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기쁨으로 가득한 부처님 오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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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경전에는 마야왕비가 룸비니 동산으로 자리를 옮겨 싯다르타를 낳게 되는 이야기가 신비스럽고
다정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반왕과 마야왕비는 새로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기쁨에 차있었습니다.
그 때 마야왕비의 아버지인 선각장자가 사람을 보내 말하였습니다.
“제가 알아 본 바로는 내 딸 마야, 왕의 부인이 성인의 태를 배어 위덕이 이미 큰데
만약 그가 출산하게 되면 내 딸의 목숨이 짧아서 오래지 않아 목숨을 마칠 듯 합니다.
제 생각으론 내 딸 마야를 맞아 도로 나의 집에 오게 하여 저 룸비니 동산 가운데서
함께 서로 즐겨 부녀의 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오직 원컨대 대왕이시여, 망설이거나 어렵게 생각마시고 어여삐 여기시와 마야를 보내주소서.
나의 집에서 출산하여 편안해지면 곧 돌려보내겠나이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채비를 하여 마야왕비를 제바타하성으로 떠나보냈습니다.
선각은 마야왕비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쁘고 딸이 보고 싶어
성에서 나와 룸비니 동산으로 갔습니다.
룸비니 동산은 선각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산책할 수 있는
꽃과 과일나무가 무성한 동산을 선물하고 이름을 룸비니동산이라 불렀습니다.
마야왕비가 이 룸비니 동산에 이르렀을 때 산기를 느끼고 바라차라 나무 가지를 잡으려 하자
그 나뭇가지가 저절로 내려와 손에 잡혔습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무한한 광명이 솟아나 온 세상 모든 이들을 비추었습니다.
훗날 이 광명은 여래께서 성도한 뒤에 무명 어둠의 그물을 뚫고
능히 밝고 조촐한 큰 지혜의 빛을 내었습니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사람의 부축이 없이 곧 사방으로 거닐며
각 방면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탄생게를 읊었습니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높다.
온 세상이 고통 속에 있으니 내 이를 평안케 하리라.”
싯다르타가 태어나자마자 광명이 온 누리에 비추었습니다.
위로는 28천에 이르고 아래로는 18지옥을 비추며 모든 이들이 평화스러운 마음을 지니게 되어
먼 곳에 있는 이들도 성인이 태어나신 것을 알았답니다.
오래지 않아 그 빛은 앞으로 어둠에 쌓여있는 사바세계에
구원의 빛이 되어 다시 한번 비추게 됩니다.
《불본행집경》 제7권 〈수하탄생품 上〉

천상천하유아독존
天上天下唯我獨尊
삼계개고아당안지
三界皆苦我當安之!

이 탄생게에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큰 뜻과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곧 이 세상의 모든 괴로움을 편안케 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를 위하여 모든 괴로움을 편안케 하려는 큰 뜻을 지닌 부처님의 탄생은
하늘과 땅이 제일 아름다운 꽃피는 사월 룸비니 동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갑자기 피어난 꽃향기로 더욱 신비스럽기만 한 룸비니동산,
가지가 내려와 마야의 손에 걸쳐진 나무들,
하늘에서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소리, 꽃구름, 9마리의 용이 내뿜는 보슬비 같은 물줄기들로
룸비니에 모여 있던 많은 이들은 황홀경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갓 태어난 신생아가 걸으면서 말을 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그들의 환희심은 말로 다 못할 정도였습니다.

부처님은 이처럼 우리에게 너무도 다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셨던 것입니다.
일체중생을 다 구원하겠노라는 위대한 선언을 하시며 말입니다.
이 탄생게는 불교의 기본을 잘 나타내는 가르침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막 태어난 아기가 어떻게 사방으로 걸을 수 있으며
그런 외침을 할 수 있겠냐는 사실적인 입장보다는
거기에 담긴 의미를 잘 이해하는 쪽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불교최초의 인간존중 선언인 탄생게,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높다.’(天上天下唯我獨尊)는 선언은
평등한 인간관계와 인간과 인연 맺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 선언입니다.
또 부처님께서 고통 속에 빠져 신음하고 있는 우리들과
아픔을 중생들을 평화롭게 살게 하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온 세상이 괴로움 속에 있으니 내 이를 마땅히 평안케 하리라(三界皆苦吾當安之)’

부처님은 이렇듯 대 자비의 마음으로 오신 것입니다.
우리들 주변의 어둠과 어리석음을 깨트리고 고뇌를 쓸어 내려
기쁨의 밝은 천지를 열어주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태어나신 부처님의 모습 보다 영원히 존재하시는
광명으로서의 부처님을 기억하여야 합니다.
부처님의 법이며 진리이고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광명이며 지혜의 횃불이며
그 거룩한 법성광명은 영원히 우리들 곁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도
일체 중생의 구원자로 오셨기 때문이지요.

# 부처님의 우리에게 주신 축복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우리들은 태양처럼 찬란하고 빛나게 분명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맞이하여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부처님의 찬란한 광명으로 가득해져서 온갖 어둠이 사라진
오직 부처님의 광명만이 존재하는 것을 깨달아 기쁨으로 충만하심을 감사해야 합니다.
그 감사함에서 그쳐서는 안 되는 것은 불교는 수행의 종교이며
자신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지요.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우리들은 새삼 부처님의 가르침을 살펴보고
어떻게 그 가르침을 따라 닦을 것인지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온 세상 사람들에게 평등이라는 축복을 주셨습니다.

일체중생실유불성(一切衆生悉有佛性).
부처님 시대엔 카스트 신분제도가 엄격했기 때문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상을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네 가지 종성으로 나눈 카스트는 종교의식을 주관하는 사제계급인 바라문과
정치와 국방을 담당하는 왕족인 크샤트리아,
그리고 농업과 상공업에 종사하는 평민 바이샤와 노예계급인 수드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들의 신분제도는 혈통을 매우 중시하여 결혼도 같은 계급끼리 하고
심지어 수드라는 바라문교를 믿어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수드라는 나은 편이었지요. 인간의 삶을 살수도 없었던 불가촉천민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말 그대로 모든 이들과 접촉해서도 안 되는 신분이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이 불가촉 천민들은 다른 계급의 사람들과 한 우물을 쓰지 못합니다.

부처님이 떠나신 이후 간디에 의해 법적으로 평등을 보장받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악습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악습의 완전한 타파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부처님은
당시에 인종과 계급을 떠나 모든 사람은 부처의 성품을 갖춘 거룩한 존재이므로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차별이 있는 것은 그가 행한 업에 대한 과보로 인한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런 평등론은 당시 상황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사회적으로 대단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불교교단에 가면 다 함께 머리 깎고 가사를 수하면
신분과 계급은 다 사라져 버리니 그 곳이 바로 당시엔 극락정토였던 것입니다.

부처님당시 왕실의 이발사였던 우바리가 실험정신을 지니고 출가를 결행하려 하자,
부처님의 왕실의 다른 왕자들 보다 먼저 우바리에게 계를 주어서
왕자들이 행여 그를 무시하지 않도록 형님의 자리에 앉게 하셨습니다.
아마 세상의 여러 성인들 가운데 부처님만큼 자애로우신 분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또한 왕자와 장자의 아들들이 출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붓다는 간단한 반대 질문 하나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더 나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행복, 명예와 돈을 추구하는 삶과
스스로를 자신의 삶을 찾는 것 중에서.”
이것은 앉아서 생각만 하는 철학자의 말이 아니라,
그 자신도 한때 안락에 길들여졌었지만 이런 안락의 익숙함을 일소해버릴 수 있는
확실한 말을 부처님은 누구보다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일국의 왕자가 모든 것을 지니고 안락함을 누리다 모든 것을 버리고
얻어낸 깨달음의 경험은 많은 이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의 경험담과 깨달음에 나아가는 길에
큰 관심을 보이며 믿음과 결행할 의지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 무렵 마하카트야나는 서방의 전도를 개척하기 위해 마투라 국에 가 있었다.
어느 날 마투라의 국왕은 나무가 빽빽한 숲에 머물고 있는 존자를 찾아와 이런 질문을 했다.
“바라문들은 스스로 말하기를 ‘우리는 제일 종성이요, 다른 사람은 하천하다.
우리는 희고 깨끗하며 다른 사람은 검고 더럽다.
바라문은 범신의 입에서 태어났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존자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그것은 세상의 관습이요. 틀린 생각입니다.
그것은 업에 의한 것이지 처음부터 그렇게 결정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지 설명하여 주소서.”
“대왕께선 만약 바라문이 도둑질을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잡아다가 벌을 줄 것입니다.
귀족이나 부자가 해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이렇게 벌은 업에 의해 받는 것이지 바라문은 받고 다른 종성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사성은 평등한 것이지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만약 바라문으로서 열 가지 악업을 지은 자가 있다면
그는 죽은 뒤에 어떻게 되겠습니까? 악도에 떨어질 것입니다.
귀족이나 부자나 다른 종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사람은 다 평등합니다.
그러므로 업에 의한 것이니 사성계급은 옳은 것이 아닙니다.”

2. 진실한 가치, 참된 인간 목표를 세우도록 축복을 주셨습니다.

육체의 안락함 속에서, 물질의 축적을 위해서, 육체적인 향락과 영예에 더 가치를 두고
사회적인 야망과 탐욕의 충족을 위해 사는 삶은 진실한 삶이 아닙니다.
인간본래의 모습으로 진리를 찾아가는 떠나는 것이 인생의 참된 삶이며,
참 목표이고 진실이라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우리들이 어떤 절대적인 신에 의해 지배당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의 참모습 이 진리의 주체임을 가르치십니다.
이것이 바로 개개인의 참모습인 불성이며 이것이야 말로 진리의 주체인 것이지요.
그것을 알기 위해선 끝없는 지혜와 자비심으로 물러서지 않는
용맹스런 마음으로 그 불성을 개발해야 합니다.
불성을 개발해 나가는 동안 부처님께서 자비심을 내어 행복에 이르는 길을 일러주고,
대 광명의 세계에 들어가도록 이끌어 주신 것을 알아서 감사드려야합니다.
이 행복하고 기쁨이 넘치는 영광의 순간이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 감사함을 드리는 순간 우리는 그 동안
‘왜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성을 깨달으려 애쓰는 순간순간들이 모여 깨달음이 얻어지는 조화와 성취를 느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보람이며 가치이며 행복이라 말하십니다.

행복에 이르는 길에 가고 싶다면,
들은 풍월과 전해오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말아야 합니다.
천지사방의 생각들에도 경전의 권위에도 억측과 공리공론과 추론에도 흔들리지 말고,
명백한 이론과 중요한 생각이라 해서 솔깃하지 말 것이며,
출중한 사람의 압도적인 인상이라 하여 주눅들지 말 것이며,
스승의 권위에 눌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보기에 불행을 낳는 일이라 판단되면 냉정히 거절하여 뒷 탈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스스로 판단컨대 인도하며 행복으로 이끄는 일이라 생각되면 서슴없이 매진해야 하는데,
그 최고의 방법은 좌선이며 또한 명상입니다.

이미 서구에서는 종교적인 차원을 떠나
정신스포츠로서의 명상에 점점 더 많은 추종자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요사이 우리나라에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명상센터가 불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전에 어떤 분께서 고시공부하러 산에 들어갔다가
시험은 중도에 포기하고 명상공부를 한다고 하더군요.
헌데 이 분이 말하는 공부는 도무지 알 수 가 없었습니다.
도교 같기도 하고 또 언어구조로는 불교 같고 하여 아주 아리송했습니다.
그가 하는 말은 자신이 산에서 한 일 년 동안 공부를 했는데 이젠 깨달음을 얻어
세간에 나와 중생을 교화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명상이든 좌선이든 자기수행을 통한 자신의 정신세계를 한 단계 높인 사람들은
행동하는 것, 말하는 것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물건에 명예와 돈에도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행동과 지혜를 가늠케 하지요.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람의 가치와
참된 인간 목표인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3. 일체를 이기는 용기를 주셨습니다.

우리 인간들에겐 불성이란 광명의 세계, 절대적인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지니고 있으므로 어떤 불안한 환경에서도
그를 절망에 빠트리거나 무기력하여 넘어지지 않게 합니다.
우리가 자신에게 있는 무한한 가능성인 이 불성을 느끼는 순간
어떤 실패도 고난도 이겨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불성 가운데서 나오는 이 용기라는 에너지는 결코 좌절할 수 없는 무한한 용기이며,
절대적인 용기이며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음을 부처님께선 일러주시고 계시는 것이지요.
그 용기 역시 부처님이 일체중생에게 항상 비추고 계신 광명의 힘에 의해
더욱 강건해 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거룩한 광명의 빛으로 부처님이 오신 것입니다.
이 광명의 빛은 태양과 같아서 온 누리에 가득 차
세상에 보이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 비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비로운 부처님은 광명의 빛으론 만족하지 않으시고
우리들이 흔들림 없이 정진하게 만드는 용기를 심어주시니 그것이 바로 설법입니다.

해가 염부제에서 나오면, 수미산과 같은 큰 산을 먼저 비추고,
다음에 흑산을 비추고 다음에 고원을 비추고 그 다음에야 온갖 대지를 비춥니다.
그러나 해가 여기를 먼저 비추고 저기를 나중 비추겠다는 차별의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며,
다만 땅에 높낮이가 있음으로 비추는데 선후가 생기는 것이다.
여래의 설법도 또한 이와 같아서 가없는 법계의 지혜의 수레바퀴를 성취하여
늘 막힘 없는 지혜의 광명을 놓으십니다.
아주 큰 산에 해당하는 보살을 먼저 비추고 다음에 연각을 비추고
다음에 성문을 비추고 다음에 용기를 내어 수행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비춥니다.
그러나 저 여래의 큰 지혜의 광명에 차별하는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광명을 놓으사 평등히 두루 비추어 막힘이 없지만,
중생의 지혜에 고하(高下)가 있으므로 비추는데 선후의 구별이 있을 뿐입니다.

마치 해가 솟아 비치는 경우,
장님은 눈이 없기에 보지 못하지만 햇빛의 혜택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여래의 지혜의 광명도 항상 비치고 있건만 믿음이 없고 이해가 없어서
계율을 깨트려 그릇된 방법으로 살아가는 눈먼 중생들은 믿음의 눈이 없기에
부처님들의 지혜의 태양을 뵙지 못하나,
그들도 부처님의 지혜의 태양이 주는 따사롭고 자비로운 혜택은 받습니다.
왜냐하면 여래의 위력으로 저 중생들이 몸으로 받는 온갖 고통과 와 여러 번뇌 그리고
미래의 받을 진리에 어두운 고통의 과보를 다 없애고, 선근을 얻게 하는 까닭이기 때문입니다.

4. 평화의 길, 번영의 길을 우리 앞에 밝게 열어주셨습니다.

인간존재가 분산되어 독립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은 바로 허상이며 환상이며 착각인 것입니다.
인간 성품의 참된 모습은 상호의존하며 존재하고 상호의존하여 생성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나타내는 人은 두 명의 사람이 서로 의지하는 관계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연기의 법도 그물처럼 얽히고 설킨 생명체와의 인과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서로에 상호의존적인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 성품의 참된 모습은 바로 이 상호의존인데,
이 상호의존이란 역시 모두 것들은 불성이 존재하므로
그것은 다 부처님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니
부처님처럼 받들어 모시는 것이야 말로 하나가되는 것입니다.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아야만
인간은 번영하고 행복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것,
그것이 바로 진리이며 생명의 참모습인 것이지요.
이 진리의 참모습을 알게 하신 부처님의 거룩한 광명은
바로 우리에게 무한의 축복을 주시는 모습입니다.

여기서의 ‘아(我)’란 아무개라고 지칭할 수 있는 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나 즉 인간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하늘 위와 하늘 아래 내가 다른 사람보다 높다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인간성이 가장 존귀하다는 것입니다.
나와 남을 가르지 않는 인간 본래면목으로서의 나인 셈이지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다른 생명, 인간과 자연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가르침은 공존이지요.
그 공존을 유지하기 위해 둘로 나누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불이(不二)사상.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나와 동물이 둘이 아니라 하나이고 또한 나와 자연은 둘이 아니라,
자연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자연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이 모든 대립의 관계들은 조화로운 공존과
평화로운 관계를 회복케 하는 행복한 길로 가리라 믿습니다.

경전을 읽다보면 부처님께 법을 청하는 상황이나 법문을 하시는 동안의 이야기들이
진리의 가르침의 진지함에도 불구하고 웃음 없이는 읽을 수 없습니다.
경전화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는데 그 당시는 얼마나 화기애애했을까 싶습니다.
심지어는 작은 나라 왕이 출가하여 공부하는 도중에 자신의 지난 날과 현재의 삶을 돌아보면서
자주 너털웃음을 웃자 좀 거리를 두고 지냈던 제자들이 무더기로 쪼르르 부처님께 달려가서
그가 과거를 잊지 못해 저렇게 자꾸 웃는데 아무래도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다고 고해바칩니다.

# 부처님의 비유법은 800개 이상

열반을 앞두고 부처님이 모인 제자들에게 마지막이니 질문하라고 아무리 권해도
심각한 분위기에 눌린 제자들이 부처님께 질문을 못하고
서로 눈치만을 살피자 부처님께서 어려워 할 것이 없으니
조그마한 궁금증이라도 다 물어보라고 애통스럽게 말씀하시지요.
마치 전근가시는 수학선생님이 마지막 시간에 학생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자,
물을 것도 물을 정신도 못 차리는 여린 학생들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입니다.

열반 때 상황도 읽다보면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지는데
이 웃음은 부처님과 관련된 모든 주위사람들의 얼굴에
늘상 맴도는 웃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 교류간에 꽃피는 이런 웃음과 기쁨은 교단이 얼마나
행복한 수행처였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불경을 보면 부처님은 설법시 청중들을 ‘웃기고 즐겁게 만들어’ 느긋하고도
명랑한 분위기가 늘 감돌곤 했다는 구절이 자주 나옵니다.
이런 쾌활함은 불상과 불화로부터 여지없이 은은한 광명이 감도는 분위기를 내뿜고 있지요.
부처님의 미소는 우리에게 언제라도 힘겨우면
내게 의지하고 편안하게 물으라고 하는 안식처처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기독교 학자들 간에는 그리스도가 생전에 왜 웃음을 보인 적이 없었는지 의문을 갖고
오늘날에도 진지한 논쟁이 오가고 있는 사실을 볼 때,
불교에서라면 이러한 질문조차 또 한번 웃어보는 기회가 될 뿐이지요.
당시 카스트제도에 정통으로 반기를 든 불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미소 때문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부처님의 미소는 자신을 찾은 자의 쾌활한 정신적 평화입니다.
그 정신적 평화가 가져온 분명한 말투와 은유를 통해
난해한 철학의 정확한 요점을 전달함으로써 제자들을 사로잡았던 것이지요.
붓다의 비유법은 대략 800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제자들을 대할 때마다 늘 생활 속의 많은 예들을 사용해 설법을 알기 쉽게 표현하였습니다.
명랑하고도 분명한 어투 외에 부처님의 성공비결은 온 몸으로 발산해 내는 평온함의 힘입니다.

제자들을 주위에 앉히고 그 중 질문있는 자가 앞으로 나오곤 하던
붓다의 자리는 늘 명상과 관조의 자리였다.
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
늘 붓다의 수제자인 아난이 전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 하면서 그 다음으로 다람쥐 언덕의 대나무 숲이든,
외로운 이를 돕는 동산이든, 바라나시의 선인이 사는 사슴동산과 같은 설법장소가 나옵니다.
말하자면 제자들이 언제나 외떨어진 안식처를 찾아오게 했습니다.
그들이 몰아의 경지에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함을 얻고자 했는데
이러한 안식과 평화는 법담과 설법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전제조건이었습니다.

설법을 들으면 이를 잘 간직하고, 문구를 간직하고 있으면 그 내용을 살피고,
내용을 살폈으면 이로부터 혜안을 얻습니다.
혜안을 얻었으면 이를 인정하고 인정하였으면 지킵니다.
그리고 이를 지켰으면 헤아리고, 또 이를 헤아렸으면 익힙니다.
다시 마음으로 익혔으면 이를 최고의 진리로 실천하며 현명하게 꿰뚫어 보는 것입니다.
이런 의지와 이해력의 소유자만이 교단의 비구인 붓다의 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입단식조차도 매우 간단했습니다.
새로운 수행자는 머리와 수염을 자르고 가사를 수하고 스승의 발을 어루만지며
“나는 붓다에게 귀의 하였나이다. 나는 교리에 귀의하였나이다.
나는 승단에 귀의하였나이다.” 합니다.

부처님이 오신 뜻은
이렇게 대 자비심으로 일체중생을 구원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실현이었습니다.
그런 부처님의 뜻을 우리는 해마다 다 잘 헤아리고 들어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점점 세월이 가면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등을 밝히는데
너무 주력한 나머지 축제화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온 국민이 종교에 상관없이 동참하여
기쁨을 나누는 축제도 아니어서 좀 안타깝습니다.
부처님이 오신 뜻이 그렇게 명확하다면
오늘 우리는 부처님의 뜻을 헤아려 행복한 법당. 평온과 자비가 넘치는 도량으로,
사랑과 자비가 꽃비처럼 내리는 가정을 만들어 가겠다는 맹세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처님의 축복에 젖어서 말입니다. 성불하십시오.

| 글쓴 날짜 | 2002-05-19 |

무엇을 남길 것인가?

우리 가족 모두가 부처님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