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재와 지장신앙
생전에 미리 공덕을 닦아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예수재
올해는 음력 7월에 윤달이 있습니다.
윤달은 음력이 양력과 1년의 날 수에서 10일이 적으므로 3년에 한 번씩 들게 됩니다.
이 윤달이 든 해에는 곧잘 예수재를 지내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럼 예수재는 어떤 재일까요?
예수재는 불교에서 일반화된 의식의 하나로 천도재의 일종입니다.
예수라는 말은 '미리 닦는다'는 뜻으로,
살아 있을 때 미리 사후를 위하여 재를 지내 공덕을 성취하려는 ㅡ이식을 말합니다.
49재나 수룩재가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고 그 고혼이 극락에 왕생하기를 비는 의식이라면,
예수재는 살아있는 동안에 미리 공덕을 닦아 사후에 지옥 등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예수재는 의식은 본래 중국에서 벌생한 도교의 시왕신왕을 불교에서 수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의식을 언제부터 행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고려의 역사를 기록한 <고려사>에 시왕신앙에 대한 언급이 있고
<지장시왕도>거 등장한 것으로 보아
이때의 시왕신왕과 함께 예수재 풍습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얘수시왕생칠재의>라는 의식집이 있는데
여기에 예수재를 지내는 구체적인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 <범음집><작법귀감><석문의범> 등에 예수재 의문이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예수재 의식에는 다신교적인 성격을 가진 여러 왕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명부시왕이라합니다.
시왕이란 명부 곧 저승에서 죽은 자들이 이 세상에 살아 있었을 때에 지은 죄업을
심판한다는 열 명의 왕을 가리킵니다.
육십갑자의 띠를 열 등분으로 나누고 그 각각을 시왕들이 맡아 심판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도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7일마다 한번씩 일곱 번,
그리고 백일 되는 날과 1년 지난 날, 또 3년이 된 날
모두 열 번에 걸쳐 생전의 죄과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전통적인 예수재 의식은 먼저 단을 설치하고 의례를 거행합니다.
삼단으로 단을 설치하여 상단인 삼신불단을 법당 안에 설치하고,
법당 동쪽엣는 중단인 지장단을 설치하며, 서쪽에는 호법 신중단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하단인 염도대제 이하의 명부 시왕단을 법당 밖에 설치합니다.
이렇게 단을 설치하는 것은 밀교적 요소가 들어있어 단을 설치하는 것이
하나의 만다라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예수재에서 상기시키는 특별한 의례 중 하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살면서 빚을 지고 있는 존재로 보고
가급적이면 죽기전에 빚을 갚고 죽어야 한다는 상징적인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사주인 생년월일에 따라 빚을 지고 있으며
이 빚을 갚기 위하여 예수재를 닦는 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숮는 일종의 빚을 갚기 위한 방편으로 행하는 의식이며,
이 빚에는 불교경전을 읽어야 할 빚과 돈으로 진 빚, 두 가지가 있습니다.
경전을 읽어야 할 빚은 예수재를 올리면 되고
돈으로 진 빚은 종이로 만든 지전을 현그믕로 내고 사는 방법으로 갚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수증과 같은 징표를 받아 한 쪽은 불을 사르고 한쪽을 가지고 있다가
죽은 다음에 시왕들에게 갖다 바친다는 것입니다.
이는 빚을 갚고 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재의 의식을 다소 간략히 하여 생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이 예수재는 경전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일면과
재물의 보시를 해야한다는 의식을 주입,
일반인들을 불교에 귀의하도록 유도하는 한 방편이 되었던 행사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수재는 또한 개인이 발원하여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말이 공동으로 발원하여 동참하는 공동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행사입니다.
그리고 이 예수재는 도교의 시왕사상을 불교의 지장신앙에 흡수하여
행하는 지장신앙과 관계되는 의식입니다.
이렇게 하여 예수재를 올린 사람은 누구나 다 죽은 다음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대체로 이 예수재는 인생 황혼에서 무상을 느끼는
나이 많은 노인들을 상대로 행해지는 의식입니다.
삼세에 계속되는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로 나아가자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예수재를 올리는 이들은 내세에 대한 믿을 가지고 한다는 점입니다.
정토발원이 내세 위주의 신앙이라 할 수 있듯이
예수재를 지내는 뜻도 내세의 안락을 희구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다음 생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은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분명 금생의 육체가 유지기간이 다하여 소멸되는 것입니다
중생의 몸은 오음신의 육체를 두고 몸이라 합니다.
이 몸은 장소에 따라 공간적으로 이동하는 몸입니다.
동쪽에서 있던 사람이 서쪽으로 가면 동쪽에는 몸이 없고 서쪽에 와 있는 것이 되지요.
그런데 의생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자 그래도 뜻에 의해 생기는 몸이라는 뜻입니다.
의성신이라고도 하는 이 몸은 쉽게 말하면 생각에 의해 생기는 몸으로 오온으로 구성되지 않고
굳이 말하자면 식온에 의해 만들어지는 몸입니다.
사람이 잠자다 꿈을 꾸면 꿈속에 몸이 생겨 어디에 가기도 하고,
또 무엇을 보고 듣고 하는 것처럼, 부모에 의탁해 태어나는 몸이 아닌
이 희생신도 업을 싣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이 의생신도 보살의 의생신이 있고 범부 중생의 의생신도 있어 그 종류가 다양한데,
사람이 죽어 중음이 되는 것도 하나의 의생신이 되는 것이라 합니다.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것은 그릇된 사견이라고 합니다.
종교적 신앙생활을 할 때에는 내세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인연을 과거.현재.미래의 삼세 인연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내가 처해 잇는 현실적 상황이 과겅에 내가 지은 업이 원인이 되어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 합니다.
동시에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미래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삼세에 걸쳐 겹쳐진 인연이라 하여 삼세양중인과라 합니다.
다시 말해 과거와 현재가 인과관계를 맺고 있고
동시에 현재와 미래가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씀에
"전생의 일을 알려고 하거든 금생에 받고 있는 것이 그것이며,
내생의 일을 알려고 하거든 금생에 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내일이 이어지듯이 전생과 금생과 내생이 이어진다는 것이지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래된 사과나무에서 잘 익은 사과가 자란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사과나무 옆에 떨어졌습니다.
어린 사과나무가 잘 익은 사과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과님.
다신도 하루 빨리 썩어서 나처럼 싹을 틔워 나무로 자랐으면 좋겠군요."
그러자 잘 익은 사과가 말했습니다
"ㅂ이 바보야, 썩는게 좋은게 너나 썩어.
그래, 내 눈엔는 내가 얼마나 빨갛고 곱고 단단하고 싱싱한지 보이지도 않는단 말이냐?
난 썩기 싫어. 즐겁게 살고 싶어."
"하지만 당신의 그 젊고 싱싱한 몸은 잠시 빌려 입은 옷에 불과해요.
거기에는 생명이 없어요. 당신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생명은 오직 당신 안에 있는 씨 속에 있어요."
"씨는 무슨 씨가 있다는 거야. 바보같이!"
잘 익은 사과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어버렸습니다.
자기의 내부에 절대생명인 영적인 생명이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고,
그 저 동물적인 관능만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 사람도 잘 익은 사과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사람도 사과와 마찬가지고 나이와 함께 시들어,
자신의 생명이라고 생각했던 육체가 쇠약해지면,
쉬지 않고 성장하는 씨앗과 같은 참된 생명의 존재가 더욱 확실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언젠가는 사멸해버리는 생명이 아니라,
쉬지 않고 성장하며 소멸하는 일이 없는 참생명에 의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결국 부처에 의지하는 것이 됩니다.
진실한 삶은 시간과 공간 밖에 있기 때문에
죽음은 이 세상에서의 생명의 현상을 바꿀 뿐, 결코 삶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죽으로서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단견에 빠져버리는 것이 됩니다.
부처님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불법 밖에 있는 외도 소견이라 하였습니다.
물론 단견의 반대의 상견도 외도의 소견이라 하였습니다.
상견을 무조건 있다고 믿는 맹신 같은 소견입니다.
불교의 생은 다생설로 생의 연속이 중생의 경우 끝없이 이어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세세생생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처럼 하루하루의 연속이
달이 되고 해가 되듯이 이것이 더 길어지면 생이 어이즌 세세생생이 되는 것입니다.
유교 같은 종교는 전생이나 내생에 관한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세속적인 범부들이 가지는 생각도 전생이나 내생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단생론의 견해에 불과합니다.
서양 종교인 유일신 사상을 내세우는 천주교나 기독교 등은 내생에 관한 것은 말합니다.
신의 은총을 입고 구원을 받아 천국에 간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들 종교는 신 창조설에 의해 사람을 신이 만든
피조물로 보기 때문에 사람 스스로 태어날 때부터 창조된 것이므로 전생을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죽은 다음 천당에 간다고 말하니 이는 재생론인 셈이 되지요.
불교는 이와 달이 인연이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므로
생도 전생에서 금생, 내생으로 끊임없이 계속되는데, 이를 윤회라고 합니다.
원래 윤회라는 말은 범어의 삼사라를 어원으로 하는 말인데,
물이 흘러가듯이 '함께 달려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입니다.
또한 '지은 업을 가지고 간다'는 뜻도 됩니다.
그런데 우리 불교에서는 이 윤회 자체를 고통으로 봅니다.
그래서 윤회의 고통을 벗어나라고 합니다.
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교의 최종 목적인 해탈이요 열반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삼세에 끊임없이 계속되는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열반에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지장보살의 무연대비심을 되새기며 모든 악업을 업애자
천도 의식을 거행할 때 일반적으로 지장기도를 함께 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이는 지장보살의 대비심이 육도 중생을 구원한다는 특이한 본원력을
영가천도에 결부해 지장신을 받드는 풍습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장보살은 도리천에서 석가 여래의 부촉을 받고
매일 아침마다 선정에 들어 중생들의 근기를 관찰한다고 합니다
또한 석가 여래가 열반에 들고 난 뒤부터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육도에 몸을 나타내어
일체 중생을 교화하는 대비보살이기도 합니다.
특히 악도에 빠져 고통받고 있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큰 서원을 가진 보살입니다.
지장신앙의 근거가 되는 경전으로 <지장보살본원결>과
<지장십륜경> <점착선악업보경>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지중보살본원경>은 줄여서 <지장경>이라 하는데,
부처님이 생모 마야부인을 위하여 도리천에 올라가 설한 경전입니다.
부처님이 지장보살을 불러 육도중생을 교화하는 방편과
특히 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는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려는 지장보살을 유명교주라 하여
지옥의 고통받는 모습과 유명교주 지장보살의 큰 서원에 대해 설한 법문이 그 내용입니다.
지장보살의 서원은 중생이 지옥에 남아 고통받는 자가 있다면 성불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일제 중생이 모둔 성불한 다음에 성불하겠다는
이타원력을 앞세워 남을 먼저 성불하게 하겠다는 원력입니다.
이러한 보살을 대비천제라 합니다.
천제란 성불이 불가능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여기에는 악의 뿌리가 깊어 성불을 못하는 단선천제가 있고
지장보살처럼 대비심이 지극하여 남의 성불을 도와주다가
자기 성불을 못하는 대비천제가 있습니다.
지장보살의 이러한 큰 서원 때문에 지장보살을 대원본존이라 합니다.
과열경쟁과 일등주의가 판을 치는 현대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장보살의 숭고한 정신이 살아나야 사회 안녀과 세계평화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대승불교에선 중효나 것이 보살의 대비사상입니다.
대승불교가 일어나면서부터 이승인 성문,
연각을 독선적 자리수행에 치중하고 이타원력을 발하는 대비심이 없다 하여
그들을 평가절하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새로은 대승의 수행자상으로 보살들을 등장시켰습니다.
사찰에서 조석으로 예불을 드릴 때
4대 보살의 명호를 부르고 지심귀명례를 합니다.
대지문수사리보살, 대행보현보살, 대비관세음보살, 대원본존지장보살
이렇게 칭명하고 절을 합니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고 보현보살은 행원을 상징하며 관음보살은 자비를 상징합니다.
지장보살은 대비를 상징하는 대비보살로 어머니가 흘리는 눈물 같은 보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수보살의 지혜가 눈이라면, 관음보살의 자비는 손이고,
보현보살의 행원은 발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장보살은 중생이 불쌍해 흘리는 눈물에 비유될 것입니다.
실제로 지장보살은 지옥의 문전에서 지옥고를 받는 중생들이 불쌍하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합니다.
지장보살의 법어 이름은 크시티가르바로 지지, 묘당
혹은 무변심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무변심이라는 말이 지장보살의 정신을 가장 이해하기 좋은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말은 쉽게 설명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마음을 가진 이'라는 뜻입니다.
"나는 지옥의 중생을 다 제도한 뒤에 성불하겠다"하여
성불을 포기한 이 마음이 가장 큰 마음이라는 뜻이지요.
다시 말해 지장보살은 중생을 위해 위대한 포기를 한 보살이요 끈없는 양보를 하는 보살입니다.
이 지장보살이 약도 중생을 송두리째 건져내고자 자기 성붕를 포기하고
유명계 중생을 구제하는 중생회향을 대비심으로 끝없이 하고 있는 이것이
바로 불교의 무연대비입니다.
더구나 불우한 중생들을 우선적으로 제도하고자 하는 정신은,
마치 높은 곳에 흐르는 물은 낮은 곳에 흐르는 물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낮은 곳에 흐르는 물은 높은 데서 흘러오는 물을 받아들이는 이치와 같다 할 것입니다.
지장보살의 본원에 대해 설해 놓은 <지장경>은
<부모은중경>과 함께 '효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석가모니 부처님 자신이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설한 경이고
이 경은 돌아가신 부모나 조상을 천도하기 위하여 지송하는 중요한 경이므로
효도사상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하는 경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으로 매월 18일을 지장재일이라 하여 지장기도를 봉행합니다.
또 명부전이라는 법당에는 지장보살을 봉안하여
명부시왕의 탱화를 모셔 선망부모를 천도하는 재식을 거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장신앙의 중요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옥의 고통을 타파하고 극락에 왕생하는다는 것으로
우리 불자님들도 예수재 '이 세상의 모든 악업을 없앤다'는
지장보살의 대비원력을 되새겼으면 합니다.
또한 삼세로 인과가 이어져 있음을 바로 알고
살아있는 동안 악언을 짓지 말고 공덕을 잘 닦기를 당부드립니다.
나무 대원본존 지장보살 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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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