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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남은 몇가지 기억
점심을 먹고 사무실 옆 공원엘 나갔습니다.
가을은 저만치 뒤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바람이 스쳐갈 때마다 은행잎과 단풍잎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길에는 노란 은행잎들이 융단처럼 갈렸습니다.
가을이 갔는데도 남은 빈자리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낙엽이 쌓이는 자리에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서서 손짓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오랜 벗, 청량사의 여러 인연들이 점점이 멀어지듯 서 있었습니다.
지난 8월 보리수 아래 모임일로 25년 만에 뵌 고등학교시절 불교반 지도교사이셨던
청보리회 K 선생님, 어제 제4회 대원상 개인부문 대상 수상소식을 듣고 축하전화를 드렸더니 불교방
송 인터뷰 하면서 제일 생각나는 제자로 나의이야기를 하셨다면서
껄껄껄 웃으셨지요.
“사는 게 수행이지. 다른 게 뭐 있어” 하시면서 또 한 번 껄껄껄 웃으시는데
전 눈물을 흘리고 말았
답니다.
가을이 시작할 무렵 다녀간 어떤 벗은 큰 숙제 하나를 내주고
다시 오지로 가버렸습니다.
이젠 얼굴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면 돌아오는 친구는 이번에도 그렇
게 오더니
‘서릿발 같은 그 마음도 보여주면서 살아“ 하는 말을 남기고 다시 갔습니다.
그리고 벗이 떠나는 날 ” 연하장 대신 최 선생의 시집을 보내길.... 숙제니까 꼭 풀어야
해“ 하면
서 손에 쥐어준 120만원, 내가 가난해서가 아니고 내 일에 관해선 선뜻 나서
지 못하는 나를 나무라는
친구의 배려라는 걸 잘 알기에 숙제는 너무도 어렵습니다,
아직 풀지 못한 숙제 때문인지 친구의 빈자리가 더 커 보이는 가을을 보낸 듯합니다 .
자잘한 인연들이 생각 속으로 스쳐가면서 청량사 생각도 하였지요.
사람들은 멀고 힘든 길을 왜 자꾸
가느냐고 묻곤 합니다.
스님이나 어떤 이를 보러 가는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따
라 가는 것이기에 대답은 늘 웃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삼천 배 철야정진 법회에 간 청량사는 좋은 날도, 슬픈 날도,
주인도 없이 객들만이 머무는 것 같은 날
도, 몸이 몹시 힘든 날,
가벼운 해프닝에 마음을 상하는 날도 있었지요.
이렇게 분별심으로 가득한 날에 곧 평정심을 찾게 되는 것은 한없이 어렵지만 내가 할 일
을 깨닫게 해
주시는 지현스님, 그리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늘 맞아주시는 운산스님께서
부처님 말씀 잊지 않도록 하
여 주시기 때문입니다.
청량사 가는 길은 살면서 쉬 지치는 나를 잡아주고 마음공부 시키는 인연,
그 인연 따라 가는 것
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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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11-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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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