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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엔...
마음이 스산하여 괜히 이집 저집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남의 비감에 마음 쓸 만큼 한가한 세상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막상 원하는 목소리가 전화 저편에서 "여보세요" 하면 가장 일상적인 인사를 건네고, "네, 아무일없이 잘 지내요" 하면서도...
암호같은 숫자 몇개를 돌리는 일은 꼭 그 번호의 주인공을 만나야겠다는 염원보다는 막다른 길에서 나도 돌려 볼 번호를 가지고 있다는 슬픈 자기 확인의 행위인것 같습니다.
낯선 나라, 낯선 땅을 여행할 때면 누구나 몇 개쯤의 전화번호를 지니고 갑니다. 행여 낯선 땅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었을 때 도움을 구하리라는 희망으로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 또한 여행과 같으니 설사 우리가 아무곳으로 떠나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산다 하더라도 삶이 영영 낯설지 않은 것은 아닐 터이고 바로 그 낯선 시간을 위해서라도 몇 개의 전화번호, 몇 군데의 주소는 꼭 필요한 듯합니다.
내가 아무리 초라한 모습이 되어도 돌아갈 주소가 있다는 것, 내가 아무리 낮은 곳에 떨어지더라도 돌려 볼 몇 개의 번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 만큼이나 위로가 될껍니다.
가끔 하늘이 훨씬 멀어보이고 온 몸이 땅으로 가라 앉는 것을 느낄때 먼 벗들의 번호를 돌려 보며, 나의 번호도 그들에게 위안되는 적 있는지 자문해 보곤합니다...
이제, 내 마음속 생리, 그 출혈도 서서히 멈춰갑니다. 그 예민함, 그 두려움, 그 외로움에 취해 보낸 가을은 점점 야위어가고 난 포식을 한후의 포만감에 젖어 겨울잠을 자야겠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새 난 가을을 사정없이 먹어 삼키며 한동안 깨어나지 않을 긴 잠을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빨리 잠들고 싶습니다.
아무 의식없이, 힘듦없이, 그냥 꿈도 없이 말입니다. 어쩌면 그대마저 잊어버린채...
그렇게 내 마흔두살의 쉼표는 겨울잠을 꿈꾸며 힘든 호흡을 잠시 멈추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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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5-11-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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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