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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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를 마치고
이제 분주했던 일들을 천천히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를 치르느라고
우리 절 모든 대중들이 고생이 참 많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수고 많이 하셨군요.
하기야 우리 불자들에게 무슨 특별한 날이 따로 있겠습니까?
하루하루가 부처님을 모시는 봉축일이요,
매일 매일이 진리를 밝히는 연등축제의 날 아니겠습니까?
진정한 불자는 무슨 기념일에만 부처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항상 부처님을 염하고 절을 찾아 수행과 실천을 계속해 나가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법회에 오신 여러분들은 어느 날을 가리지 않고
부처님을 모시는 참된 불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불가의 제일 큰 축일이라고 할 수 있는 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고나니
또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 있습니다.
제등행렬과 연등축제를 장엄한 장엄물들도 잘 손질해서 간수해야 하고
초파일을 밝혔던 연등과 여러 행사 용품도 수거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내년에 다시 쓸 물건들은 다시 잘 간수해 두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초파일은
불가에서 가장 쓰레기나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쓰레기와 폐기물을 보다 보면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는 부처님이 오심을 잘 맞이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죠.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이 사바세계에 남기신 것이 무엇입니까?
커다란 궁궐입니까? 호사스런 보물입니까?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삼의일발(三衣一鉢)’ 즉,
입고 계시던 가사와 발우 하나만을 남기셨습니다.
쓰레기가 될 만한 것, 이 땅을 오염시킬만한 것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아무 것도 안 남기셨습니까?
부처님께서 진정으로 남기신 것은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진리의 가르침’을 남겨 주셨습니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남겨주지 않았던 가장 위대한 선물을 주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부처님이 오신 날을 보내면서
너무도 많은 오염물을 남기지는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은 우리 불자는
무엇을 남기는 생활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여래의 열 가지 이름

여러분은 부처님에 대한 호칭이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아시지요?
부처님, 여래, 불, 세존 등 여러 가지 호칭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부처님에 대한 칭호 10가지를 ‘여래 10호(如來十號)’라고 합니다.
이 열 가지 호칭을 아시는 분들도 있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다같이 한번 따라해 보시지요.
여래(如來), 응공(應供), 정변지,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세존(佛世尊)

이렇게 열가지가 부처님에 대한 다른 호칭입니다.
이 열 가지 이름에는 부처님의 수승한 공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열 가지 호칭 가운데 첫 번째가 여래입니다.
여래란 ‘진리로부터 오신 분’,
‘진리를 따라 이 땅에 와서 진리를 보여주시는 분’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하면 바로 부처님께서 진리를 따라,
진리를 보여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날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호칭 가운데 선서(善逝)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인도말로는 수가타라고 하는데 ‘수’는 ‘잘, 좋게’라는 의미가 있고,
‘가타’는 ‘가다’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한문이나 인도말이나 그대로 풀어서 말한다면
‘잘 가신 분’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어디로 잘 가셨다는 말일까요? 바로 열반의 피안의 세계로 잘 가셨다는 말입니다.
여래라는 호칭을 여거(如去)라고도 말하는데 이때 여거 역시
‘지금까지의 부처님들과 같은 길을 걸어서 열반의 피안으로 가신 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서는 여거, 즉 여래와 같은 의미입니다.
이렇게 보면 부처님은 진리의 세계로부터 오셔서 진리의 세계로 돌아가십니다.
잘 오시고, 잘 가십니다.

그런데 중생은 어떻습니까?
지은 업에 따라 몸을 받으니 잘 오는 것이 아니지요.
그나마 사람 몸을 받는 것은 잘 오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업에 의한 과보로 받는 것이니 잘 오는 것이 아니고,
사는 동안 또 이런 저런 악업을 짓고 가니 잘 가는 것이 아닙니다.
오고 가는 것은 같으나 그 근원이 진리에 근거하시는 분이 부처님이시고
업에 따르는 것이 바로 중생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바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악업을 짓지 말고 선한 업을 쌓아야 하는 것입니다.

삶의 과정도 한번 돌이켜 봅시다. 부처님은 어떻게 사셨습니까?
중생에 대한 대자비심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길을 사셨습니다.
중생은 어떻습니까? 제 한 몸을 위해서 다른 이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고
해악을 끼치기도 합니다.
보통 돌아가신 분들을 평가할 때,
‘잘 사신 분’이라고 평가되는 분들은 어떤 분들입니까?
적어도 다른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사신 분들입니다.
악독한 이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대개 파괴와 살육의 참상위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보면 중생은 죽음과 파괴의 쓰레기를 남기지만
부처님은 생명과 살림을 남깁니다.
자~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먼 얘기가 아니라 내 생활부터 돌아봅시다.

우리의 일상

보통사람들의 하루 일과는 어떻습니까?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식사를 한 뒤
출근을 하기 위해 옷을 입고 신발을 신습니다.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근하면
대개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잠시 조간신문을 읽거나 바로 일을 시작합니다.
요즘 거의 모든 직장의 일과는 자신의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컴퓨터에 앉아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때때로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 한 캔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과는 현대인의 일상적인 반나절의 일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죽이고 황폐화시키는데 일조하였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제 하나하나 따져 봅시다.

여러분이 하루에 한잔씩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남미 콜롬비아의 농부는 일년 동안 커피나무 12그루를 돌봐야 합니다.
그 나무에는 1년 동안 5㎏의 화학비료가 뿌려지고,
커피 열매의 껍질을 벗기기 위해
19.5㎏의 커피껍질이 콜롬비아의 강을 오염시키게 됩니다.
이 커피나무 농장은 식물과 새들의 보금자리인 콜롬비아 원시림을 파괴해 얻어졌고
작은 숟가락으로 두 번 떠 넣은 설탕은
플로리다주 남쪽에 있는 사탕수수밭에서 온 것입니다.
이 사탕수수밭은 과거에 참억새풀 습지였습니다.
커피에 함께 타 넣은 크림은
대관령의 초원에 방목된 젖소들로부터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젖소들의 배설물이 초원의 시냇물을 오염시키고,
소들이 시냇물을 건너다니는 바람에 물이 따뜻해지고
진흙이 많아져 시냇물의 물고기들이 멸종될 위기에 처합니다.
혹시 이런 사실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우리가 마신 커피잔을 닦기 위해서는 우리가 마신 커피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물을 들여서 컵을 닦아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가 한국의 한 귀퉁이에 앉아서 한잔의 커피를 음미하는 것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열대우림지역이 파괴되고,
엄청난 양의 화학비료가 뿌려지고 있으며,
그 열대우림을 가로지르는 강이 오염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커피 한잔을 마시는 동안
우리는 무심결에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커피를 마시면서 읽는 신문으로 가 봅시다.
신문을 만드는 신문용지는 나무를 원료로 제조한 펄프로 만들어집니다.
그 재료가 되는 나무들은 캐나다의 산림에서 자라는
150년 정도 된 가문비나무와 전나무입니다.
신문을 만들 펄프를 만들기 위해 한해동안 수만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나무를 운반하는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시림이 파괴되고,
무너져 내린 토사가 계곡을 메워
야생 동물과 물고기들이 생존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펄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종 화공약품과 표백제가 투입되고
동시에 강력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생성됩니다.
이 다이옥신은 암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를 파괴시키고,
돌연번이를 일으키며, 생식장애를 가져오는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펄프원료가 바다를 건너와 신문으로 안방에 배달되기까지
엄청난 원시림의 파괴와 환경오염이 수반된 것입니다.

거사님들이 출근할 때 입는 Y-셔츠는 면과 폴리에스텔 혼방으로 만들어집니다.
폴리에스텔은 석유를 원료로 하는데
석유의 시추와 채취의 과정에서 바다와 토양이 오염되고
폴리에스텔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생산된 폴리에스텔 무게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질소, 유황, 탄화수소,
먼지, 일산화탄소, 중금속 등이 대기 속에 방출됩니다.
면직물의 원료가 되는 목화는 중국의 허베이 평원에서 경작되는데
목화를 경작하기 위해서는 토양과 목화에 엄청난 양의 살충제가 뿌려집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연간 소비되는 살충제의 10%가
목화 농업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옷감의 염색에 들어가는 온갖 화학염료들은 토양과 물을 오염시킵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입는 옷 한 벌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지구는 오염됩니다.
그리고 입은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은 일어납니다.

또 여러분이 신고 계신 운동화나 구두와 같은 신발은
전 세계에 걸쳐 산재되어 있는 생산라인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원료가 되는 소가죽은 미국 텍사스의 목장에서
대량으로 도살된 소의 가죽을 벗겨
값싼 노동력과 환경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나라로 옮겨진 뒤
20단계가 넘는 가공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가공지역이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이 가공 과정을 무두질이라고 하는데
20단계가 넘는 가공과정에서 강력한 화학약품이 투여되고
중금속을 포함한 오염물질들이 그대로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갑니다.
이렇게 가공된 가죽은 인도네시아로 옮겨져 다른 지역과 나라에서 만들어진
합성 섬유와 고무창 등의 재료와 함께 조립됩니다.
그리고 본드 냄새로 가득 찬 작업장에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자신의 한달 월급보다 비싼 신발을 조립하고
접착하는 과정을 거쳐 한 켤레의 신발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옷과 신발을 차려입고 출근길에 나서 승용차를 이용하게 되면
도로 위를 달리면서 수많은 독성물질을 흘리게 됩니다.
승용차로 약 15㎞정도를 주행하게 되면 약1ℓ의 휘발유가 타면서
2,000㏄가량의 이산화탄소와 200㏄가량의 일산화탄소,
그리고 매연형태의 탄화수소와 이산화질소를 공기 중에 배출합니다.
도로 위에는 차에 주입된 각종 오일이나 부도액을 조금씩 흘리게 되고
겨울에 도로의 결빙을 막기 위해 뿌려진 염화칼슘 등과 함께
강물로 흘러들어갑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움직이고 있는
1천만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상상을 초월하는 양입니다.
그래서 좀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우리가 이용하는 승용차는 사실 오염물질의 덩어리인 셈입니다.
여러분! 우리 국민과 미국인들 가운데 누가 더 승용차를 많이 이용할 것 같습니까?
자동차의 천국인 미국인들일 것 같지요? 아닙니다.
우리 국민이 보유한 자동차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는
미국의 1.5배, 일본의 2.5배라는 통계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또 자동차 한대당 연료 사용량도 미국의 1.2배, 일본의 2.5배입니다.
그만큼 승용차의 이용 빈도가 높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런 생각해보셨습니까?
승용차로 출퇴근을 할 때 승용차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70㎏정도 나가는 거사님을 움직이는데 쓰인 것이 아니라
1.5톤이나 나가는 자동차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말입니다.
뭔가 거꾸로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자~ 이렇게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업무용 컴퓨터를 켭니다.
이때부터 개인의 전력소비가 시작됩니다.
이 컴퓨터에는 고성능 칩이 내장되어 있는데 그 무게는 10그램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컴퓨터 칩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무게의 4,000배에 달하는 40㎏의 쓰레기가 나오고 1.5톤의 물이 사용됩니다.
컴퓨터 한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구리 1㎏을 얻으려면
약 11㎏으 구리 광석을 캐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약150㎏의 흙과 암석을 파헤쳐야합니다.
그리고 이 광석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산성비를 유발하는 이산화황이 대량으로 배출됩니다.
이밖에 컴퓨터 제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종합하면
약 25㎏정도 되는 컴퓨터 한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63㎏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2.8톤의 물과 2,300킬로와트의 전기가 소모됩니다.
사무실이나 가정의 컴퓨터가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앞에 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요즘 컴퓨터를 자꾸 바꾸는 유행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제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어서 식당으로 향합니다.
바쁜 업무가 있어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회사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 콜라를 주문했다고 가정합시다.
여기에 사용되는 햄버거용 쇠고기는
대규모 목장에서 길러낸 송아지로부터 얻은 것입니다.
쇠고기를 얻기 위해 우리 인류가 얼마나 많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지는
예전에 법회시간에 말씀드린 적이 있어 다들 생각이 나실 겁니다.
함께 주문한 감자튀김에 사용되는 감자는 크기와 모양을 고르게 하기 위해
화학 비료와 농약이 사용되고, 지하수와 시냇물을 더럽힌 뒤에야
예쁜 모양의 감자튀김으로 만들어져 우리 앞에 옵니다.
콜라가 담긴 알루미늄 캔은 지구 표면을 파헤쳐 채굴한 광석을 제련하여 만드는데
음료수 캔 하나를 만드는 알루미늄을 제련하는 과정에는
0.25캔의 휘발류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이와 같은 알루미늄 캔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11억개가 사용되는데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것은 4억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하지 않고 그냥 버리셨다면
무심결에 지구를 그만큼 훼손한 것입니다.

함께 사는 삶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 반나절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반나절 동안에 우리가 전 지구적인 인연의 끈으로 엮여져 있다는
사실과 부지불식간에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있어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고,
낭비하는 습관을 가진 적이 없고, 재활용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쓰레기 분리도 잘 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환경 오염물질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무심결에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 이제는
지국적인 연기(緣起)관계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그 오염의 범위도 전 지구적인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 국민은 매일 한사람 당 1㎏의 쓰레기를 버리고
매일 54㎏정도의 자원을 소비합니다.
말하자면 매일 내 자신의 몸무게보다 조금 못되는
자원을 소비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삶 자체가 환경오염이고
인간이 지구상 최대의 환경 오염집단이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아울러 현대의 소비문명이 얼마나 반(反)지구적이고,
반(反)환경적인지를 알게 합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것은 지금 우리의 삶이 지구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구의 편’에서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선망하는 미국인들의 삶을 예로 들어봅시다.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세계 전체 에너지의 24%를 소비합니다.
만약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이 미국인처럼 에너지를 소비하기 시작하면,
지구란 별이 네 개나 필요합니다.
모두 미국인들만큼 오염물질을 뿜어낸다면 아홉 개의 지구가 필요합니다.
결국 하나뿐인 지구에 사는 자로서 지금과 같은 추세로 살아간다면
지구의 편에서 보면 파멸로 가는 길이란 것이 명확해 집니다.

선택은 분명합니다. 지구를 사용하는 자로서 윤리의식을 가질 것.
구체적으로는 내가 살아가는 일상의 삶이 얼마나 지구를 과도하게
소비하는가를 자각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연기의 이치와 소욕지족(少欲知足)의 미덕을 알고 있는 불자들이 할 일입니다.
부처님 말씀 가운데 알고 짓는 업보다 모르고 짓는 업이 더 나쁘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쁜 업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설령 그 업을 짓게 된다하여도
스스로 경계하여 다시 그 업을 짓지 않으려 하지만,
그것이 나쁜 것인지 모른다면 계속해서 그 악업을 짓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지구를 죽이는 범죄자가 되었다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은
이제 지구적인 연기의 그물을 형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의 삶이 얼마나 환경오염을 하고 있는가를 자각하고
모든 중생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을 마련하는데 애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 절약이 미덕입니다.

그런데 이 세성에서 가장 먼저 이런 절약정신을 생활화하고
자원재활용을 최초로 실천한 사람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우리 불자들입니다.
부처님 당시에 코삼비국의 우다연왕의 아내 사마바띠 왕비는
아난존자와 비구들을 위하여 500벌의 가사를 시주하였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아난존자도 혹시 보통사람들처럼 욕심이 많아서
그 많은 가사를 받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어 그 사용 용도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비구 스님들은 그 물건들을 어느 것 하나도 버리지 않고
남김없이 재활용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오히려 자신도 500벌의 가사를 시주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가의 절약정신은 어느 것 하나 버리는 것이 없이 철저한 것이었습니다.
지난번 법문시간에도 오유지족에 대하여 말씀을 드린바 있습니다.
오늘날 이 지구촌 전체의 문제가 된 공해문제와 환경문제는
이런 만족할 줄 아는 정신, 절약정신이 그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내 앞에 있는 작은 물건 하나에도
그 이면에 거대한 삶의 과정들, 즉 연기된 상황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연기적 사고방식에서 출발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진리가 연기법이다’라고 말로만 되뇌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 삶의 일상과 사고 속에 들어와 자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연기의 가르침을 생활화 하는 것입니다.

불자들에게는 적게 먹고, 적게 쓰는 것. 전기, 물, 에너지, 생필품 등
모든 것을 절약하고 가급적이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야 합니다.
커피보다는 녹차, 대형승용차보다는 경차,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패스트푸드보다는 유기농 음식, 절전과 절수,
종이와 알루미늄의 재활용을 실천해야 합니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오늘 우리는 진리를 따라 이 땅에 와서 진리를 보여주시고
열반의 피안으로 가신 부처님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을 한번 되돌아보았습니다.
과연 우리의 삶은 어떤 것입니까?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 주는 삶입니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갑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이지요.
그런데 자신은 빈손으로 가면서
후손들에게는 수많은 쓰레기와 황폐한 자연을 남겨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크나큰 악업을 짓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매일 만드는 것이 쓰레기뿐이라면
우리의 삶 역시 쓰레기같은 삶입니다.
쓰레기만 남겨주기 보다는 아무 것도 안 남겨 주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아무것도 안 남겨주기 보다는
깨끗한 터전과 살기 좋은 환경을 남겨주는 것이 더 훌륭한 것입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중생으로서 ‘잘 왔다가 잘 가는’ 삶일 것입니다.

| 글쓴 날짜 | 2002-05-26 |

팔정도를 수행하십시오.

기쁨으로 가득한 부처님 오신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