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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메시지를 들고 온 부처님
1.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주기 위해 오신 부처님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축복의 계절입니다.
설연화의 날개짓으로 시작하여 산당화, 진달래, 그리고 벚꽃에 이르기까지
가히 화장장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계절입니다.
그 위에 오월의 푸름이 다시금 수를 놓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순수하고 해맑습니까?
우리들의 마음을 여기에 비추어 그림이라도 그려 보면
참 생명, 그 축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사 어찌 기쁨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세상을 살다가 힘든 날이면 잠시 고개를 들어
저기 저 산자락에 미소짓고 있는 꽃들의 장엄을,
그리고 오월의 푸르름을 바라보시지요.
그러면 조금은 가슴이 트일 것입니다.
인생사 고뇌와 번민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있습니다.
나의 고통은 크고 다른 사람의 고통은 번민할 상황이 아닌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 고통은 한 치 오차도 없이 크고 심각한 것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고통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성제 중에서 왜 고통을 고통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라고 하여 고성제(苦聖諦)라 했을까요?
그 고통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고통 속에 있어도 고통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생각조차 안 하기 때문입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아무튼 아무리 세상이 좋아지고 삶의 조건이 좋아져도
사람들의 갈등과 번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21세기 과학문명이 세상을 사로잡고 다양한 매체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하여도
여전히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하고 우리의 고뇌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니, 우리의 번민과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도를 넘어섰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세상이 좋아지고 삶의 조건이 좋아졌음에도
우리의 고뇌와 갈등은 그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불행하고 갈등의 연속이니
진정한 우리의 인생살이는 과학에도 문명에도 있지 않고
환경에도 주변에도 있지 않음이 분명해졌습니다.
또 한 돈과 명예에도 있지 않음이 분명해졌습니다.
2. 탄생게에 담긴 뜻
2500여 년 전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중생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부처님의 탄생은 이 땅에 사는 중생들에게 거룩한 축복이며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였습니다.
그 탄생의 첫 몸짓은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한 손은 하늘을,
한 손은 땅을 가리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걸음 걸이마다 땅에서는 연꽃이 피어났다고 합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땅을 걸으면서 탄생의 첫 소리를 터트렸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 (三界皆苦 我當安之)
하늘 위에도 하늘 아래도
오직 나 혼자만이 위대하니
이 세계에서 고통받는 모든 존재들을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이 일성(一聲)은 생명을 울리는 소리요 영원히 우리의 마음을 일깨우는 소리입니다.
그 한 말씀에 대자비가 녹아 있고 평등의 노래가 깔려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한 게송에 세 가지 의미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1) 누구나 절대적 가치를 지닌 자각적 존재
첫째는 모든 중생은 그 누구든지 자신 속에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자각적 준재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경전에서는 모든 중생이 불성을 지니고 있다[一切衆生悉有佛性]고 했으며,
혹은 사람 사람마다 모두 본래 불성을 지니고 있다[人人箇箇本有佛性]고 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각적 존재로서
자기 완결성과 절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인간 본래의 존재성, 부처에 깨어날 수 있는 능력,
누구나 행복하게 노닐 수 있는 근원적 실상, 권력자에 있어서 더 하지도 않고
천한 자에 있어서 덜 하지도 않는 구김살 없는 무한의 가치,
그것을 경전에서는 여래장.법성.진여.공.일심이라고 했으며,
옛 조사 스님들은 주인공. 한 물건이라 했습니다.
비유하?표현하여 ‘허공’ 또는 ‘바다’라고 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가지도 있고 양반도 있고 군림하는 저도 있고 군림당하는 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본래 마음은 외형적 모습에 관계없이 평등한 가치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육도중생이 모두다 부처로 깨달을 불성이 있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생명력이 있습니다.
보고 듣는 느끼게 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육근의 작용을 떠나서 그 무엇이 있습니다.
자동차 운전수와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이 불성이요 마음이며 주인공입니다.
그것은 누구나 평등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그러한 의미입니다.
그것은 일체중생에게 평등하게 존재하여 번민과 갈등이 없는 거룩한 마음입니다.
고통받고 고통을 치유할 자가 없는 그 곳 그 자리….
2) 행복의 이정표이자 고뇌의 동반자 - 대자비
두 번째의 탄생의 의미는 대자비입니다.
부처님은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을 그 고통에서 해탈케 하려고
사바세계에 오셨다는 것입니다.‘삼계개고 아당안지’가 그런 뜻입니다.
누구든지 당신에게로 오기만 하면 행복의 이정표가 되어 주고
고뇌의 동반자가 되어주겠다는 이타(利他)의 의미입니다.
나는 위없는 스승[無上師]으로서 그대 중생들의 아픔과 갈등을 치유하여 줄 수 있기에
언제든지 내게로 오라는 의미입니다.
일체중생은 본래 부처로서 고통 받을 이유가 없음을 일깨워 주려고
이 땅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그 누가 나에게 고통을 주고, 고통을 받을 자가 그 누구이겠습니까?
고통을 주는 자도, 고통을 받을 자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고통의 실체가 모두 공하여 해탈, 자유, 평등 그 자체임을 일깨워주려고
이 땅에 오심이 분명한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한 번의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그 누구든지 한 번의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어떤 성자가 그랬던가요?
죽음의 신은 바다 밑에 숨어도 찾아오고 깊은 산 속에 숨어도 찾아온다고….
우리 인생살이의 극점은 죽음입니다.
죽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든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만났으면 반드시 헤어지고, 태어났으면 반드시 죽습니다.
톨스토이는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언젠가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한 날의 국왕이 신하에게 인생에 대하여 연구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 신하는 전국에 유명한 학자들을 모아 30년 동안 인생에 대하여 연구하였습니다.
그 결과 낙타 수십 필에 실을 만큼의 논문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신하는 수십 필의 낙타에 그 논문을 싣고 와서 국왕에게 바쳤습니다.
그러자 국왕이 말하였습니다.
“이렇게 늦게 가지고 오면 어떻게 하느냐? v
이제 내 나이가 많아 그 많은 논문을 다 읽을 수가 없으니
간단하게 요약하여 가지고 오라.“
역시 그 학자들이 모여 몇 년 동안 연구한 끝에
수십 필 분량의 논문을 한권을 책으로 정리하여 국왕에게 바쳤습니다.
그러나 국왕이 또 조용하였습니다.
“이제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고 육근 전체가 말을 듣지 않는구나.
이제 나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니
인생이 무엇인지 한 마디로 표현하라.
그 누구라도 좋으니 빨리 표현하라.“
학자들은 머리를 마주하고 논의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국왕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인생은 생.로.병.사(生老病死)입니다.”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러자 국왕은 그 소리를 듣고 싱긋이 웃으며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인생을 이보다 더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태어났으면 늙어가고 늙어지면 죽습니다.
태어남의 축복 속에 죽음의 슬픔은 항상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내일이 될 지 1년 뒤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천하를 돌아다니던 다리도 말을 듣지 않고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내던 팔도 말을 듣지 않고 급기야
검은 머리털 속에 한 가닥의 흰 머리카락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을 내밀면
이미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적게 남았음을 알면 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우리는 봅니다.
우연히 거울을 보다가 이마에 죽음이 일고 입가에 한 가닥의 가는 죽음이
또 다른 나의 얼굴을 장식하고 있음을.
어느 날 우리는 느낍니다.
그렇게 영롱하고 그렇게 잘도 듣던 귀는 분간하고 분별할 능력을 상실하고
무슨 소리냐고 옆 사람에게 재삼 물어 봅니다.
모든 것이 나의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라면 죽음의 신이 점점 나를 향하여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결국 생.로.병.사의 고통은 누구에게나 여실하게 존재합니다.
부처님 외에 누구도 그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생.로.병.사의 고통을 뿌리째 뽑아내고
영원한 행복과 걸림 없는 자유를 주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3) 일체 중생은 평등하다
세 번째 부처님 탄생의 의미는 평등입니다.
이 평등의 의미는 첫 번째 탄생의 의미와 관련이 있지만,
평등만을 부각하여 강조해 보겠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석가세존 자신만의 외침이 아니라
일체중생 모두가 평등하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자비를 앞세운 평등의 메시지를
이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겠습니까?
이 시대의 부패는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는 끝없는 탐욕에서 발생합니다.
우리 시대의 갈등은 못 가진 자가 가진 자에 비해서
너무나 가진 것이 없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과 억울함에서 기인합니다.
내면은 썩어 문드러져도 외형만 화사하면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통하고
권력만 있으면 무엇이든 통하는 21세기 벽두에 우리는 모습들.
그래서 인사청문회만 하면 고위인사들이 갖가지 비리에 연루된 모습이 여과없이 보입니다.
도대체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선뜻 당사자들을 비난하지만,
나 자신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탐욕이 일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상대적으로 못 가져 억울해하고 분개할 뿐입니다.
그래서 갈등과 대립이 첨예화되고, 그것을 정치권이 이용하면서
아수라장이 이곳저곳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3. 모든 가치를 놓아버린 공의 세계, 무한 행복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불기255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이러한 모든 모순과
사회의 병리현상을 잠재우고 부처님의 평등의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노력하여야 합니다.
집착과 편견을 잠재우고 대승적 사고로 바라보는 시각,
그것은 곧 평등의 절대적 사상에 다름이 아닙니다.
권력이 없어도 대접받고, 명예가 없어도 대접받고,
돈이 없어도 대접받는 세상, 그 평등의 세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 지배구조의 병리현상,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게 되는 모순에 모순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자손들에게
그러한 부산물들을 물려주지 말아야 합니다.
냉혹하게 한 번 살펴봅시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종족의 귀천은 어느 정도 사라졌습니다.
신분과 행실이 엉망이라도 돈이 있으면 귀한 사람이 되고,
신분과 행실이 존엄하여도 돈이 없으면 천한 사람이 되는 세상,
바야흐로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외형으로 판단하여 있는 자가 군림하고, 권력자가 판을 치는 세상,
유전귀인(有錢貴人)과 무전천인(無錢賤人)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모순들을 청산하고 인간의 절대적 가치인
평등의 세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기득권과 비기득권,
내 편과 네 편이 없는 본래 평등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어야 오늘에 이 사회는 평등과 자유와 행복으로 넘쳐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면 그 평등의 무한 행동으로 돌아갈 수가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놓아버리면 그 평등의 행복으로 돌아갈 수가 있습니다.
혹시 이런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 공의 이치에 해박했을 뿐더러
공의 도리를 잘 실천한 해공제일(解空第一)인 수보리 존자가 길을 가다가
브라만을 만났습니다. 브라만이 물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당신은 모든 것이 공하다고 하시니
대체 그 공이란 어떤 것입니까?“
그때 수보리 존자가 손가락으로 한 집을 가리키며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저 집을 보시오.”
“보고 있습니다.”
“분명히 거기 있습니까?”
“분명히 거기 있습니다.”
“그 집은 무엇으로 지었습니까?”
“나무와 돌과 흙으로 지었습니다.”
“그 집의 나무와 돌과 흙을 각각 따로 흩어 놓으면 집이 있겠습니까?”
“모두 흩어 놓으면 집이 아니지요.”
“그것이 바로 공의 이치입니다.
나무와 돌과 흙을 한 곳에 모아서 쌓으면 집이 되지만
모두 따로 흩으면 집이 없습니다.
따라서 집은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공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주만물도 다 사대(四大)가 화합하여서 이루어진 것으로써
그 실체가 없으며, 인연에 따라 생겨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나니
이것이 공인 것입니다. 나도 없고 법도 없다는 공의 삼매를 성취하여야
비로소 참다운 공의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공의 이치를 잘 설명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안과 밖이 녹아내려 너와 내가 사라지고 없으면
진실한 공의 세계를 얻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천상천하의 거룩한 독존자, 그 자유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공의 세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어느 날 그대 자신이 절대적 독존자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에게 있어서 더하지도 않고, 중생에게 있어서 덜하지도 않는 그 자리입니다.
이와 같이 이해하는 것이 부처님이 평등의 메시지를 안고
이 땅에 오심을 진실로 축복하고 잘 이해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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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05-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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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