한 마음일 것이다.
넉넉한 그 마음은 주고
또 주어도 줄어드는 법이 없다.
오히려 줄수록 채워지는 것이 마음인 것이다.
그 마음 하나면 문제없다.
베풀 줄 아는 그 마음 덕분에
어려운 이웃은 행복을 되찾을 것이고,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 질 테니 말이다.
베풂을 실천하는 자세로 우리 모두 아름답게 살아가자.
지현스님/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불교신문 2284호/ 12월6일자]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