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생, 그 아름다운 생명 사랑
불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벌써 여름이 지나고 결실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 합니다.
저는 오늘 불자 여러분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인 방생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곳곳에서 환경오염이 심화되어 더 이상 생태계 보존이
어려운 오늘날 방생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방생의 의미와 유래
모든 생명체는 한결같이 자기의 생명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생명에 대한 집념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하찮은 생명체나 마찬가지지지요.
『열반경』에 보면,
“비록 사람이나 짐승이나 귀천에는 다름이 있지만,
자기 생명을 귀중히 여기고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차별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사람의 목숨은 귀하게 여기면서 다른 생명은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참으로 잘못된 일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모든 생명체는 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성이란 생명체의 근원입니다. 바로 생명체의 주인공이지요.
비록 겉모습은 사람과 짐승이 다르고, 새와 물고기가 다르지만,
그 속의 주인공인 불성은 본질에 있어서는 조금도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겉모습만 보고 분별하는 마음을 내어
죽이고 해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방생은 사람들이 이런 이치를 모르고 잡은 물고기나
짐승들을 물이나 산에 놓아서 살려주는 일입니다.
따라서 방생은 살생과 반대되는 말이 되지요.
살생은 생명을 죽이는 일이지만 방생은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살생을 하지 않는 것이 소극적인 선행이라면,
방생은 적극적인 선행입니다.
살생은 자신의 복을 까먹는 일이지만 방생은 복을 짓는 일입니다.
불자라면 일단 살생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살생은 큰 죄악이라서 반드시 인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하찮은 미물이라도 자신의 목숨을 빼앗은 상대에게는
강한 원한을 갖게 됩니다. 그 원한은 언젠가는
살생을 한 당사자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범망경』에서
“너희 불자들이여, 칼이나 몽둥이 등 싸우는 기구나 그물이나 올가미 등
죽이는 흉기를 비축하지 말지니라. 보살은 부모를 죽인 이에게도
오히려 원수를 갚지 말아야 하거늘, 하물며 일체 중생을 죽이리오.
만약 살생하는 기구를 비축하는 이는 경구죄를 범하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즉 부처님은 ‘살생은 물론이고 살생하는 도구도 갖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하찮은 생명일지라고 과거세에
나의 부모요, 형제요, 자매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죽음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윤회 전생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죽이지 말고 죽이는 도구도 갖지 않을 뿐 아니라,
죽을 위험에 있는 생명까지도 살려 주어야
보살의 자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생을 금하는 것이 소극적인 자비의 실천이라면,
방생은 생명을 널리 살리는 것으로서
적극적인 자비요 보시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방생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금강명최승왕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에 ‘유수 장자’라는 유명한 의사가 있습니다.
유수 장자는 의술이 뛰어날 뿐 아니라, 마음이 자비로워서
병고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을 구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수 장자가 깊은 산골을 지나가다가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지요. 독수리, 승냥이, 이리 등
육식 동물들이 모두 한 곳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유수 장자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 곳으로 쫓아가 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가뭄으로 물이 줄어들어 바닥이 막 드러나기 직전이었습니다.
독수리, 솔개와 이리, 승냥이 등이 모두 연못의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하여 모여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연못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수 장자는 그들이 몸을 뒤틀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차마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물고기들이
자기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듯 했습니다.
유수 장자는 그들을 살리려고 물을 찾아봤지만
그 주변에는 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황급히 본국으로 돌아가서
왕에게 엎드려 사정을 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소인이 진료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심한 가뭄이든 연못을 보았습니다. 거기에 사는
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할 지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원컨대, 자비를 베푸셔서 저에게 큰 코끼리 스무 마리만 내 주시면
물을 길어다가 물고기의 목숨을 건지겠습니다.
불쌍한 물고기들의 목숨을 건질 수 있도록 성은을 베풀어 주소서.”
다행히 왕은 평소 유수 장자의 공로를 잘 알고 있었기에
쾌히 승낙했습니다. 장자는 큰 코끼리 스무 마리와
수백 개의 가죽 주머니를 빌렸습니다. 가죽 주머니에
물을 가득 담아 코끼리에 싣고 연못에 쏟아 부으니
연못에는 금방 물이 찼습니다.
유수 장자는 기쁜 마음으로 연못 주변을 돌면서
물 속을 들여다보았지요. 그런데 물고기들이
유수 장자를 따라서 물가를 빙빙 도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물이 줄어 물 속에 먹이가 없어 그렇다는 것을
알아차린 유수 장자는 즉시 집으로 가서
물고기 먹이를 가져와 물 속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지극 정성으로 염불을 하고 법문도 해 주었습니다.
다음 생에는 물고기의 몸을 받지 말고 더 좋은 몸으로
태어나라고 말입니다. 유수 장자 덕분에 연못의 물고기들은
목숨을 마치고 33천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33천이란 도리천이라고 하는 살기 좋은 천상세계입니다.
유수 장자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아득한 전생에 부처님 자신이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전생에 보살로서 수많은 방생을 하셨습니다.
이 이야기가 경전에 나오는 방생의 효시입니다.
방생의 공덕과 영험
그러면 방생의 공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방생의 공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식을 원하는 사람은 방생하라.
남을 잘 살게 해 주는 것이 나를 살리는 일이니 자식의 경사가 있게 된다.
둘째, 임신을 하면 방생하라.
방생은 만물을 보호하는 일이니 산모도 반드시 보호받게 된다.
셋째, 기도할 때 방생하라. 기도함에 방생의 공덕이 크기 때문이다.
넷째, 예수재를 지낼 때에도 방생부터 행하라.
방생으로 불보살님의 감동을 받으면 큰 복을 받기 때문이다.
다섯째 재계를 할 때,
여섯째 출세를 구하려 할 때,
일곱째 염불할 때도 방생을 하라.
한편, 중국의 인광 대사는 방생을 하면
열 가지 큰 공덕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인광 대사가 지은 『방생십대공덕』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전생의 위험이 없다.
둘째, 기쁘고 좋은 일들만 생긴다.
셋째, 건강하고 오래 산다.
넷째, 자손이 번창한다.
다섯째, 모든 부처님께서 기뻐하신다.
여섯째, 은혜에 감응한다.
일곱째, 모든 재난이 없어진다.
여덟째, 천상에 태어난다.
아홉째, 모든 악이 소멸된다.
열째, 복덕과 수명이 영원하다.
이러한 방생의 공덕은 실제로 불가사의한 가피로 나타났습니다.
『영험록』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 현종 때의 일입니다.
수도 장사성 밖에 구조린이라는 불자가 살고 있습니다.
구조린은 가난했지만 마음씨가 착하여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걱정이라면 나이 사십이 훨씬 넘도록
아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구조린은 어떤 스님의 권유로
심령화라는 절에 가서 백일 기도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구조린은 부처님 앞에 일심으로 성심을 다하여 기도를 드리다가,
회향 날에 그만 법당에서 절을 하다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쓰러진 채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거룩한 모습의 스님이 나타나기에
절을 올렸더니, 그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네가 일만(一萬) 목숨을 살린다면 아들을 낳게 되리라.”
구조린은 스님 옷자락을 붙들면서 애원하였습니다.
“가난한 처지에 무슨 돈이 있어 그렇게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시켜 주시면 무엇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음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으니 지극한 마음으로
불쌍한 생명들을 살리도록 하라.”
꿈에서 깬 구조린은 기도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농부가 아들과 함께
미꾸라지를 한 통 가득 잡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구조린은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에 쓰시려고 미꾸라지를 그렇게 많이 잡아 가십니까?”
“돼지를 기르는데 술 찌꺼기를 주면 좋지만, 술 찌꺼기를
살 돈이 없어서 대신 미꾸라지를 삶아서 주려고 합니다.”
구조린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구조린은 얼마 남지 않은 여비를 모두 털어 농부에게 주고
미꾸라지를 샀습니다. 그리고는 미꾸라지를 모두 개울에 놓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놈들이 좋아라 하며 헤엄쳐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양조장에 가서 주인에게 일을 해 드릴 테니
농부를 위해 술 찌꺼기를 세 통만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양조장 주인을 방생을 했다는 말을 듣고,
구조린을 칭찬을 하면서 돈도 받지 않고 술 찌꺼기를 주었습니다.
구조린은 양조장 주인에게 감사하며
뒷날 은공을 갚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꼭 10개월 만에 아기를 낳았습니다.
이 아들이 나중에 주거사라는 인격과 학식이 높은
큰 선비가 되었습니다. 이후 구조린의 일화가 소문이 나서
방생이 크게 유행했다고 합니다.
올바른 방생문화
방생, 참으로 아름다운 생명사랑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생명운동은 없다고 봅니다.
요즘처럼 한 사람이 20여 명의 사람 목숨을 해치고,
애인이 변심하여 자신을 신고했다고 하여 경찰을 두 명이나
칼로 찔러 죽이는 끔찍한 사건이 횡행하는 것은,
그만큼 생명 살리는 방생정신이 퇴색했다는 반증입니다.
사람 목숨도 이렇게 가볍게 여기는데, 하물며
미천한 짐승이나 물고기는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물론 사람이 살아가면서 살생을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자신을 물어뜯는 모기를 안 잡을 수는 없는 일이고
혼자 청정한 사람인 양 채식만 하기에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입니다. 생태계 질서 차원이나 국토 개발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 살생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과욕을 부려서 쓸데없이 남획하고
다 자라지도 않은 생명을 마구잡이로 잡아서 생태 환경을
망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불가피하게 살생을 해야만 할 때,
불자라면 최소한 염불이라도 외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천도의식이라고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옛 어른들은 장마철에 물고기가 마당에 올라오거나
두꺼비가 길바닥에 기어 다니면 잡지 않고
물가나 풀 섶에 놓아 주었습니다.
이런 정신이 너무도 아쉬운 오늘날입니다.
우리는 방생이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정해진
음력 정월 대보름, 3월 3일, 8월 보름에 방생법회를 하기 위해
강이나 개울로 나아가 미꾸라지나 각종 물고기, 청거북 등을
물에 놓아 주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양식된 미꾸라지의 경우, 수온이 맞지 않아
물에 들어가는 즉시 떼죽음을 당한다거나,
수입 물고기를 모르고 사서 방생을 한 결과
토종 어류에게 일대 타격을 준다든가,
의식할 때 쓰인 촛불이나 각종 음식으로 인하여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든가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는 방생문화를 보다 높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방생은 모든 생명을 대상으로 하되, 인간이 인간보다 못한
하등동물을 불쌍하게 여겨 놓아 준다는 사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차원 높여 인간 방생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생명나눔 실천을 위해 헌혈을 한다던가, 장기기증운동을 한다던가,
교도소의 양심수를 위해 영치금을 보낸다던가 하는 등이
인간 방생 실천의 예입니다.
최근 어떤 사람이 얼굴도 모르는 백혈병 어린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골수를 8개월 동안 두 번씩이나 기증한 일이 있었습니다.
중앙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 사람은 현역 육군 대위였습니다.
이분의 인터뷰 내용은 참으로 마음을 숙연하게 합니다.
“필요하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계속 제 골수를 줄 수 있으니
안심하고 치료받으라고 전해 주세요. 결혼하면 아내에게도
골수 기증을 권할거예요. 아내가 말리면 환자가 그 가족의
입장이 되어 보라고 할 겁니다.”
참으로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생명사랑을 실천한 분입니다.
한마디로 인간 방생의 위대한 보시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는 뭇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방생을
환경운동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가장 좋은 예로, 최근 교계의 한 스님은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의 현장을 목도하고는,
거기에 서식하는 희귀종 도룡농을 살리겠다고
50여 일이나 청와대 앞에서 단식 고행을 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전에 있었던, 종교인들의 새만금 갯벗을 살리기
3보 1배 고행정진 등은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한
소리없는 외침이었습니다.
이는 모든 생태 환경을 아우르는
생명 실천의 새로운 접근이라고 여겨집니다.
지구가 아프면 내가 아프고, 중생이 앓으면 보살이 앓는다는
불교의 연기론적 사고에 입각한, 새로운 생명공동체
운동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음이 청정하면 온 국토가 청정하듯이
누구나 마음 속에 자비로운 마음, 생명 살리는 마음을 갖는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일상생활에서 오계를 지키고, 무엇보다 살생을 하지 않으며
거기서 더 나아가 방생을 하고, 또한 방생도 인간 방생으로까지
자신의 자비행을 넓혀 간다면 누구나 천상의 복락을 누릴 것입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