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연기 최영호 노을이 저 혼자 다 타버리고 적막이 오면 내 울안으로 내리는 연기, 저녁 연기는 그리움입니다 저녁 이내 풀려 드는 솔칫골(松致理), 또다시 적막의 빛깔로 차 오르면 코끝에 와 닿는 청솔가지 타는 냄새 그리고 어머니, 종부 되어 분 향내 한 번 마음대로 피울 수 없었던 내 어머니 옹솥에는 쌀을 앉히고 가마 솥에는 국을 끓이고, 역풍이라도 불어와 불이 들지 않는 날이면 연기가 온 마을을 매캐하게 덮었습니다 맵디나매운 연기에 취해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궁이 앞을 나는 맴돌았지요 그 곳에 묻어둔 감자 두어 알, 다 타버릴까 애타는 마음을 어머니는 알고 계셨을까요 뒤꼍 장독대에 쭈그리고 앉아 아린 눈으로 눈물을 질펀하게 흘릴 때면 하늘로, 하늘로 구름 기둥을 세우며 오르는 하얀 연기가 몹시도 서럽기만 하였습니다 목젖이 아프도록 올려다 본 연기, 유난히도 노을이 붉게 타던 저녁이면 더욱더 드높이 꾸역꾸역 치솟아 오르던 연기 저녁 연기는 그리움입니다 어머니의 행주치마 자락입니다 달뜨기 전, 후미진 어둠 속 경계의 밖으로 구수한 밥 냄새 청솔 가지 위에 걸리고 시간 속을 더듬어 모락모락 피어나던 어머니의 기도, 기도,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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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