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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밥
어젯밤, 술에 거나하게 취해 굶고 잠을 자서인지 컴컴한 시간에 일어나 헛헛해서 새벽밥을 챙겨 먹다가 수저에 담긴 밥알을 보며 멈칫했다.
문득 쌀이 밥이 되기까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손길을, 마음을 거슬러 가 본다.
건장한 젊은이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날듯 가벼운 몸짓으로 벼를 가꿨을까, 늙은 농부가 힘겹게 삶을 이어나가려고 어렵사리 생산해낸 쌀일까?
벼가 황토 모판에 들어앉아 싹을 틔울 때부터 상상은 언덕을 더디게 기어올라간다.
누군가 논을 갈고, 물을 잡아 두었다가 흙탕물 속에서 다시 흙을 고르며 몸을 적셨을 사람의 희미한 그림자가 움직인다.
종아리에 묘한 감촉이, 흙탕물 속에 섰거나 걸음을 옮길 때 느껴지는 그 기분 좋은 느낌이 살아 찰싹거리는 것 같다.
쌀로 만들어지기까지 자라고, 수확하고, 또 다른 사람의 수고를 통하여,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의 수고를 거치고 거처, 나락이나 쌀이 그득 쌓인 밀폐된 공간, 천정이 높은 방앗간의 쌀 냄새까지 내가 살면서 보아 온 광경이 이어져 떠오른다.
밥그릇에 담긴 쌀 한 톨에도 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았을 과정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놓친 가장 중요한 일 일듯 싶은 생각을 끄집어내고 쓴웃음을 짓는다.
정작 한 톨의 씨앗이 쌀을 만들어 내기까지 자라면서 겪었을 마음 따위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던 점에 생각이 이르자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사람이 재배한 것이기에 사람에게 당연히 먹혀야 한다는 것은 사람의 생각일 뿐이다, 쌀의 운명으로, 쌀의 입장으로, 생각이 거슬러 올라가자, 언저리부터 어찌 섬뜩하지 않겠는가?
인간이 인간을 위해 생산한 것이지만 정작 쌀의 생명에 대한 일고의 연민도 없었다는 점이 가슴을 써늘하게 하는 그런 새벽이다.
시각을 달리해서, 농부는 대가를 돈으로 받고 쌀을 내놓았을 것이지만, 농부의 보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궁색하고 주린 자에게는 한 그릇의 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소중함의 크기를 생각하면 정확히 가늠하기란 불가능할 만큼 클 것 같다.
여유로운 자는 그 고마움의 크기가 미미할 수 있지나 않을까?
농부의 보람은 값을 받고 내어 놓은 그 순간이 아니라 밥을 먹으며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그 기능을 할 때 비로소 최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거북이나 악어처럼 환경과 온도에 따라 암수가 달라지는 것도 있는데 쌀인들 그 역할이 조금씩 달라진다 한들 뭐 대수로운 일일까 만은, 나는 생각에 빠져 간다.
내가 먹을 수 있기까지 거쳐 왔을 다양한 과정과 먼 거리를 지나오면서 또 다른 생명이 이어갈 이유와 기회를 주기도 했을 것이니 세상엔 하찮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자리가 깔리고 나는 그 위에 편안하게 앉으려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깔고 앉아 있는 의자부터, 어느 것 한 가지도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처 생산되지 않은 것이 없다.
내가 지금 살아있는 낱낱의 순간, 무엇엔가 빽빽하게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치달리던 생각이 멈칫 멈춰 선다, 느끼자 몸이 싸늘하게 오그러 붙는다.
외롭다거나 고독하다는 생각은 장신구를 치렁치렁하게 매달고 싶어 하는 허영은 아니었을까, 움직일 때마다 내 몸에 부딪히거나 감싸는 것에 대한 속박과 구속과 동행과 공생에 대한 의식을 왜 하지 못했을까, 와글와글 왁자지껄한 소리가 귀를 기울이니 들려온다.
내 생존이 다른 대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소비만 하는 꼴이 비루하다 여겼던 생각을 잠시 접게 한다, 다른 사물이나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 어떤 의미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발견해 내고 싶은 까닭에 목을 맨다.
빌어먹는 사람도 농부에게 보람을, 목숨을 연명해 준다는 커다란 보람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생존하는 모든 목숨의 끈은 어떤 의미로든 연결되어 있는 그림을 그려 본다.
나는 한때 내가 죽어 없어지더라도 세상은 존재할 것이며 꽃도 나비도 피고 날 것이란 생각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내 존재의 가치에 대한 허무함을 느끼고 내 생명의 의미를, 다른 이들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던 때에 자살을 생각했던 암울한 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어처구니없도록 무능한 사람일지라도 존재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 그 몫이 어떤 것인가, 이롭거나 해롭거나에 대하여 당연히 다시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과제가 찌꺼기로 남는다.
내가 지금 찌꺼기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생존의 당연함을 참으로 뻔뻔스럽게 부여하고 싶어 하는 음모의 냄새가 난다.
다른 사람의 수고로움을 마음으로 깊이 받아드리는 과정에 자신까지 끼워 넣어 그들의 반열에 올리려 계획하느냐는 씁쓸한 반문을 내 마음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모, 음모를 꾸미려 들고 있다는 생각으로 낯이 붉혀진다.
나는 매번 어떤 생각에라도 깊이 빠지면 나 자신이 참으로 하찮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겸손하지 못했던 과거의 일들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그러면서도 또 돌아서면 금방 잊고, 겸손하게 살지를 못한다.
그 점이 뻔뻔스럽고, 그 뻔뻔함이 나를 언제나 부끄럽게 만들고 만다.
한 톨의 쌀과 내가 견주기라도 한다면 나는 한 톨의 쌀에, 그 가치에 손을 들어줘야만 양심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생각이 엉클어져 버렸다.
처음 무엇을 찾으려 작정하고 시작한 생각이 아닌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뜻하지 않았던 것까지 캐묻고 있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상상은 창조적이기도 하지만 재생적 상상과 버물어지면 자칫 몽상이 되기도 하니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살아 있는 사람의 생각인 듯하다.
한 톨의 쌀알에서도 드려다 보면 세상이 모두 그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마치 초월한 사람처럼 말을 하려 들기도 하니 종잡을 수 없다.
비와 바람을 피하고 따가운 햇볕을 피하려 들었고, 온갖 거슬리는 것으로부터 몸을 피하고 마음을 피하며 살아왔었기에 한 톨의 쌀이 아는 세상보다 더 부족했으면 했지 많지 않은 앎이 새벽에 내 뱃속이 헛헛했던 까닭이었던 것은 아닐까?
알아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날이 밝으면 설명할 수 없는 색으로 물든 단풍이 하는 말을 들으려 가볼 작정을 한다.
알아듣기나 하려나?
나뭇잎은 해와 달, 별과 함께한 시간이 나보다 더 많아 내가 알지 못하는 숱한 이야기를 바람과 빗속에서, 은밀한 어둠 속 밤에 일어났던 일까지 알고 있을 것이다.
걱정이 태산이다.
낙엽이 되어 빛을 잃지나 않았을는지.
06.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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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12-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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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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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자연의 품,생명의 원천,
깨달음을 향한 기원의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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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3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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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