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가을은 화려합니다.
천연색 수의를 입은 나뭇잎들이 회색의 거리를 뒤덮고 도시는 아침부터 황혼입니다.
도시의 기계음은 여전해도 사람들은, 영혼을 세상에 담보로 내놓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감히 헛웃음을 웃진 못합니다, 적어도 큰 소리로는...
빈자(貧者)의 장례는 그의 삶보다 화려하다더니 나뭇잎들도 그러면 가난한 삶을 살았었는지....
낙조가 앉을 때에나 생(生)의 마지막 날들에 대해 생각해 보던 사람들이 행려병자의 시신같은 단풍의 주검사이를 거닐며 하릴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 아니 그 경계에 위태위태 매달린 자신들의 여러 십년을 반추해 봅니다. 그래서 가을은 여름보다 조용한가 봅니다.
새벽과 석양무렵에는 낙엽을 위한 다비식이 이곳 저곳에서 거행되고 슬프고 거룩한 향훈이 굳게 잠긴 도시의 문틈으로 스며듭니다.
가장 비천한 생활의 수레를 끄는 사람들이 낙엽의 유해를 거두고 모든 죽은 자들처럼 낙엽 또한 거름이 됩니다.
짙푸른 여름날에는 그 물 오르는 나뭇잎의 손금사이로 예정된 죽음이 현저하더니, 이제 발 아래 뒹구는 바랜 낙엽들에게선 새 삶의 약속이 마치 어둔 방의 촛불 같습니다.
우리의 삶이 또한 나뭇잎과 같아서 나고, 피고, 지고, 시드는 모든 일들이 저 도시 구르는 바퀴들처럼 영원할테니 그 중의 한 곳에 너무 크게 마음 쓰다 보면 부질없는 원망이나 짓는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해탈하시길....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