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을 하기엔 너무 길어 이렇게 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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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 티벳에서 나에겐 몇 번의 눈물이 있었다. 고단해 보이는 삶 속에서도 소박한 웃음을 지닌 사람들. 이방인의 눈인사에 환한 미소로 답례를 해주는 티벳인의 모습에 알 수 없는 눈물이 맺혔다. 현재 당신의 삶은 고단하지만 내일은 편안하기를 기원합니다. - 글쓴이
글제목 : 티벳으로부터 받은 선물
050723. 티벳, 막연한 끌림... 여행의 시작
10년의 회사생활에 열 번의 여름 휴가 동안 하계봉사활동 외에 여행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는 나에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티벳은 내가 알고 있는 짤막한 인상만으로도 단순하고 나약한 나의 일상 탈출을 꿈꾸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는 것이라곤 달라이 라마, 라마승, 지구의 지붕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지대. 여행 전날, 브래트 피트 주연의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를 보는 것으로 첫 배낭 여행의 준비를 마쳤다.
자유배낭여행이라 겁도 좀 먹었는데, 공항에서 목적지가 같은 동행을 2팀을 만났다.
050724. 세계의 지붕 & 금단의 땅, 티벳. 그 곳의 라사
예정된 비행시간은 6시간, 그러나 금단의 땅 티벳에 발을 내딛기란 그리 쉽지 않음을 비행 10시간을 넘긴 후에야 깨달았다. 라사와 가까워질 즈음, 창 밖으로 보이는 구름과 어우러진 흰색의 히말라야 산은 왠지 이번 여행이 행운으로 가득찰 것 같은 기대감을 주었다.
티벳어와 중국어로 라사 공항을 표시한 붉은색 글자를 등뒤로, 목에는 하얀색 스카프 카다(Good luck)를 걸고, 라사에서의 첫 사진을 한컷 찍었다. 라사 시내를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푸르다는 말로는 부족한 짙푸른 티벳의 하늘과 곱게 빛나는 하얀색 구름, 높은 고산지대로 나무가 자라지 않은 벌거벗은 민둥산의 조화를 감상하는 1시간 동안 이미 티벳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도 들뜬 마음은 가라앉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죠캉사원 주변의 바코르 광장에서 순례자들을 따라 그 길을 걸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돌리는 마니차와 입으로 주문을 외우듯 되씹고 있는 경전들. '아, 여기가 티벳이구나. 과연 이들에게 종교는 어떤 것이란 말인가.'
050725. 드레풍 사원에서 만난 수줍은 미소의 티벳탄
티벳은 나의 방문을 허락했다. 머리가 아프거나 배탈이 나는 고산증상도 없었다. 이 날은 1400년 전, 약해진 불교세력의 부흥을 위해 "쌀더미"란 뜻을 지니고 창건된 드레풍 사원을 찾았다. 사찰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마을에 가깝다. 붉은 복의 승려나 탱화, 부처님, 오색의 타르쵸가 흩날리는 모습, 그리고 바위 위에 노랗게 채색된 부처상은 낯설지 않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깊은 주름의 노파와 그의 가족을 만났다. 그들은 순수하게 자신의 보물이자 삶의 일부인 그 곳을 이방인인 나에게 안내해주었다. 한국에서의 불교의식과 비슷한 듯, 조금 다른 티벳식 의식을 따라하며 티벳에서 그들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부처님께 내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흔적으로 사진 한 컷, 다음날 그 사진을 현상하여 선물로 건넸다. 빙긋이 웃고 있는 내 얼굴이 아마도 그들의 집에 걸리는 영광이 있으리라.
050726. 해발 4,500m 간덴 사원
아침 7시에 출발해 병풍처럼 둘러쳐진 민둥산과 그 앞으로 간간히 보여지는 작은 마을을 보는 사이, 나를 태운 미니버스는 4,500m 하늘과 맞닿아 있는 간덴 사원에 도착한다. 간덴은 비단 유럽풍의 예쁜 마을 같다.
산꼭대기 법당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례를 하고 사원 뒷편으로 이어지는 코라를 돌았다. 간덴코라로 가는 길은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힘들었다. 이미 4,500m 고지에 올랐는데 더 높은 산줄기를 타고 도는 것이 간덴의 코라이다 보니 의욕적인 발걸음보다 벌렁거리는 심장이 자꾸만 붙잡아 쉬게 했다.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끙차! 일어나니 정상은 고맙게도 바짝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쵸와 룽다. 이것을 걸면서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코라 뒤편으로는 넓은 평야와 산을 감고 도는 강물들이 머리를 텅 비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내게 말을 걸어 온 이는 16살의 어린 스님이었다. 붉은 가삼을 걸친 얼굴엔 장난기가 톡톡 묻어나는 핀로스님은 내게 어디서 왔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를 물었다. 그리고 자기의 바나나를 건네주었다. 이 스님은 유명 사찰을 방문하고 코라를 순례하는 공부 중이라고 하신다. 나 또한 티벳과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공부 중인데...
050727. 티벳의 상징, 라사의 심장 포탈라 궁
티벳의 상징이자 라사의 심장이며, 달라이 라마가 망명 이전까지 생활과 대외 활동을 가졌던 곳 포탈라 궁. 그 곳의 물가에 비해 높은 금액인 100원을 내고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힘들게 입장할 수 있었던 곳답게 궁내부는 이들에게 얼마나 불교가 절실한가를, 달라이 라마가 어떤 존재인가를 또 한번 종교의 위력을 깨닫게 한다. 59년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하기 전 달라이 라마의 흔적을 성스러운 곳으로 보관하고 있는 모습에 이 이방인은 알 수 없는 온몸에 전율이 전해져왔다. 티벳인에게 달라이 라마는 티벳 그 자체. 그들의 온전한 삶, 그 자체인 것이다.
050728. 4,750m 캄바 라 그리고 얌드록윰 쵸
새벽 5시 반, 몇 미터 앞의 사람 얼굴도 분간하기 힘든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호수, 얌드록윰 쵸를 만나러 떠났다. 차가 멈춘다. 캄바 라란다. 어둠에 살짝 가려진 그래도 짙푸른 푸른 빛을 띠고 있는 호수, 얌드록윰 쵸! 길게 늘어진 호수를 따라 차를 타고 구경하며 얼마를 달려갔을까. 한 무리의 말떼를 만났다. 티벳에서 자주 보게 되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야크떼들, 양떼들... 그 모습이 너무도 평화롭다.
조금 더 달려가니, 삼딩 사원과 만난다. 삼딩 사원의 탱화는 형형색색의 색채로 금삽입까지 한 벽화로 탄성을 자아낸다. 삼딩코라 정상에서 발아래 보여지는 야크 떼들의 한가로운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하늘과 푸른 산이 맞닿은 한 폭의 그림 속에서 가뿐 숨을 고른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벽에 갔던 얌드록윰 쵸 호수가에 다시 도착한다. 손을 모아 퍼마신 호수의 물맛을 혀끝으로 되새기며 호숫가 가장자리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따가운 햇살에 눈이 저절로 감겼지만 찰랑거리는 호숫가 물살을 자장가 삼아, 푸른 하늘을 지붕 삼아 한참을 누워 있었다.
050729. 5,200m 라첸라, 남쵸, 최라의 세라사원
이번 여행에서 아마 제일 높은 고지, 남쵸로 가는 길은 멀었다. 해발이 높아 그 곳으로 가는 동안 사계절을 다 만날 수 있었다. "하늘 호수"라는 뜻의 티벳어 남쵸는 정말로 푸른 빛 그 자체였다.
남쵸에서 라사로 내려오면서 운좋게도 티벳탄의 천막에 들어 갈 수 있었다. 모습이 배우처럼 예쁜 그집 며느리는 수줍은 미소로 우리를 천막으로 안내해주었다. 몇평 되지 않는 천막의 중앙에 마른 야크똥을 사용하는 난로가 놓여 있었고, 그 난로 위엔 야크버터차를 만드는 할머니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잘생긴 티벳탄 아들과 갓 돌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 딸아이가 있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몰아치는 밖의 상황과는 달리 그 천막 안은 참으로 따뜻하고 아늑했다. 티벳탄의 미소처럼. 그리고 욕심을 부려봤다. 이곳이 더 이상은 세상의 힘이 몰려오지 않고, 지금처럼 그대로 살수 있게 되면 좋겠다 싶은... 이미 문명의 혜택을 누린 내가 참 큰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한낮의 햇빛이 따가운 오후 3시, 세라 사원 마당 가득한 나무 그늘 아래서 스님들의 열띤 토론 수업이 펼쳐진다. 시끄럽다 생각 될 정도로 목청을 높이며, 손바닥을 치고 다리를 높이 들었다 내렸다 하는 몸놀림을 처음 대하는 나로써는 의아하기도 했지만 이마에 맺혀 떨어지는 땅방울에 오가는 말들이 모두 부처님의 말씀을 옮기는 것이라 생각하니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050730. 티벳과의 낯익은 마지막 인사. 그리고 다시 낯설은 성도
마지막 밤은 뜬 눈으로 지새웠다. 이 밤이 지나면 평생 라사에서의 밤을 맞지 못할 것 같은 아쉬움에 속속들이 지나가는 추억들을 되짚어 본다. 구걸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아이, 낡은 창가에 소담하게 만든 작은 꽃이 담긴 화분, 거리의 노점상 아줌마가 검게 탄 얼굴로 내보이는 미소, 석양을 뒤로 하고 반짝이는 포탈라 궁, 하루종일 하얀색 연기를 품어 나오게 하는 죠캉 사원, 나지막한 건물의 시내의 풍광, 집집마다 걸려있는 오색의 타르쵸... 이 모든 것들을 내 눈 속에 차곡차곡 담았다. 1주일 사이 제법 눈에 익었건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아침 일찍 성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050731. 한 폭의 그림을 간직한 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다워 보인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처음으로 떠나본 세계로의 여행. 그 곳이 티벳이라 더욱 값지다. 티벳의 얼굴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유채꽃과 보리밭의 향기가 한창인 티벳의 그 초원이 눈에 밟힌다. 내 영혼은 아직도 그 들판에 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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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