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기고만장하여 영웅호걸이 되고
위인(偉人) 현사(賢士)도 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 낼 수 있다.
주정도 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주격(酒格)은 높아지지 않는다.
주도(酒道)에도 엄연히 단(段)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세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네째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 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단(段)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음주에는 무릇 열 여덜의 계단이 있다.
1) 불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슨 사람(酒卒, 주졸).
10) 애주(愛酒) -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酒徒, 주도).
11) 기주(嗜酒) - 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酒客, 주객).
12)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酒豪, 주호).
13) 폭주(暴酒) - 주도(酒道)를 수련하는 사람(酒狂, 주광).
14) 장주(長酒) - 주도 삼매에 든 사람(酒仙, 주선)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 주현).
16)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
17)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酒宗).
18) 폐주(廢酒 - 涅槃酒 열반주) -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불주, 외주, 민주, 은주는 술의 진경(眞境)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眞諦)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酒道) 초급(初級)을 주고
주졸(酒卒)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불주가 9급이니
그 이하는 척주(斥酒) 반주당(反酒黨)들이다.
애주, 기주, 탐주, 폭주는 술의 진미 진경을
오달(悟達)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 번
넘어서 임운자적(任運自適)하는 사람들이다.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酒道)의 초단(初段)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涅槃酒)가
9단으로 명인급(名人級)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段)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을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갈등이 심하다.
다만 이 대강령만은 확호(確乎)한 것이니 유단(有段)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기백만금이 들 것이요,
수행(修行) 연한이 또한 기십년이 필요할 것이다
(단, 천재는 比限에 不在이다).
요즘 바둑열이 왕성하여 도처에 기원이다.
주도열은 그보다 훨씬 먼저인 태초 이래로 지금까지
쇠미한 적이 없지만 난세는 사도(斯道) 마저 추락케
하여 질적 저하가 심하다. 내 비록 학주의 소졸(小卒)이지만
아마튜어 주원의 사범쯤은 능히 감당할 수 있건만
20년 정진에 겨우 초급으로 이미 몸은 관주의
경에 있으니 돌돌, 인생사 한도 많음이여! 술 이야기를
써서 생기는 고료는 술 마시기 위한 주전을 삼는 것이 제격이다.
글 쓰기보다 술 마시는 것이 훨씬 쉽고 글 쓰는
재미보다 술 마시는 재미가 더 깊은 것을 깨닫은
사람은 글이고 무엇이고 만사휴의다.
술 좋아하는 사람 쳐놓고 악인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술꾼이란 만사에 악착같이 달라붙지 않고 흔들거리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모든 일에 야무지지 못하다.
음주 유단! 고단도 많지만 학주의 경이 최고의 경지라고 보는
나의 졸견은 내가 아직 세속의 망념을 다 씻어 버리지 못한 탓이다.
주도의 정견에서 보면 공리론적 경향이라 하리라.
천하의 호주(好酒) 동호자 제씨의 의견은 약하(若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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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시인 묵객이나 영웅호걸은 술과 벗한 분들이 많았던 것 모르는바 아니고...술은 우리 인간의 희노애락의 삶과 벗하며 사랑 받아 왔던것도 기정 사실 같고, 과음으로 인해서 몸을 상하게 하고 취중망동의 폐단도 있어 왔지만 우리의 일상과 떨어 질 수 없는 마력을 지닌 것이 술이라는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임은 분명하지않은가... 그러나 뭐든 적당한것이 좋다는 것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터... 이번 년말년시는 아는것을 실천할 수 있음이 어떠하실른지.... 책을 읽다 보니 또 한가지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 올려봅니다.. 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 이야 기라는 책속에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술꾼은? 이라는 설문을 한게 있는데... 남태우 교수던가... 이글을 쓴사람이...ㅋㅋ 암튼 설문 결과가 이렇답니다... ㅎㅎ
1. 황진이 2. 변영로 3. 조지훈 4. 김삿갓 5. 김시습
6. 임제 7. 김동리 8. 임꺽정 9. 대원군 10. 마해송
글쎄? 뭐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10분중에 여성분이 한분계신데... 한분이면서 1등이시네요... 아무쪼록 연말연시 몸생각하시면서 차분하고 적당한 음주와 함께 행복한 시간 보네세요.... 원력성_()_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