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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말 한마디로 향기 나는 생활
여러분! 반갑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은 4월입니다.
마음도 신체도 건강한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말을 하지 않고 산다면 참 불편할 겁니다.
그만큼 말하고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매일 하는 말, 안 하면 불편한 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통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면서 소통은 하지 않는다
불자님들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입니까?
당연히 가족이겠지요? 자 그럼 가족들하고 이야기는 좀 하십니까?
가족들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십니까? 집집마다 다 다르겠지요.
여러분, 여러분들은 오늘 아침에 가족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생각해 보니 별로 한 말로 없는 것 같고, 말을 하기는 했는데
“언제 오느냐”, “차 조심해라”, “우산 들고 가라”
“점심 꼭 챙겨 먹어라” 그런 이야기들을 주로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니까 서로서로 챙겨야 하니까 말이지요.
심지어는 밥을 먹으면서도 “이것 먹어라, 이것도 먹어 봐라.”
자녀들이 싫다고 해도 그저 무엇이라도 하나 더
챙겨 먹이고 싶어서 그러시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내가 하는 말을 상대방이 들어주기를 바라면서도
상대방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여기 계신 불자님들 중에서 가족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는지,
무슨 생각으로 학교를 다니는지, 삶의 목표는 무엇인지
서로서로 이야기하시는 불자님이 계십니까?
만약 계시다면 손 좀 들어 보십시오.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가족의 마음을 알아볼 생각은 잘 안 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서로서로 챙기면서 서로의 마음에
서로의 마음이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자리를 정비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스님이 말을 잘해서 가족끼리 마음자리를 잘 지키는 방법을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남의 말은 하지 말고 나의 생각, 나의 이야기를 먼저 말하자.
우리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등등
말과 관련된 속담이 많습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것은,
말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것이니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뜻입니다.
뿐만 아니라 말을 잘 하면서 빚도 갚아준다고 하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솔깃한 말입니다.
하지만 말이란 돌고 도는 것이라 아무리 달콤한 말이
천 냥 빚을 갚아준다 해도 진실하지 않은 말은 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
요즘 주변이나 뉴스를 보면 가족끼리 다투다가
때리고 부수고 하는 일들이 적지 않게 나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 말을 함부로 하다가 생기는 일들입니다.
함부로 하는 말이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확실한 말만 하면 평화가 옵니다.
남의 말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하면 좀 더 확실한 말이 되지요.
어떤 불자님은 이런 생각을 하실지도 몰라요.
‘나는 내 이야기 할 것도 없는데….’라든지
‘나만 이야기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부터 스님이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매일 늦는 처사님이 전화를 해서 “여보, 오늘 집에 일찍 갈게요”했습니다.
그러면 전화 받은 보살님이 바빠지시지요?
저녁 준비하랴, 어질러진 방 청소하랴, 바빠집니다.
그래도 같이 저녁을 먹는다니 좋지 않습니까?
음식을 맛있게 차려 놓고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습니다.
먼저 밥을 먹자니 지금까지 기다린 공을 알려야 하니까
배가 고파도 좀 더 기다려 보겠지요?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갑니다.
국이 식었으니 다시 데우고 또 다시 데우고….
10시가 되었습니다. 전화를 하니 안 받습니다.
이런 경험이 다들 있으시지요? 이럴 때 기분이 어떻습니까?
화나 나지요. 화가 납니다. 이제 혼자 꾹 참으면서 밥을 먹습니다.
11시가 됩니다. 또 전화합니다.
이제 전화기가 아예 꺼져 있습니다. 12시가 되어도 안 옵니다.
이제 기분이 어떨까요? 화가 납니까?
이제는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걱정이 되지요.
온다던 사람이 오지는 않지요, 전화는 안되지요.
걱정하며 기다리는데 1시가 넘어서 남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자, 기분이 어떠십니까? 이제 안심이 되겠지요?
자~ 이제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들어오는 남편을 향해 한마디 합니다. 뭐라고 합니까?
집집마다 다 다르겠지만 화를 내는 집도 있을 것이고,
말도 않고 눈에 가득 흰 동자만 보이게 하고 쏘아 보는 집도 있을 것이고,
아예 말도 안하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집도 있을 것입니다.
설마 우리 불자님들은 안 그러시지요?
사실 무슨 일로 늦게 되었는지, 혹시 다른 급한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물어 봐야 하는데 묻지도 않습니다.
분명히 걱정을 했으면서도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상대방의 마음이나 입장을 헤아리기 보다는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 졸인 내 그 심정을 알아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걱정하고 마음 졸이고 있다가
집에 오니 안심이 되어 화를 내는구나‘ 하고 상대방이 알아줍니까?
안 알아줍니다. 오히려 애써 집에 온 나에게 화를 낸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어떤 집은 엉뚱한 상상까지 하면서 몰아 뭍입니다.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도 모르면서 말부터 내뱉습니다.
결국 당신 잘못이라는 지적을 하고 싶은 겁니다.
내가 아닌 당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유식한 말로
‘You- message'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 때문이다. 또는 너는 왜 이 모양이냐는 식의 말로
다툼을 하게 됩니다.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좋은 방법은 나의 본심을 말하는 것입니다.
본심이 뭡니까? ‘당신과 함께 먹으려고 행복한 저녁을 준비했는데
온다는 시간에 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되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도 하고 불안했는데 이제 안심이 된다.
늦으면 연락을 꼭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아닙니까?
참된 나를 찾는 것이 불교입니다.
나의 참된 마음은 그것 아닙니까?
내 마음을 전달 못 하면서 남의 마음을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I-message'라고 합니다.
말하는 것에도 공식이 있다
외국에 유명한 학자는 말하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 나온 김에 기술 하나씩 배워 가시지요.
우리가 말하면서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이 나를 알아달라는 것입니다.
생색내거나, 화난 것 알리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먼저 꺼내서 말을 하게 됩니다.
감정에는 상대방에 대한 섭섭함이나 원망 같은 것이 들어 있게 되는데,
많은 경우 본인이 잘못 판단해서 섭섭하거나 화를 내기도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예를 생각하면서 배워 봅시다.
이제부터 우리는 말을 할 때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을 통해
얻어진 것으로 먼저 말을 하십시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은 그러한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만 말을 하면 상대방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오감에 의해 얻어진 사실에 근거한
내 생각을 말하면 그것도 일단 부인을 못합니다.
그 다음에 ‘그래서 내가 섭섭하다’든지 ‘그래서 내가 화가 났다’든지
하는 것을 말로 해야 합니다.
더 잘 하려면 그 다음에 희망사항을 이야기하십시오.
자, 지금 한 대로 말을 한다면 이렇게 됩니다.
“당신이 전화해서 집에 온다고 한 것이 7시였는데(오감에 의한 객관적 사실),
밤 12시가 넘도록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되니(오감에 의한 객관적 사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내 생각)
걱정도 되고 불안했다(나의 정서, 감정상태).
다음부터는 늦는다고 전화해주면 좋겠다(희망사항).“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미안해 어쩔 줄 모르게 되겠지요.
지금 말한 이것은 반드시 외우고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자, 따라 하세요.
나의 감정을 내세우지 말자.
객관적으로 있는 사실만 이야기하자.
남을 탓하지 말고 내 마음을 먼저 살피자.
잘 하셨습니다.
자, 이 공식대로 연습을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
이것은 말하는 공식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나[眞我〕의
마음자리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생활의 향기를 더 한다
부처님께서는 과거나 미래보다도 현재의 생활을 중시하신 분입니다.
어떻게 보면 부처님은 생활개혁가이십니다.
부처님께서 불자들에게 생활혁신에 대한 동기와 수행을 위한 방편으로
네 가지의 윤리적 자질을 키우고 실천하도록 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사무량심입니다.
사무량심은 자비희사를 말하지요?
자(慈)는 ‘모든 존재에 대한 보편적 사랑과 선의(善意)’
비(悲)는 ‘슬픔으로 괴로워하는 모든 존재에 대해 연민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
희(喜)는 ‘다른 사람의 번영과 행복을 공감하며 함께 기뻐하는 것’
사(捨)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미워하고 친하고 원망함 없이 평등하게 대하는 것’
사무량심을 가정에서부터 실천하십시다.
가족 간에 마음을 보내고 마음을 받아서 정서적으로 교류를 하고
그럼으로써 공감대를 만들고 우리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으로 듣도록 합시다.
그러려면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서로서로 열린 마음으로 오고 가면서 마음을 나누어
어머니가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챙기며 산다는 것은
가족을 더욱 끈끈하게 하는 응집성을 높여줍니다.
마음을 활짝 열면 마음이 꽉 찹니다.
사랑의 응집성이 높은 가족은 어떠한 어려움도
어떠한 힘든 일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오늘 새로운 것 또 배우셨지요?
이제 스님이 한 법문을 요약해 볼까요?
자, 따라하세요.
말을 할 때는 나의 감정을 내세우지 말자!
말을 할 때는 객관적인 사실만 이야기하자!
남을 탓하지 말고 내 마음을 먼저 살피자!
가족 간에 마음을 활짝 열자!
아주 잘 하셨습니다.
《천수경》을 독송할 때에도 맨 처음에
‘구업을 맑게 하는 진언(정구업진언)’이 나옵니다.
중간의 ‘10가지 악의 참회(십악참회)’중에 말과 관련된 것이
‘망어, 기어, 양설, 악구’ 이렇게 네 가지나 됩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문수보살의 게송으로
찬불가로도 유행하고 있는 것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부드러운 말, 따뜻한 말 한마디로 향기 나는
불자 가정을 만들어 보십시다.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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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6-04-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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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