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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며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문을 여는 순간 휘청하며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아찔하리만큼의 통증이 발목을 때리고 달아나버렸습니다.
참 묘한 일입니다....
내나이 삼십중반에 고모와 고모부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이후로 나의 가족들은 내가 죽을때까지 평생 함께 할 것만 같은 그런 어리석은 믿음을 현실에 부여하며 맞은 뜻하지 않은 아빠의 죽음 이후로 값싼 향내 자욱한 빈소는 영 낯설지 않기도 했지만 그만큼 살아가는데 있어서 끔찍한 삶과 죽음의 이중주와도 같은 어울림으로 내 삶에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영안실로 향하는 복도를 지나가며 한쪽 벽에 놓인 옛날 교회에서 봤음직한 길다란 의자에빼곡히 앉은 아주 낯선 문상객들의 눈동자가 나의 뒤통수까지 쫓아가며 따라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검은색 폴라, 검은색 바지, 검은색 구도, 검은색 자켓, 심지어 검은색 가방까지.....
마치 내가 저승사자인양.....
빈소의 팻말을 확인하면서 눈에 띈 제일 첫번째 입구의 빈소엔 젊은 가장의 병사에 을씨년스런 슬픔이 미망인의 어깨에 무거운 짐처럼 얹혀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실' 이라는 팻말과 함께, 어려우면서도 조금씩 정들려 했던 낯익은 이름 석자가 가슴에 '쿵' 하고 망치질을 합니다.
내 나이 즈음에 죽는 사람이나 혹은 나보다 더 조금 더 많이 삶의 시간을 보내고 죽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 경각에......
출장으로 포항에 내려가 있었을때, 다급히 서울 본사에서 온 비보에 망연자실... 후들거리는 다리에 정신을 집중하고 핸들을 꼭 잡고 추적이는 빗줄기와 안개를 헤치고 쏜살같이 고속도로를 달려 올라왔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필드에서 뛰시며 의욕적으로 일을 하셨던 사장님이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경주의 모 방송사에서 관계자를 기다리며 로비에서 왔다갔다할때 허망히 내리던 겨울비가 더욱 스산하다 싶었는데 그시각에 지인은 인생의 고달펐던 옷을 벗고 있었던 겁니다.
인생은 Survival Game 이라는데,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있거나 게임에 능하거나 해야 평균수명을 사는것 같습니다.
제 아는 먼 옛적 지인처럼 살려는 의지가 없고 - 그는 위암 말기에서조차 담배를 피웠으니까요 - 게임에도 능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사실 죽음이 안식일겝니다.
내게 만약 죽음의 경각이 다가온다면 나라면 어떠할까......죽음의 순간에.
아니, 아닐겁니다.
내가 언젠가 겪었던 어설픈 시초적 죽음의 문턱에서 - 한때 자살하겠다고 홍천강가에서 내 손목의 동맥을 집요하게 자학했을적에 - 생각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바로 그 무념의 상태에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죽음일는지 모릅니다.
모든 시리고 뜨거웠던 기억 저편으로, 더는 차지도 덥지도 않은 가슴을 안고, 아주 무감한 상태로 들어가는 곳...
애통해 하는 것은 살아 남은 자들의 특권이랄까.....
아니, 카타르시스일지도...
살아 남은 자들은 슬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은 자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므로....
어제 - 일요일 - 다정하고 따뜻했던 보스가 땅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밟고 사는 이길 저길 아래 얼마나 많은 전생이 숨어 있을까요.
보스가 간 세상에서도 이곳이 보일까....
이생에서 알던 사람만이 저 세상에서 알고 지낼까....
아니면 이 세상에서 한번 조우한 적도 없는 사람도 저 생에서는 모두 반가운 친구일까....
아픈 발목을 숨기며 천천히 티 안나게 느릿느릿 걸으며 보는 세상은 성한 발로 서둘며 보던 세상과는 퍽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원래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 평소의 걸음이 필요 이상으로 빠른 탓도 있으려니와 이 느린 걸음이 보여주는 풍경이 오늘은 슬픕니다.
슬픔과 회한과 끝닿을줄 모르는 그리움은 우리 살아있는 인간 동료들의 몫이겠죠.
그 부정적이고 암울한 그림자 앞엔 그래도 우리가 밝은 태양을 바라보며 푸른 하늘로 고개를 들어 시원한 긴 호흡을 만끽할 삶이 더 화려하다는것을......
아직도 사랑할 것이 우리의 목숨이 남아 있는 한 더 많이 우리의 가슴과 손길과 따뜻한 눈빛을 기다리고 있다면.
그렇담 사랑의 이름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누군가가 살아 있는 동안 함께 살아 있는것.
그가 부를 때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게 성한 몸, 무엇보다도 지금처럼 발을 내딛을때 접질러져 움찔하는 발의 불편함이 아닌 온전한 성한 발을 유지하는것.......
좀더 슬프고 경건해야할 내 주변의 정서와 환경에 반역하는, 그저 죽음에 대한 수다였습니다.
차 한잔 조용히 마시며, 남은 삶의 여운이 이 한잔의 작설차처럼 그윽한 향기로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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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0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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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