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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려야 문제가 해결된다
안녕들 하십니까?
어느 해와 다름없이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철,
그리고 안거(安倨)철을 맞았고 역시 장마철도 지냈습니다.
장마철에 우리 불자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맑게 갠 날씨보다 축축하고 비라도 주룩주룩 내리는 날들이
계속되는 계절이면 밖으로만 향하던 우리의 감각기관도 서서히
안으로 돌이켜 살펴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풍토에
겨울과 여름을 안거철로 정하여 고요히 내면으로 침잠하는
특별 수행 기간으로 정한 것은 옛 수행자들로부터의 슬기로운
전통일 것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 불지님들과 함께 나(我)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특히 나를 고집하고 내세움으로써 야기되는 문제와 갈등들에
대해서 관심을 집중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방법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도 살펴봐야겠습니다.
아울러 세간(속)과 출세간(승)을 막론하고 그 어느 부류의
시감에게나 삶의 모델이 되시는 부처님은 그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가셨는가를 중심으로 여러 불자님들과 함께
생각하며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가득채운 나, 가족, 이웃들과의 갈등
자기를 고집하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가지가지
극단적이고 놀라운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여기서 가득 채운 '나'라고 하는 나는 바로 자기를 '나'라고
내세우고 고집하는 일입니다. 흔히 이것을 아만(我慢)이라고
합니다.
아만이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자신을 스스로 높은 것으로 믿고 잘난 체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만이라는 번뇌는 중생이 소유하고 있는 많고 많은 번뇌중에
아주 대표적인 것입니다.
번뇌에 대해 유식종(唯識宗)에서는 십종(十種)의 근본번뇌
가운데 제7식과 상응하여 항상 일어나는 것으로 네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는 아치(我癡)로, 무아의 아치에 미혹하여 나의 상에
어두운 번뇌를 일으키는 무명을 말합니다.
둘째는 아견(我見)으로, 아집을 말하며 나에 대한 견해의
번뇌를 말합니다.
셋째는 아만(我慢)으로 나를 집착하고 나를 믿고 우쭐하는
거만이며,
넷째는 아애(我愛)로 나에 애착하여 나를 탐착하는 것입니다.
이 네가지를 4 근본번뇌(四根本煩惱)라고 합니다.
그것이 결국 탐,진,치를 발생하게 하며 이 탐,진,치는
또 모든 악을 낳게 하는 근본적인 인(因)이고
대표적인 번뇌이기 때문에,
삼불선근(三不善根) 혹은 삼독(三毒)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 근본 본뇌에 수반하여 일어나는
종속적인 번뇌, 즉 따라서 일어나는 번뇌인 수번뇌(隨煩惱),
지말번뇌(枝末煩惱) 등등 여기서 낱낱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무수한 번뇌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번뇌 중 아만 즉, '나'에 대한 고집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에서 가족을 대했을 때, 특히 부부사이의 관계에서
그리고 부모 자식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지를 가히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부인은 자기방어를 이유로 남편을 살해했고,
한창 젊음을 누리며 푸른 꿈을 품고 아픔답게 성장해야 할
고교생 아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자살을 감행했습니다.
자기 고집이라고 하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가지가지 극단적이고
놀라운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거의가 지나친 자기집착에서 야기된 문제들입니다.
자기 주의 주장을 지나치게 내세워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이해하려 하거나 양보하는 여유가 없이 무조건
'자기'를 내세우는 데서 발생한 것입니다.
내가 있다고, 내가 옳다고 주장하고 내세우는 것은 반드시
상대방을 전제로 해서이고 이것은 자연히 상대방과
비교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고
결국 이기심을 초래하게 되며 결과는 끝없는 갈등을 가져올
뿐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비단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에서뿐만이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 사회, 종교 간의 관계, 나아가서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문제해결의 방법
근본적으로 '내가 있다'는 고집을 버리고 진정한
무아(無我)를 체득하면 '내가 옳다. 최고다'하는 것을
주장하면서 사는 것보다 더 많이 자유롭고 당당할 수 있다.
범부의 삶이 고(苦, duhkha)라고 하는 진리는 주지의
사실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나에 대한 지나친
주장이나 집착으로 결국은 고통과 갈등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지요.
모든 중생의 궁극적인 희망사항이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는 것 [離苦得樂]이라면 문제 해결의 방법도
함께 풀어질 것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비우는 일입니다.
자기 내세움과 자기 고집을 자제하는 훈련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순조롭게 되지는 않겠지만 계속적으로
순간순간 자아를 비우는 생각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정말 한 번만 차분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봅시다.
진정 '나'란 어디에 존재하는가?
우선 나의 모습이라고 형상되어져 있는 육신도 자세히
보면 결국은 각각 분리되어 없어질 요소들(地. 水. 火. 風)로
모여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흩어져 없어질 육신뿐만 아니라 나라고 하는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이 존재하므로 병들고 늙고 변화해야 하는 고통을
수반하듯이,
나라고 내세우는 생각으로 인하여 내 뜻대로 성취되지
않는 데서 오는 갈등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결국은 극단의 고통인 죽음까지도 초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집중이 필요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영원한가?
'나'는 행복한가?
모든 것은 진정 '나'의 뜻대로 다 될 수 있는 것인가?
생각은 끝없는 것이고 그것은 역시 변화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내가 없다면
너무나 허망해서 살 의욕조차 없어진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자기를 비워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법문을 듣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버리고 입었던 옷가지들도 버리고, 무엇이든 하나 하나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수행자가 거추장스런 물건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장애가 되는 것도 사실일 것이고,
버림으로 해서 주면이 간단해지면 따라서 정신도
가벼워지고 여유있어짐도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내가 있다"는
고집을 버리고 진정한 무아(無我)를 채득하면
"내가 옳다, 최고다"하는 것을 주장하면서 사는 것보다
더 많이 자유롭고 당당할 수 있습니다.
또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니
한층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미 나를 초월하였으니 비교할 필요가 없고
비교하지 않으면 우쭐대거나 의기소침해질 일도
없어집니다.
어느덧 주변은 평화롭게 되고 지혜로운 세계로
변화되어 상대적인 즐거움이나 행복이 아니라
절대 안정적이고 절대 긍정적인 행복의 '나'가 될 것입니다.
죽음을 초래했던 폭력이 연민과 평화로 바뀌어질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네 가지의 덕목을 실천함으로써
나를 내세우고 주장하는 것으로 야기되는 갈등과 고통을
평화의 길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불교 즉 부처님의 가르침은 인간이 인간답게,
참 인간의 모습을 실현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부처님은 스스로 그러한 모범을 보이셨고
그 길을 가르치셨다는 점에서 영원한 인류의 스승이고,
성인일 것입니다.
실제로 부처님은 샤카족의 파멸과 데바닷타의 배신 같은
인간적인 불행과 고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평화로운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그러한 삶을 살도록 가르치셨습니다.
따라서 당시의 제자들은 그 간결하고 명쾌한 교훈들 속에서
온전히 이해하고 실천했습니다.
이웃을 배려하고 이웃을 나처럼 보듬어 거두는 행위의
구체적인 방법들이 보살도의 길임을 제시합니다.
구체적인 실천 덕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베풀어 주는 일(布施行)로서 모든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탐욕을 부리지 않는 것이지요.
둘째, 자비롭게 말해주는 행위(愛語行)입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남을 모함하지 않으며
그 본연의 참된 모습을 회복하게 하는 일로서,
자기주장을 말하지 않고 오직 자비로운 마음에서
상대방을 위로하고 그의 위안이 될 수 있는 행위입니다.
셋째,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이익을 주는 것(利行)입니다.
진정 참된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은 소중한 것을 함께
나눔으로써 이웃을 기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이웃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같은 일(同事行)을
하는 것입니다.
기쁜 일은 함께 나누면 두배로 기쁘고 슬픈일도
함께 나누면 나눈 만큼 작아진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이와 같은 덕목을 실천함으로써 나는 내세우고
주장함으로써 야기되는 갈등과 고통을 해결하고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평화의 길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진정 행복을 성취한 삶
채움에서 비움으로 변화한 나와의 관계 나를 비우고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오늘 저는 가장 초기에 성립된 경전인 <숫타니파타>에
설해진 부처님의 행복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숫타니파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이 경전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간결한 산문의 형태로 결집한 것입니다.
암송하기 편하도록 구송(口誦)되었기 때문에 별다른 변동없이
후세까지 전해진 경으로서 가장 부처님의 육성에 가까운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중 <더없는 행복>장에 한 제자가 단정한 모습으로
부처님께 여쭙기를,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행운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으뜸가는 행복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은 제자가 질문한 행복에 대하여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설파하여 주십니다. 이를테면 부처님의 행복론인 것입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말고 지혜로운 이와
가깝게 지내며, 존경할 만한 사람을 존경할 것.
이것이 더없는 행복이라."
" 자기 분수에 맞는 곳에 살고 일찍이 공덕을 쌓고
스스로 바른 서원을 하는 것,
부모를 섬기는 것.
처자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
일에 질서가 있어 혼란하지 않는 것.
이것이 제일가는 행복이니라.
겸손과 만족, 감사와 때로는 가르침을 듣는 것.
이것이야말로 더없는 행복이라."
행복은 그렇게 멀리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떠난 특별한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채움에서 비움으로 변화한 나와의 관계, 나를 비우고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한다는 것은 <숫타니파타>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자비심을 유지하여 '나'를 비우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기울인다면 상대방은 금방 마음을
열게 되고 신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개인과 개인 사이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나를 내세우고 상대방을 분석하면
상대는 무시당했다는 좌절과 절망, 온갖 괴로움이
생길 수 밖에 없으며, 자신을 고집하면 할수록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잘못된 것을 '네 탓'으로 돌려버려서
나와 상대의 관계는 더더욱 단절과 고립만이
쌓여갈 뿐입니다.
개인, 가족, 집단, 국가간의 관계가 원활해지고
평화스러워지려면 상대방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좋은 내용에 관해서는 아낌없이 찬탄하며
궁극적인 방향으로 수용하고 끊임없는 관심과
상대의 안녕에 대하여 배려하는 것입니다.
무아(無我)라고 하는 진리
무아를 성찰하면 나를 특별히 고집하고
내세울 것이 없게 된다.
이렇게 '나'가 없을 때
진정 큰 '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불자라며 누구나 한 번쯤은 반드시 공부했을
<금강경>을 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수보리여, 내가 옛적 가리왕 때문에 신체가 베이고
잘렸을 때에, 나는 아상(我相)도 없고 인상도
중생상 수자상도 없었노라.
왜냐하면 내가 옛날 마디마디 사지가 찢길 때 만일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다면
마땅히 노여움과 원망하는 마음을 내었을 것이다.
수보리여, 또 과거를 생각해 보건대 오백 세에
인욕선인이 되었을 때에도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없었노라.
그러므로 수보리여,
보살은 마땽히 일체 상을 떠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지니....."
여기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사상(四相-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이
있는 동안에는 중생인 것입니다.
육신의 고통이라는 것도 아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상을 벗어나 무아(無我)에 이르러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도 분노심이나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던 부처님의 과거세 인욕선인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교훈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무아의 경지에 이르는 자기 자신을 체험하면서
지금 이 순간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자신을
관찰해야 합니다.
나의 마음 속에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발끝에서부터 앞뒤고
움직이는 팔 끝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일 등
신체의 동작 하나하나에 생각이 다른 데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깊이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진지하게 자아를 성찰할 때 매순간마다
일어나고 있는 자신을 정확하게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았다면 다시는
그 상황에 매이지 않게 됩니다.
이 말씀은 나를 특별히 고집하여 내세울 만한
'어떤 것'이 따로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나'가 따로 없을 때
진정 큰 '나'가 있게 되지요.
그래서 옛 조사 스님은 출가 수행자들을
이렇게 경책하십니다.
"애정을 끊고 부모를 하직한 것은
온 세상을 평등하게 보기 때문이다.
만약 멀고 가까운 것이 있다면
마음이 평등하지 못한 것이니,
출가(出家)한들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평등한 성품에는 나와 남이 없고
큰 거울에는 멀고 가까움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론으로는 누구나 익히 다 알고 있는 바이지만,
막상 우리 자신의 각각의 삶에 부딪히면 제일 먼저
자동적으로 솟아나오는 것이 바로 '나'입니다.
무아의 진히는 결코 경전속의 이론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좀더 확실히 하고,
자기를 맑고 밝게 비움으로써 더 가득 차고
성숙한 자기를 이루어 가도록 합시다.
다같이 합장하시고 합송하십니다.
"위없는 보리도를 성취하려면
항상 평등한 마음을 지니라
사랑하고 미워하는 차별 있으면
도와는 멀어지고 업만 깊으로."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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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5-08-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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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