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듣는 명법문 - 경봉 스님
보리심을 발하려면
본래 자리로 돌아가려면 보리심을 발해야 한다
불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녹음이 짙푸른 성하의 계절입니다.
이런 계절에 산이나 강, 바다로 나가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마음의 휴식을 주는 법문을 듣고 자신의 자리를 올곧게 보는 것도
좋은 살림살이라 할 것입니다.
오늘은 한국불교 근현대의 큰 지식이었던
경봉 큰스님의 말씀을 빌어 어떻게 보리심을 내야 하는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승불교는 보살의 불교입니다.
보살은 요즘 말로 하면 구도자입니다.
그 보살의 길, 구도의 길은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길”입니다.
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의미이지요.
아니 그것은 사실 위나 아래 구분이 없이 동시에 추구해야 될 일입니다.
그래서 원효 스님은 이 말을 “귀일심원(歸一心願) 요익중생(饒益衆生)”이라 표현했습니다.
우리 마음의 근원으로 돌아가면서 동시에 중생에게 이익을 베푼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선적으로 표현하면 “환귀본처(還歸本處), 입전수수(入纏垂手)”가 될 것입니다.
본래 부처 자리로 돌아와 저자거리에서 중생을 교화하면서
자유자재로 걸림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지요.
본래 부처의 자리에 돌아와 중생들에게 줄 선물보따리를 어깨에 매고서
중생에게 그 이익을 베푼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래 부처 자리는 중생들의 삶과 떨어질 수 없습니다.
그 본래 자리, 부처 자리로 돌아가려면 보리심(菩提心)을 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깨달음을 구하려는 마음이 바로 보리심을 발하는 것이니까요.
보리심을 발하는 이들의 마음 자세
그러면 우리들이 보리심을 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리심을 발하는 이들은 어떤 마음 자세를 지녀야 할까요?
경봉 스님은 열한 가지 마음으로 그것을 설명합니다.
첫 번째, 대비심(大悲心)을 발해야 합니다.
대비심이란 중생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그 고통에서 중생들을 구해내려고 하는 일체동심의 큰 마음입니다.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나도 아파서 견딜 수 없어 그들을 건져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도자라면, 아니 불자라면 모든 중생을 구원(救援)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그래서 경봉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널리 일체 중생을 내가 구원(救援)하겠다는 마음
을 가져야 하나니,
우리 불자들은 중생계가 다하도록 원력을 세우되 신심이 지극하고 원력이 지중해야 하니,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업이 다하고 중생번뇌가 다하더라도
내 원력이 다하지 않고 이 허공계가 다하더라도
내 원력이 다하지 않는다는 그러한 큰 원을 가져야 대도를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법회를 마무리하면서 노래하는 사홍서원의 첫 구절이
가없는 중생을 제도하는 것입니다. 왜 가없는 중생을 제도합니까?
중생을 제도하는 일은 시작도 끝도 없기 때문입니다.
무한정한 무한계의 중생이 이 세계에 사고 있기 때문에
가없는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허공계가 다하기까지의 대원력이 대비의 마음과 어우러져 나를 비우고
온 마음과 몸을 기울일 때, 우리 불자들은 본래 그 자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대자심(大慈心)을 발해야 합니다.
대자심이란 사람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는 마음입니다.
아낌없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바로 사람들 마음에 행복의 나무를 심어주고 평화의 물을 뿌려주는 것입니다.
그것도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누구는 예뻐서 더 주고 누구는 미워서 덜 준다거나 안 주는 것이 아니라
평등하고 공평한 마음 자리에서 남에게 행복과 기쁨을 베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봉 스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평등하게 일체 중생을 자비심으로 내가 도와주리
라는 생각을 가져야 되다니
각자 사농공상(士農工商)에서 자기가 맡은 책임을 완수하고 사업을 이루어서
자기 가정에서 쓰고 남을 정도가 되면 지나친 허욕으로 축재를 하려 하지 말고
먼저 이웃들과 국가, 민족 나아가서는 세계 인류를 위해서
자선사업을 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작은 일부터 헌신적으로 실천을 하면
밝은 사회가 이룩될 것이다.
현실생활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리 큰 원력이 큰 이상이라도 필요가 없는 것이며
이웃과 사회가 즐거워지는 것이 곧 극락세계의 실현이지,
불국토가 어디 죽어서 가는 곳이겠는가.“
여기서 우리가 마음 속에서 새계 볼 것은 자기가 맡은 책임을 완수하고 사업을 이루어서
남을 정도가 되면 사회에 돌리라는 것입니다.
가정과 회사의 구성원들을 어느 정도 만족하게 해주고 남은 것을 보시하라는 말씀이지요.
현실적으로 정말 그렇습니다.
가정을 등한시 하고 자기 가족을 부양할 것까지도 남에게 베푼다는 것은
정말 비현실적인 얘기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가족 구성원을 어느 정도 즐겁게 편하게 해주고,
나머지를 주면 사람들을 위해서 베풀어나가는 것이 이웃을 즐겁게 해주는
실다운 얘기가 될 것입니다.
사실 자기 것, 내 것, 내 가족의 울타리마저 벗어나는 것이
참다운 대자비심의 실천이지만, 그것은 최고 극점에 도달한 수행자의 삶을 말하는 것이요,
정신 자세를 설명한다고 보면 좋습니다.
그리고 정말 내 것마저 버리고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무런 걸림이 없게 될 정도로
수행이 되었을 때는 그 정도로 자신을 비울 수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 안락심(安樂心)을 발해야 합니다.
이것은 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에 근심과 걱정이 없이 아주 평안하고 고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불안하여 안절부절 좌불안석이면 잘 진행되던 일도 안되는 법입니다.
불안한 마음 상태에서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어디 한 구석이 어긋나기 마련이고 사고가 터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편한 마음이 없이 일을 진행하면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에
건강을 해치고 수명을 단축하게 됩니다.
항상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일할 때, 자기도 좋고 남도 좋습니다.
그러한 안락이 마음이 숨쉬는 가정이나 직장은 정말 활기가 넘칠 것입니다.
그래서 경봉 스님은 또한 말씀하십니다.
“평안한 마음을 가져야 되나니 마음이 불안해서
는 안 된다.
장가가고 시집가지 전에는 마음이 편안해서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장가가고 시집가서 가정을 이루어 놓고 보니 없던 망상과 없던 걱정이 생겨서
오늘 일을 생각하며 살 것인데도 오년이나 십년 후의 일까지 곰곰이 생각하며
밤잠도 자지 못하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불면증까지 걸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부모님의 태중에서 나올 때 가슴 아프고 근심 걱정 때문에
머리 아프려고 나온 것이 아니니, 쾌활하고 명랑하고 낙천적인 기분으로 생활해야겠다.
일체 중생들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태평하고
안락함을 얻게 해주려는 것으로 원력을 삼아야 한다.“
네 번째, 요익심(饒益心)을 발해야 합니다.
요익심은 앞서 말했듯이 중생에게 이익을 주는 마음입니다.
나만 잘살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웃들을 편하게 해주고
잘 먹게 해주고 편리하게 해줄까 하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저 이웃들을 경쟁상대로 보고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아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들의 더 잘 살게 해주는 방향으로 장사를 하고 사업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가치 기준을 사심없이 공공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고 행할 때,
옳게 나갈 수 있으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신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남을 이용하려는 약은 마음을 쓰면 일시적으로 성공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절대로 오래 가지 못하면 그에 대한 과보를 톡톡히 받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경봉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남을 이롭게 해주어야 하는데 요즈음은 어떻게
하든지 남을 속이려고 하니,
모든 중생들이 악법(惡法)을 다 여의고 또한 약한 마음으로 계교를 부려서
남을 속이려는 마음을 다 없애야겠다.“
다섯 번째, 애민심(哀愍心)을 발해야 합니다.
애민심은 이웃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어여삐 여기는 마음입니다.
대비심이 이웃의 고통을 슬퍼하고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마음이라면,
애민심은 대비심을 실천하기 위해 이웃 중생을 향한 한없는 연민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경봉 스님은 말씀하십니다.
“부처님처럼 고통받는 일체 중생들에게 연민을 느
끼는 그런 마음으로
두려움에 떨며 지내는 중생들을 잘 지켜주고 보살펴야 한다.“
여섯 번째, 무애심(無碍心)을 발해야 됩니다.
무애심이란 걸림 없는 마음입니다.
그것은 장애가 없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중생들의 삶을 보면 항상 무엇에 걸려 있습니다.
사람에 걸리고, 돈에 걸리고, 상황과 조건에 걸리고, 근심.걱정에 걸립니다.
그렇게 걸려 있다 보니 자신 있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주저합니다.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안절부절하기도 합니다.
사실 나를 걸리게 하는 장애는 본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조작하는 마음, 시비하는 마음, 지혜롭지 않은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입니다.
그 허상을 걷어내고 걸림 없는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물론 걸림 없는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물론 걸림 없는 마음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수행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불자 여러분은 수행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경봉 스님은 다음과 같이 무애심음 지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걸림 없는 마음으로 일체 중생들이 모든 장애를
다 버리고 여의도록 해주어야 한다.
손으로 허공에 내젓듯이 내 마음 가운에 아무런 장애가 없어야 된다.
그런데 물질과 사람에 구애를 받아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걱정스러우니
내가 이러한 일체의 장애로부터 해탈한 뒤에 다른 사람들도
마음 가운데 일체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원력을 세운다.“
일곱 번째, 광대심(廣大心)을 발해야 됩니다.
광대심은 크고 넓은 마음입니다.
그것은 허공과 같은 마음이요 바다와 같은 마음입니다.
마음이 광대하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두루 비춥니다.
우리들의 마음씀은 그것만큼 넓이와 깊이를 갖습니다.
내 마음이 나 자신에만 머물러 있으면 좁은 나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며,
내 가족에 머물러 있으면 가족 이기주의의 틀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러나 마음이 마을만큼 크고, 우리나라만큼 크고, 지구만큼 크고,
우주만큼 크다면 그 만큼 나는 한계가 없게 됩니다.
그러한 한계가 없는 큰 마음으로 세상을 보니 웬만한 일에는 끄덕이 안합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생각하고 인생을 널게 관조하게 됩니다.
사소한 일로 상대방과 다투지 않고 그 마음을 품어주기에
서로 어우러지는 상생의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광대한 마음은 공(空)의 마음입니다.
공, 그것은 허공처럼 한계가 없으며 부증불감하고 불생불멸합니다.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큰 것은 큰 것대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수용합니다.
모든 것을 보편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사심이 없으며 평등합니다.
우리는 경봉스님의 다음 말씀처럼 광대심을 가져야 합니다.
“넓고 큰 마음을 가져야 되나니,
협소한 마음으로는 사소한 일로도 남과 다투고 얼굴을 붉히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 허공보다 넓고 천지보다 넓은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포용해야 한다.
저 바다를 보아라.
바다는 산과 유지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말끔히 씻어서
개울을 거쳐 큰 강을 휩쓸어서 바다로 들어가면 더러운 것은 전부 없어진다.
부처님의 말씀을 명심하였다가 좀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마치 바다가 더러운 물을 포용하듯이
좋지 않는 사람을 포용하여 부처님의 법문을 말해주어서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며,
일체 법계에 무한하고 광대한 마음을 가지고 일체 중생들을 포용해야 한다.”
여덟 번째, 무변심(無邊心)을 발해야 합니다.
무변심이란 치우침이 없는 마음입니다. 한계가 없는 마음입니다.
치우침이 없기 때문에 다툼이 없는 원융한 마음입니다.
한계가 없기 때문에 오거나 가거나 집착하지 않습니다. 가고 오고가 자유롭습니다.
아니, 가도 간 것이 아니요 와도 온 것이 아닙니다.
가는 바 없이 오고 오는 바 없이 갑니다. 그렇게 오고 감이 자유로운 마음이 무변심입니다.
어디를
가거나 오더라도 그것은 본래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무변심은 이렇게 열린 마음이요 모든 것의 중심인 마음입니다.
경봉스님은 이 무변심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늘도 가이 없고 허공도 가이 없는데 가이 없
고 변화 없는 마음으로
허공과 같이 왕래 없이 용심(用心)해야 하나니,
마음이라는 것은 가고 오는 것이 없는 것이라
어디를 가더라도 간 것이 아니며 와도 온 것이 아니다.
온 것 같으면서 온 것이 없고 간 것 같으면서
간 것이 없는 이것을 여래(如來)라 하나니,
그러므로 부처님 명호가 열 가지인데 여래를 제일 먼저 부른다.
우리가 아무리 먼 곳을 가더라도 이 몸을 운전하는
소소령령(昭昭靈靈)한 이 마음 자리는 온 것도 아니면 간 것도 아니다.”
아홉 번째, 관박심(寬博心)을 발해야 합니다.
관박심은 관대하고 넓은 마음입니다.
그것은 광대한 마음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포용하는 마음입니다.
넓고 관대하게 상대방을 포용하는 마음은
그 마음이 상대방을 헤아리는 세심함과 너그러움을 동시에 갖춘 마음입니다.
너그러운 마음과 세심한 마음이 조화를 이루어 큰 마음으로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감싸안습니다.
여래의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목석같은 마음이 아니라 펄펄 살아 숨쉬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넓게 살아 숨쉬며 세세한 곳까지 두루 미치는 마음을 갖추면
일체 모든 것에서 여래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경봉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넓고 넓은 마음을 발하면 일체 여래를 다 보게
되나니,
마음을 비우면 내 자성(自性)이 구경(究竟)에는 나타난다.
나타난다는 말도 어폐가 좀 있다.”
열 번재, 청정심(淸淨心)을 발해야 합니다.
청정심은 맑고 깨끗한 마음입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라고 할까요.
마치 푸른 하늘처럼 티없이 깨끗한 마음입니다.
청정이란 더러움만을 여의는 것이 아니라 마주 대하는 모든 사람과
일에 대한 조작과 분별심을 떠나는 것입니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 맑고 깨끗한 청정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청정은 깨달음의 길로 통합니다.
몸의 때를 벗어났으니 몸으로부터 생기는 온갖 탐욕과 성냄을 벗어나고
마음에서 생기는 어리석음과 교만한 마음과 의심에서 벗어납니다.
경봉 스님은 이렇게 청정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교화하라고 했습니다.
경봉 스님은 말씀하십니다.
“청정하고 때가 없는 마음으로 과거․현재․미래
에 어김없는 지혜로
모든 중생을 교화시키되 남을 교화시키려면 우선 스스로 지혜로워야 된다.”
마지막으로 열한 번째, 지혜심(智慧心)을 발해야 합니다.
지혜심이란 지혜로운 마음입니다.
지혜란 분석해서 머릿속으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대립과 분별을 떠난 초월적인 앎입니다. 거기에는 ‘나’라는 의식이 없습니다.
온전히 대상과 더불어 하나가 된 전체로서의 앎입니다.
어떠한 상황에 마주쳐서도 자신과 타인을 다치지 않고
다 잘 풀리고 잘살게 해주는 삶의 통찰이자 예지입니다.
사람이 지혜로워지면 어디로 갈지 알고 무엇을 행할지 알기에
방황하지 않고 두렵지 않습니다. 나날이 즐거운 날이 됩니다. 그 지혜는 바다와 같습니다.
아무리 퍼 써도 마르지 않고 어떤 일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무진장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봉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혜심을 발해서 널리 일체 지혜 바다로 들어가
야 한다.”
겉모습만으로 사람됨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경봉 스님의 사람됨에 관한 말씀과 한신의 일화를 통해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들려드리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됨에 있어서 겉모습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것이 열다섯 가지가 있다.
1) 사람됨이 어질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이가 있고,
2) 마음이 온량(溫良)하되 도둑질하는 이가 있고,
3) 태도는 공손하나 거만하고,
4) 겉으로는 겸손하고 삼가지만 속으로는 공손함이 없고,
5) 마음은 자상하고 세밀하나 인정이 없는 수가 있고,
6) 마음은 맑고 맑되 정성이 없는 이가 있고,
7) 좋은 꾀는 잘 내나 막상 일을 당해선 결단성이 없는 이가 있고,
8) 정성이 있는 듯 하되 신용이 없는 이가 있으며,
9) 황홀(恍惚)한 마음을 가지되 도리어 충실한 이가 있고,
10) 남의 마음을 잘 격동(激動)시켜서 공로와 성과가 있는 이가 있으며,
11) 외모는 용맹스러우나 실은 겁이 많은 이가 있으며,
12) 엄숙하고 삼가는 듯해 보이나 일처리는 경솔한 이가 있고,
13) 겉으로는 성을 잘 내나 속으로는 침체되어 있고 게으른 이가 있으며,
14) 세력도 없고 모습도 졸렬해 보여도 이르지 못함이 없는 이가 있고,
15)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이 모두 이루는 이도 있다.
한(漢)나라 때의 명장(名將) 한신(韓信, ?~B.C.
196)은 천하를 바로잡을 뜻이 있었으나
몹시 가난하여 매일같이 회음(淮陰)성 밖 냇가에서 낚시질이나 하며 소일(消日)하였다.
그 냇가에는 노파 몇 사람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 노파 중에 한 사람이 한신을 불쌍히 여겨 그에게 매일 밥을 주었다.
노파는 무명 빨래가 끝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같이 한신에게 밥을 주었다.
이에 한신이 크게 감격하여 “이 은혜는 꼭 보답하는 날이 있을겁니다”
하고 인사를 하자 노파는 “육신이 멀쩡한 녀석이 제 입하나 못 먹고 사는 주제라
하도 불쌍하게 보여서 밥 몇끼 준거야! 은혜에 보답을 한다구?
그 따위 소리는 하지도 말아라“하며 핀잔을 주었다.
또 회음성 안의 백정 패거리 중에 평소 한신을 업신여기는 녀석이
하루는 이렇게 시비를 걸었다.
“이봐, 덩치 큰 친구! 꼴은 제법인데 배짱은 반껍데기겠지”
구경꾼들이 몰려오자 더욱 기가 살아서 설쳐댄다.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 봐”
한신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그 녀석이 가랑이 밑을 기어 나갔다.
이를 본 구경꾼들은 모든 한신을 바로 천지라고 불렀다.
한신은 그 뒤에 한나라 유방(劉邦. B.C. 256~195)을 도와서
천하를 평정하고 제(齊)왕이 되었다.
초(楚)나라로 부임한 한신은 회음으로 가서 그 노파를 찾아 천금(千金)의 상을 내렸다.
그 백정도 불러서 “네가 나를 망신을 준 덕분에 격분이 일어나서
더욱 공부를 잘하였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게 되었다“하며 위로한 일이 있다.
이와 같이 겉만 보고서 그 사람됨을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을 수행하고 참선하는 이들,
곧 보리심(菩提心)을 발하는 이들은 마음 자세를 이렇게 가져야 한다.“
아시다시피 경봉 큰스님은 통도사 극락암에서 극락선원을 세워
많은 수선납자를 지도하는가 하면 극락선원으로 찾아오는 수많은 재가자들에게
살아있는 생활 법문, 마음을 파고드는 그윽한 법문으로 법열에 차오르게 했습니다.
그러한 자비롭고 지혜로운 경봉 스님이 그립습니다.
경봉 스님은 “보리심을 발하는 이들은 이러한 열한 가지 마음을 명심해서
중생을 교화해야 한다“고 거듭거듭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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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