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과 불교인의 생활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조계종과 불교인의 생활’이란 주제를 가지고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다 같이 무릎 꿇고 앉으셔서 따라하십시오.
저희들은 오로지 부처님께 귀의하고
다른 것은 무엇이든 귀의하지 않으리다!
저희들은 오로지 정법에만 귀의하고
다른 것은 무엇이든 귀의하지 않으리라!
저희들은 오로지 수행자에 귀의하고
다른 것은 무엇이든 귀의하지 않으리다!
편히 앉으십시오. 여러분이 지금 합장하신 것은 불교의 신앙 대상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결의한 것입니다.
우리 불교인들은 평소생활에서 부처님과
부처님이 가르치신 올바른 생활 방법을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수행자신 스님들을 믿고 의지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배워서 실천해야 합니다.
이처럼 불.법.승 삼보에 대한 삼귀의가 잘 되는 사람이 모든 번뇌를 해탈하여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합장하신 대로 잘 하실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지금 합창하신 것을 평소에 잘 실천하시는지 부처님께서
항상 지켜보고 계실 것입니다. 겁나시지요? 두려워하실 것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잘 실천하시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면 생활이 나빠질 것을 각오하시면 됩니다.
실천은 못 해도 생활이 나빠지는 것은 싫다고요?
불교인들은 마음이 크고 넓어야 합니다.
마음이 크고 넓은 사람은 벌 받을 것이 두려워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하여 잘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여러분들은 평소의 생활에서 항상 부처님과 부처님의 정법을 믿고 의지하며,
수행자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 철저하도록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조계종이란 육조 스님이 머물던 조계산에서 유래
그러면 지금부터 오늘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여러분! 조계종이 무엇입니까?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스님들이 있는 절을 조계종이라 한다.’ 또는
‘참선하는 스님들이 있는 절이 조계종이라 한다.’이런 정도로 알고 계십니까?
조계종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시는 분들은 잘 들어 보세요.
조계종은 원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불교의 종파(宗派)를 부르는 이름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불교에도 파가 있느냐고 하실지 모르나,
불교가 여러 가지로 발전하는 데 있어서
발전을 주도한 사람들에 의하여 파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에 인도에서는 학파(學派)라고 하였고,
중국에서는 교파(敎派) 또는 종파(宗派)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종파(宗派)를 종(宗)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신라 때부터 종파가 생겼습니다.
종파라는 것은 불교의 내용 중에서 어떤 한 가지 경전이나 수행 방법을 특별히 정하여,
그것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수행하는 모임을 말할 때 ‘무슨 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화엄경》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을 화엄종이라 하고,
참선을 중점적으로 하는 모임을 선종이라 하는 것 등을 종파라고 하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선종을 전한 도의 국사
그러면 조계종은 무엇을 중점적으로 하는 종파냐고요?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선종(禪宗) 중에서
임제종이라는 종파를 이어 받은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조계’라는 명칭은 중국 선종의 육조 혜능(六祖慧能)스님이 머물던
조계산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합니다.
신라 후기 당나라에 가서 유학하고 돌아온 도의 국사가
제자 염거에게 참선법을 전한 데서 선종(뒤에 조계종이라 함)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의 국사에 대한 이야기는 《조당집》이라는 선종의 역사서에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도의 국사는 강원도 강릉<당시 지명은 명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도의국사를 임신하기 전에 아버지는 흰 무지개가 뻗어서 방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고,
어머니는 어떤 스님과 잠자리를 같이 하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 보니 이상한 향기가 방 안에 가득하여
두 사람 다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서로움을 보니 반드시 성스러운 자식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답니다.
부모님이 함께 신기한 태몽을 꾼 지 39개월이 지나서 아기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 아기가 자라서 출가하여 ‘명적(明寂)’이라 하였습니다.
그 이후 784년(선덕왕 5)에 당나라로 건너가
중국 오대산에 들어가서 문수보살님을 친견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육조단경》을 설한 광부 보단사(寶壇寺)로 가서 비구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계산에 가서 육조 혜능 스님의 영정을 모신 조사당을 참배하려고 하자
저절로 문이 열렸고 예배를 드리고 나자 다시 저절로 닫혔다고 합니다.
이것은 이상한 자연현상이나 설화로서의 의미보다는
육조 스님의 법을 이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후 강서 홍주의 개원사로 가서 서당 지장 선사의 문하에서 정진하였답니다.
그곳에서 수행 정진하여 의심을 풀고 막힌 체증을 풀었다고 합니다.
이를 보고 서당은 마치 돌 속에서 아름다운 구슬을 고른 듯하고,
조개껍질 속에서 진주를 주워낸 듯하다고 기뻐하면서
“진시로 법을 전한다면 이런 사람에게 전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 전하랴”하고는
인가를 내렸으며 ‘도의(道義)’라는 법명을 주셨다고 합니다.
또한 두타의 길을 떠나 청규로 유명한 회해 선사를 참배하고
서당 스님의 문하와 똑같이 공부하니, 선사가 이르기를
“강서의 선맥(禪脈, 馬祖道一)이 모두 동국(東國)으로 가는구나!”하고 칭찬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821년(헌강왕 13)에 귀국하여 선의 이치를 널리 알렸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도의 국사는 인연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고는
설악산 진전사로 들어가 은둔하며, 그곳에서 제자들을 키웠습니다.
이 가운데 염거 선사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전했고,
염거 선사는 보조 체징에게 법을 전하여 전남 장흥의 보림사를 창건하고
가지산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도의 국사는 가지산문의 초조로 추앙되었으며,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조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조계종의 특징인 간화선을 보다 적극적으로 생활화 하자
그러다가 신라가 망하고 고려 초기에는 선종이 선종이 조금 쇠퇴하였다가,
고려 중기 보조 국사가 송광산 길상사에서 정혜결사(定慧結社)를 창설하여
참선법을 다시 일으켰는데, 이때 희종 대왕이 송광산을 조계산이라 이름을 바꾸면서
조계종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세종에 의해 선.교(禪.敎) 양종으로 통폐합되었습니다.
이후 1938년 태고사(현 조계사)를 창건하고,
1940년 ‘조선불교조계종’이라 이름하고 선풍을 진작시켰습니다.
해방 이후 1954년 정화운동을 통하여 종단을 다시 새롭게 정비하여,
1962년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으로 출범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조계종은 앞에서 말씀드린 바 있듯이 중국 선종의 육조 혜능 스님의 맥을 이어서 내려오는 선종,
그 중에서 임제종의 계통을 이어받은 것입니다.
여러분의 가문에서 어느 누구를 조상으로 하는 족보가 있듯이 조계종도 족보가 있습니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은 신라 때 도의 국사를 종조(宗祖)로 하고,
고려 때 보조 지눌 국사를 조계종을 다시 연 중천조(中闡祖)로,
고려 말 태고 보우 국사를 정통 선맥을 계승한 조계종 중흥조(中興祖)로 하여
참선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종파를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법을 믿고 실천하는 데 이런 종파가 왜 필요하냐구요?
한 마디로 시대적 상황에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활이 조직사회를 형성하여
그 조직의 힘으로 발전해 가는 시대로 변하였기 때문입니다.
불교가 아무리 훌륭하다 하여도 인간의 생활을 떠나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형성하고 그 조직의 힘으로
소속된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효과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의 측면에서 볼 때, 불교의 종파도 뜻을 같이하는 불교인들이 모여
그 힘으로 각 개인의 불교생활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불교 종파는 그 나름대로의 특성과 역할이 있으나,
발전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지금 조계종을 보면 하나의 종파로서 충실한 조직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조계종 사찰에 다니는 신도들이 조계종에 대한 인식이나
소속감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조계종 소속 스님들이나 지도자들이 조계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신도들에게 조직력을 갖도록 교육하고 이끌어 주는 데 부족한 면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계종이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한국불교에서 조계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조계종에 소속된 스님과 신도들이 투철한 소속감을 가지고
조계종의 특성을 살려내는 생활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조계종의 특성은 참선 수행, 특히 간화선(看話禪-화두를 참구하는 참선법)의
수행을 중심으로 하여 불교인의 생활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참선 공부로 변함없이 좋은 시절을 맞자
조계종 소속 사찰 스님과 신도들은 평소 생활하는 데 있어서
참선(간화선) 수행에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종단에서 하는 일에 모두가 의무적으로 동참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필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계종에 소속된 스님이나 신도가 한 자리에 모여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람 중에 “불교를 믿으면 되었지 종단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계종에 대한 정체성 결여’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불교인의 생활은 삼보에 대한 믿음을 굳게 하여 삼보를 받들고 보호하며,
생활에 보물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불교인으로서 이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불교인의 생활의 효과를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삼보 중에서 승보는 수행자 집단(승가)를 말합니다.
따라서 불교의 종파는 승보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불교인이 자기가 소속된 종파를 위하는 일을 하는 것은
바로 승보를 위하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뜻을 같이 하여 조계종을 위하는 일에 정성을 쏟으며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면 조계종은 훌륭한 승보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불교인들의 생활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발전이 있게 될 것입니다.
마음 속으로 다시 한번 조계종을 위한 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십시다.
여러분 따분하십니까?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을 들려 드리면서
오늘 법문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절에 가서 부처님께 예불할 때마다 큰 소리로 축원하기를
“부처님! 저는 이제 할 일을 다 하여서 남은 미련이 없습니다.
그러니 부처님께서 언제든지 저를 부르시면 가겠습니다“ 하였습니다.
하루는 그 절에 사는 꼬마가 그것을 보고 법당으로 가서 탁자 밑에 숨었다가
그 할머니가 와서 축원하는 것이 끝나자마자 점잖은 목소리로
“그러냐? 그럼 오늘 저녁에 데려 가마!”하였더니,
그 할머니가 놀라 그 자리에서 졸도하여 정말로 돌아가셨답니다.
여러분도 그 할머니처럼 하시겠습니까?
불교를 올바르게 잘 믿고 실천하는 사람은 그 할머니처럼 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조계종 소속 불자님들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불교를 바르게 이해하고 참선 공부를 잘 하면
그 할머니처럼 졸도하여 돌아가시는 일은 결코 없으실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생각을 바르게 하셔서 소원을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참선 공부를 하시는 데 필요한 말씀 한 구절 소개하여 드리겠습니다.
다 같이 합장하시고 염불할 때 함께 하십시오.
춘유백화추유월(春有百花秋有月)이요,
하유양풍동유설(夏有凉風冬有雪)이로다,
나무아미타불!
약무한사괘심두(若無閑事掛心頭)하면
변시인간호시절(便是人間好時節)이로다.
나무아미타불!
이 게송은 중국 송나라 때 무문 혜개라는 스님이 지으신 《무문관》에 나오는 것입니다.
뜻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봄에는 꽃들이 있으며, 가을에는 밝은 달빛이 있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있으며, 겨울에는 하얀 눈이 있으니,
쓸데없는 일에 마음이 걸리지 않으면
이것이 인간에게 좋은 시절이 아니랴!“
자연이 사시사철이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 주듯이, 우리 불교인들도
부처님의 정법을 실천하는 생활이 변함없으면
우리의 생활은 실로 좋은 시절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설법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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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