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구복(求福)이란 무엇인가?
거룩한 삼보님께 귀의하옵니다.
그동안 평안들 하셨습니까?
이제 무덥던 날씨도 선선해지고 농촌들판에는 무더운 여름을
등에 지고 열심히 일했던 결실들이 알알이 여물어 갑니다.
우리 불자님들께서도 이제 다시 정진하셔서 복을 받으셔야할 터입니다.
요즘은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고
또 그와 관련한 사업들도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불자님들도 웰빙을 하셔야겠지요.
그런데 참된 웰빙이란 무엇일까요?
이 말은 행복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행복이란 말은 전통적으로 복을 누린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복이란 무엇일까요?
자기 만족이라고 해도 좋고, 기쁨이나 즐김이라고 해도 좋고,
행복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즉 자기가 살아가는 인생의 과정이 만족스럽다면 행복하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이 행복에 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대해서 먼저 ‘참된 구복이란 무엇인가?’라는 큰 제목 아래
복의 연원과 개념, 불교에서 추구하는 참된 복을 구하는 방법과
작복(作福)의 의미 등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된 복,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이 웰빙이라는 말은
보보스족의 삶에서 더욱 발전하여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풍요롭고 아름다운 인생을 영위하자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지향하는 삶을 말합니다.
즉 인간이 자연 속에서 생명력을 되찾았던
선조의 지혜와 전통에서 빌려온 이 삶의 방식을 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보보스족처럼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충분히 맛볼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웰빙족은 도심의 공해와 현대인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몸의 평화를 추구하고 패스트푸드 같은
인스턴트 식품보다는 유기농 야채와 곡식으로 만들어진
신선한 건강식을 섭취하여 보다 건강한 생활을 주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몇십만 원이나 하는 값비싼 레스토랑 음식보다는
가벼운 생식을 즐기고, 그 나머지 여유 값으로는
향긋한 스파마사지나 발마사지를 즐깁니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헬스클럽이나 요가센터를 찾아
하루의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날려버리는 것 또한 웰빙의 일환으로 삼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삶을 어떻게 즐겨야 한다는
구체적인 공식은 없습니다. 웰빙의 삶은 규정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몸과 정신이 모두 편안해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 제일 우선입니다.
남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쉬어 가는 것에 진정한
가치를 두고 있는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이 너무 장황해졌습니다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개인주의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겠고,
불교와는 정반대의 경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인생을 즐긴다는 것이죠.
인생을 즐긴다는 것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입니다.
즉 행복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대해서 불교는 고행하고 수행하는 것인데
무슨 행복이니 웰빙이니 하는 말들을 하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 전체가 행복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때
그 삶의 방식과 사고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종교는 그 시대의 한 편의 시’란 말이 있습니다.
즉 시대의 흐름을 따라서 적응해 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옛 전통을 살리면서 현대에도 어울릴 수 있는 사고와
생활방식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불교에서 말하는 참된 복이란 무엇일까요?
복의 연원과 개념
복(福)이란 인도에서는 정통 육파철학의 하나인
와이세시카(Vas esika)학파에서 말하는 육구의(六句義) 가운데 하나인
덕(guna), 즉 어떤 사물을 이루고 있는 요소나 속성이란 의미였습니다.
옛 와이세시카 수트라에서는 색(色)․미(味)․향(香) 등이었으나
후에 24종류로 늘었다고 합니다. 모두 독립하여 존재하나
본래 어떤 실체와 화합하는 성질이 있고,
이러한 각각의 구나끼리는 서로 혼합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이 말을 푸냐(punya) 또는 푸냐 스칸다(punya-skandha)로
공덕(功德), 즉 좋은 속성, 복덕(福德)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선행을 쌓아 모아진 행위들의 결과를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초기불교에서 인과법과 연기법에 입각하여
보시를 행하고, 오계를 지키며, 십선을 행하여
보다 나은 하늘에 태어나려는 복행을 닦게 하였습니다.
대승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탑에 각종 공양을 올리고,
경전을 수지․독성․서사․해설․전법․권청하고
각종 바라밀을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인간의 선한 행위의 결과로
하늘이 복으로 갚는다고 하여 선행을 강조하여 왔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복을 닦는 일들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첫째는 선행을 강조하고,
다음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하였으며,
아주 좋은 운수․자연숭배․조상숭배․샤머니즘 등의 형태로
유지되어온 민간신앙이 현세 기복(祈福)에 그 목적을
두어왔던 것입니다. 그런 만큼 복은 일상생활과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을 얻기 위한 행위로서
소극적으로는 액막이, 악귀를 쫓는 축귀의례인 나례(儺禮),
개인의 안위를 위해 부적을 지니는 일 등등을 행하였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성공제(成貢祭)․기은제(祈恩祭)․고사(告祀)․굿 등을
행하였으며 지금도 민간에서는 시행되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복 행위는 구체적인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복을 주관한다고 믿었던 제석신(帝釋神)․대감신(大監神)․성주․서낭신
등의 신격(神格)이 등장하였고, 이들 신격은
인간의 수명․재물․성공을 주관하는 신으로 숭배되었습니다.
한편 복을 비는 행위나 상징은 가신(家臣)신앙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명절이 되거나 별식이 생기면 우선
가신에게 바치고, 정초의 안택(安宅)이나
가을의 상달고사 때는 가신에게 고사를 지냅니다.
이들 신이 보살펴주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이
복을 받고 편히 살며 집안의 대소사가 평안하다고 믿습니다.
또다른 기복 행위는 간지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의 생년․월․일․시의 간지를 사주라고 하는데,
사주가 그 사람의 운명을 미리 결정한다는 속신의 발생과 함께
혼인의 택일, 남녀의 궁합을 정하거나 흉일을 피하는 비방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기복 행위는 제액(除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세시풍속에 따라 정기적으로 행해져 왔습니다.
조선 후기 혼란한 사회상황에서는
각종 신흥종교가 발생하는 배경이 되었고,
외래종교도 민간에서는 기복적인 성격으로 변형되고 흡수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특정한 종교를 갖지 않는 일반인들은
이를 신봉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불자들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복을 구하는 것이 비불교적인가?
그러면 기복(祈福)은 과연 인과를 무시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기복이란
올바른 자기 행위의 결심과 더불어 우주의 힘을 결집하는 행위입니다.
간절한 기도와 발원으로 자기의 마음을 순화하고
올바른 삶의 의지를 함양하는 것이 참다운 기도이며
복을 비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나와 내게 관련되어 있는 모든 존재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 참다운 기도이고
복을 비는 행위입니다. 기복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종교의
기본 요건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향한 간절한 기원이 없이는
불법을 만나도 만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부처님과 보살님들께 예배하고 참회하며 발원하고 조상을 천도하며
각자 소망에 따라 각 단에 인등을 밝히고 반야의 연등을 켜며
우리 가정의 안녕과 행복과 기쁨과 즐거움을 주십사하고
간절히 기도하여 복을 구하는 것이 과연 비불교적인 걸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니올시다’입니다.
부처님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은 불자되는
기본 바탕이 되는 신행형태입니다. 이는 간절한 믿음으로
자기의 오만을 놓아 버리고 불․보살님과 신중님과 제신들게
의존하여 살겠다는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거기에는
불교의 가장 큰 특징적이고 근본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즉 무상(無常)한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무아(無我)의 다른 나타냄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어느 누구도 혼자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돕고 사랑하며 의존하고 서로 기대며 부딪히고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즉 주는 것이 받는 것이고
받는 것이 바로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 우주적인
도움이 없이는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사대(四大)의 작용에 의해서 오온(五蘊)과
육근(六根)이란 인연조합에 의해서 육경(六境)에 상호의존하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특정한 유일무이한 영원불변의 실체는 없고
텅 빈 인연생기의 작용만 있을 뿐 불변의 자아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호의존하면서 상보적인 상생(相生)의 존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가장 지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논리적이라는 과학자나 철학자들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종교의 가장 근본적인 입장에서 보면
기복이 없는 종교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에 있어서 현실의 평안과 위안은
종교의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즉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추구하는 것이 종교의 시발점인 셈입니다.
그러나 한 개인의 이기적인 발상에서
나만 잘 살겠다는 기도나 발원은 반성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도나 발원은 오히려 복을 저버리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복(祈福)에서 작복(作福)으로 전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즉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작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작복의 의미
이제 일반적으로 적지 않은 불자들이 기복신앙의 문제를
바로 보고 알고 있습니다. 즉, 기복에서 작복으로 옮겨가는
불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작복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불자들도 많습니다.
옛말에 ‘수행하는 동안 복을 아꼈다’는 말이 있습니다.
석복(惜福)이라는 말도 있듯이 복이란 지혜와 함께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즉 복덕은 지혜를 닦는 것이고,
지혜는 복덕에 의해서 함께 얻어지는 것입니다.
작복은 행동하는 것이며, 행동하는 것은 선행을 쌓는 것이고,
선행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실천강령은
팔정도와 육바라밀로 대표한다는 것은 우리 불자님들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만 있고 실천하지 않으면
남의 돈을 세는 은행원과 같습니다.
즉 작복은 알고만 있는데 그치지 않고 행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복을 구할 것인가?
그것은 무상(無上)의 복, 최상의 복을 구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혜를 갖춘 불자가 되는 것입니다.
즉상구보리 하화중생하는 불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금강경』에서는
“일체 중생을 제도해 마쳤지만 한 중생도 제도해 마쳤다는
생각을 갖지말라”고 하셨습니다.
또 “보시를 베풀 때 형상에 머물러서 베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아야
최상의 복이 되고 무위의 행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또 『보현행원품』에,
“선남자여! 여래의 공덕은 가령 시방에 계시는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 불가설불가설 불찰 극미진수겁을 지내면서
계속하여 말씀하시더라도 다 말씀하지 못하느니라.
만약 이러한 공덕문을 성취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열 가지 넓고 큰 행원을 닦아야 하나니라.
그 열가지 행원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요,
둘째는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이요,
셋째는 널리 공양하는 것이요,
넷째는 업장을 참회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설법해 주시기를 청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부처님께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항상 부처님을 본받아 배우는 것이요,
아홉째는 항상 중생을 수순하는 것이요,
열째는 지은 바 모든 공덕을 회향하는 것이니라.”
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행과 원을 실천할 때 참된 복은 어느덧 다가옵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웰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모두 행복한 불자가 되도록 합시다.
결국 남을 위하는 것이 바로 자기를 위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삼보에 귀의하여 오계를 지키고 개인적으로는 팔정도를 실천하고,
대사회적으로는 육바라밀을 실천하며
인간의 온갖 선행을 받들어 깨달음을 실현하는
만행만선으로 전향해 가는 의식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지혜와 복덕을 양족하신 부처님처럼
지금까지 복의 연원과 개념, 불교에서 말하는 올바른 복을 짓는 법과
기복에서 작복으로의 의식 전환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상적인복이란 덕(德)이 모여서 이루어지고,
덕(德)이란 신행에 의해서 쌓인 공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복은 지혜와 더불어 인간이 이 고달픈 세상을 살아가는 데
나침반이 되는 것이고, 새의 두 날개와 같고,
수레바퀴의 두 바퀴와 같은 것입니다.
즉 신행으로 쌓인 공덕이 모여 복이 되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무심히 꿰뚫어 봄으로써
지혜가 갖추어져서 해맑은 삶의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지혜와 복덕을 모두 갖추셨다고 말하고
‘귀의불 양족존’ 합니다.
이제 우리는 이 양족하신 부처님의 복과 지혜를 자기화 하는
신행을 다져 나가는 생활을 하십시다.
지혜만 있고 복덕이 없으면 맑은 물에 고기가 살 수 없는 것과 같고,
복만 있고 지혜가 없으면 교만하고 거만한 거위와 같습니다.
맑은 아침, 호수에 빛나는 아침 햇살처럼 지혜롭고
만물을 길러 내는 대지의 덕으로 알알이 여물어 가는
복된 삶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날마다 기도하고 경전을 지송하여 가슴에 새기고
여기서 배운 온갖 바라밀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행복하시고 요즘 말로 웰빙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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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