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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 싶소, 이 밤에?
떠오르는 햇덩이 같은 것
끝없이 포효하며 용솟음치며
넘실거리는 해일 같은 것
이른 봄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지랑이 같은 것
고삿길을 돌아
담모퉁이로 사라져 가는
누군가의 그림자 같은 것
그런 것들의 뒤로
그런 것들의 아득한 풍경을
비켜서서 세차게 겨울비가 내리고 있소
사랑을 잃어버린 처녀가
하염없이 눈물짓는 어느 창가에도
비는 내리고
김치보시기 하나 달랑 놓여 있는
개다리소반을 앞에 두고
홀로 술을 마시는 자의
무연한 눈빛 속에서도
비는 내리고
쑥떼굴헝 척박한 땅
쐬비름 뜯어내는 삼베적삼 기운 등짝에도
비는 내리고
겨울비는 내려
만사를 적신다.
무엇이 되고 싶소, 이 밤에?
소박맞은 아낙이 갈 곳 없어
친정집 바라보는 먼 동구 밖에서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비오는 밤에
아무 것도 되고 싶지 않은
비오는 밤에
그러나 반가운 소식이라도
올 것 같은 비 오는 밤에
추적추적 굳은 겨울비가
내리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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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3-02-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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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