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하던 이여
- 비문 한 줄
임 솔 내
노잣돈 챙겨줄 겨를도 없이
절망처럼 뚝 떨어져 간 목단 같은 이여
지 설움 내 설움 엉겨 붙어 살던 이여
무지개 맨 마지막 빛깔로 살던, 살던 이여
무자년 끝자락에 보랏빛 부메랑으로 내 목을 치는 이여
조금만 더 삶을 모으면
꽤 괜찮은 시인이 될 뻔 했던 우리들이여
너를 위해 5℃ 더 따뜻한 손을 내밀어도
닿을 수 없는
이제는 멀고 먼 곳을 향한 이여
보라, 자네야
어떤 날들을 건너 왔기에 그런 몸을 지녔느냐
기별도 없을 곳을
아니, 빨리 행복한 법을 정녕 먼저 알고 말았더냐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는 봄을, 가을을 어쩌라고 끈을 놓고 말았는가
인생길 벗 하던 이여
왠지 가난하던 우리들, 바보처럼 앞만 보던 우리들의 성장판은
무슨 소용이더냐
살아서 움직이는 것들의 환희가
죽거나 사라져 소리 없는 것들의 숙연함이
오늘처럼 고요한 적은 없었으리
죽도록 사랑한다는 것에도
더러 두려움이 끼어드누나
얼척없는 우정의 행각들이 천둥번개로 쏟아 붓는 연민이어라
구름에 달 가듯이 가자던 자네야
어이 이런 일이 다 있다냐
자네의 기도대로 라면 지금쯤 청량산 연화봉
7부 능선쯤 오르겠구먼 옴마니반메훔 옴마니반메훔
자네만의 천국,
물감 안 사 좋겠구먼, 퇴고 안 해 좋겠구먼
축지법도 있고, 날개도 있고, 보랏빛 자유도 있어
좋겠구먼, 좋고 말겠구먼
사랑하는 사람 가슴 속 맘껏 넘나들며
죽어서 잘 사시오
태워야 할 가슴 속 꺼지지 말고 타시오
영원히 타 오르시오
형제간의 우애동이
부모간에 효자동이
사람간의 화목동이
천지만물 화합동이
인간세상 떼 메고 온 온갖 것들 다 부려 놓고
슬픔을 품은 그 눈매도 내려놓고
청명한 바람으로 잘 가오
잘 가시오, 부디 잘 가시오
우리 ‘사후’라는 찻집에서 다시 만나 지이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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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