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우란분절을 맞이하여
우란이란 범어 울람바나(ullambana)를 소리나는 대로 음사한 말입니다.
한문으로 번역하면 '도현(倒懸)'이라고 하고 '거꾸로 매어 달림'의 뜻
입니다
어딘가에 매달렸다는 것은 그 만큼 위태롭고 불안하며 생명의 위험까지
느낄 만큼 고통인 것입니다. 발을 땅에 딛고 서 있음은 곧 살아 있음을
뜻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하물며 거꾸로 매달렸다는 것은 가히 상상이
되실 겁니다.
그런데 지옥에서의 삶이 바로 이와 같다고 한다. 아귀나 축생으로서의
삶도 같은 내용입니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 힘겹게 살아야 하고 또다른
고통을 받아야만 하며, 펄펄 끓는 물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해야 하는가
하면 무서운 귀신들의 시달림도 받아야만 합니다.
이것이 우란분, 즉 거꾸로 매달림의 고통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명칭
우란분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명칭들이 있습니다.
우란분절은 수행자들이 하안거를 마치는 날이기도 한데 이 때 스님들이
자신의 허물을 대중에게 고백하는 날이라 하여 '백중(白衆)' 이라 불렀고
또 백종(百種), 백종(白踵), 중원(中元), 또는 망혼일(亡魂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란분절은 봄에 파종한 과일과 곡식들을 거둬 들이는 때이기도 해서
백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는 의미로 백종(百種)이라고 합니다.
농민들이 7월이 되면 세 번 김매기인 만두레를 끝낸 다음 고생스러웠던
농사를 마무리하고 발뒤꿈치를 깨끗이 씻는다 하여 백종(白踵)이라고 합니다.
도가에서는 천상선관이 1년에 세번, 즉 상, 중, 하원에 인간의 선악을
살피는 일을 삼원(三元)이라고 합니다. 정월 대보름과 7월 보름 그리고
10월 보름이 삼원으로, 그 중에서 7월 보름을 중원(中元)이라 하였습니다.
망혼일(亡魂日)이란 돌아가신 조상님들께 그 해에 농사지은 새 과실을
먼저 올리는 데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이와 같은 명칭과 의미에 근거해서 매년 7월 13일에서 3일간, 혹은
미리 시작하여 7일간 선조의 영가를 제사 지내는 불사를 우란분회,
우분재(盂盆齋), 정령재(精靈齋), 정령회(精靈會), 분회(盆會),환희회
(歡喜會), 영재(靈齋)라고도 합니다.
이와 같이 많은 명칭이 붙여진 만큼 그 의미 또한 다양하게 지니고 있어
7월 보름에 행해지는 불사(佛事)는 이승의 후손이나 저승의 조상님들
에게 다 같이 큰 이익과 공덕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유래를 알아 보겠습니다.
우란분절의 유래
우란분절의 유래는 『우란분경 』, 혹은 『목련경 』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옛날 왕사성에 불심이 돈독한 부상이라는 한 장자와 부인 청제가 살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부상이 죽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외아들 나복이 있었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나복은 부친의 장례를 후하게 치른 후 3년간의 시묘까지
마치고 집안의 재산 상태를 살펴본 결과 부친의 생전에 비해 많이 줄어
들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복은 외국으로 장사할 것을 결심하고
재산을 3등분하여 어머니께, 또 1분도 어머니께 드려 삼보께 공양하고
매일 백승재(百僧齋)를 지내도록 부탁하고 나머지 1분을 가지고 장사를
하러 떠났습니다.
청제 부인은 죽은 남편과 아들과는 달리 매우 혹독하고 삿된 마음씨의
소유자였습니다. 삼보 공양과 백승재는 고사하고, 온갖 짐승들을 죽여 그
피를 받아 귀신에게 제사 지내는 일을 낙으로 삼았던 것이지요
3년만에 큰 재산을 모아 귀국한 나복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거짓으로
꾸만 어머니의 선행에 감격하여 오히려 땅에 엎드려 천배의 절을 올렸습니다.
모든 사실이 드러났지만 청제 부인은 끝까지 변명합니다.
"네가 떠난 후 너를 위해 내가 오백종제를 지내지 않았다면 나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 대 아비지옥에 들어가고 말 것이다. 나를 믿어다오"
거짓 명세를 한 청제 부인은 과연 자신의 말로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이름모를 중병으로 죽게 됩니다.
나복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후하게 장례를 치른 후 인생의 무상을
느끼고 부처님 교단에 출가하여 목건련이라는 이름으로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목건련은 정진 끝에 마침내 아라한과를 증득하였고, 신통제일의 뛰어난
제자가 되었습니다. 목련 존자의 신통력은 33천(도리천)에서 일찍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아내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목련존자는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어머니가 무간 대지옥에 있다는 말을 들은 목련존자는 한없이 슬퍼하였습니다.
목련존자의 노력으로 지옥을 전전하던 어머니는 무간옥에서 흑암지옥
으로 아귀도로 얾겨지고, 결국 개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목련존자가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어찌하면 어머니가 개의 몸을 벗어날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 어머니가 개의 몸이 되어 고생하고 계신데 어떻게 해야 벗어 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목련아, 7월 보름날 우란분재를 베풀면 개의 몸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까닭으로 13, 14일을 택하지 않고 꼭 7월15일을 택하십니까?"
"목련아, 7월 보름은 스님들이 안거 해제일이라 기뻐하면서 한 곳에
모여 너희 어머니를 건져 내어 정토에 나게 할 것이다."
목련은 즉시 부처님의 교칙에 의하여 우란분재를 베풀어서 어머니를
개의 몸에서 벗어나게 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5백계를 받게 하며
기원하였습니다.
"원컨대 어머니는 삿된 마음을 버리시고, 바른 길로 돌아기시옵소서…,"
이런 목련 존자의 효심이 천모(天母)를 감동시켜 천모로 하여금 청제
부인을 영접해 도리천궁에 태어나게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목련구모(木蓮求母)의 이야기는 단지 지극한 효심을 가진
목련존자의 이야기는 우란분재의 유래가 되어 지금까지 연중행사로 또
큰 명절로서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백가지 음시과 과일을 장만
하여 재를 올리고 승가에 공양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이 날을 맞이하는 불자의 마음가짐
백중과 우란분절.
이 날은 불가에서 기리는 명절이며 출가 수행자들은 이 날을 기하여
법랍이 한 살씩 더해집니다.아울러 우리 민족 고유 명일인 '백중'입니다.
『동국세시기 』와 『열양세시기 』등에서도 이 날은 중원(中元)이라
하여 사가의 백성들이 여러 음식을 베풀어 공양한다는 것은 풍족과 안락을
뜻합니다.
목련존자의 지극한 효심에 관한 내용을 경전을 통하여 살피면서 몇가지
정리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첫째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엄연한 인과 법칙입니다.
자기가 지은 업보를 자기 스스로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효성이 지극한 자식이라 할지라도, 하늘을 덮을 만큼 큰 부모의
사랑이라 해도 과보를 대신 받아 줄 수 없습니다..
둘째 자작자수(自作自受)의 분명한 인과 법칙이지만 아무리 악도에
떨어진 중생이라 할지라도 이를 구원하고자 지극정서을 쏟는
사람이 있으면 마침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매우 희망적인 사실입니다.
우리 주변에 나쁜 업에 물들어 온갖 악행을 하는 사람이라도
지극한 정성과 자비심으로 그를 보살피면 반드시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불성(佛性)이 있음을 믿는
신심에서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죽음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옛 어른들은 죽음이란 헌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임시로 합해졌던 인연들이 각각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였고, 육신의 소멸이 이러할진대 육신에 지나치게
집착을 하게 되면 그것이 흩어져 버리는 순간 모든 것은 소멸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육신마의 소멸로 모든 것이 끝난
죽음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넷째 선업(善業)을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서두에서 청제 부인의 악업에 관하여 우란분절 중에 간단히 소개
하였습니다. 선업이란 그와 반대되는 행위를 말 할수 있겠지요.
빛의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느덧 선행의 가치 기준도 바뀐듯 합니다. 이와 같이
선악의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선업을 말하자면
십선업을 들 수가 있습니다. 몸(身)과 말(口)과 뜻(意)으로 지을
수 있는 열 가지 행위입니다. 같은 열 가지 업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그 행위를 하였는가에 따라서 선(善)이 될 수도 있고, 악(惡)이
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는 이론이나 생각으로 하는 가르침이
아니라 행위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基意 是諸佛敎
제악막장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
" 작은 악이라도 범하지 않고 아주 작은 선이라 할지라도 받들어
행하여 스스로의 마음을 맑히는 것이 곧 불교다 "
이렇듯 자신의 분에 따라 작은 선일자라도 진심으로 실행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불교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효행(孝行)에 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효(孝)란 무엇입니까?
특별히 우란분재일을 맞이하여 효행을 생각한다면 조상님을 위하여 재를
올리고 기도를 하는 등 이미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효행이 대표적이기는
합니다. 그러면 진정한 효심과 그 실천에 대하여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효란 그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 세상을 떠나신 분들에 대한 마음이야 말 할수 없으려니와 부모님
생전에 불법으로 인도하여 불교를 신해하고 정법(正法)을 알게 하며,
십악업을 버리고 십선업을 닦게 한다면 그것이 곧 효행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주 선지식에게 안내하여 불법을 듣고 스스로 그 마음을 정화
(淨化)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면, 육신만을 보호하고 부양해 드리는
단순한 효행에서 한층 더 크게 발심케 하여 결국은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효행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불자님들은 우란분재일, 즉 칠월 백중일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잘 아셨을 것입니다. 부모 생전의 효도뿐만 아니라 사후의 효도까지도
포함하여 수행하는 날입니다.
결국 가족과 이웃을 바르게 살도록 원력을 세우고 성찰하며 선업의
공덕을 쌓아 가는 것이 바로 백중에 행해지는 불사들이라 하겠습니다.
현대적 의미에서의 실천 방향
요즘은 모두 어려움의 시대라고 말들 합니다, 모두들 삶 자체의 위기를 말하고
급변하는 현실과 경제가 어렵고, 인과를 무시한 채 무서운 업을 짓는 살인이
일어나고, 자살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이것을 현대 산업사업, 정보화 시대의 발달 변화와 함께 발생한 난제들을
표현한 말입니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문제는 이미 세계 상위권에 접어들었다고 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 즉 노인 문제를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효행의 문제와 직결되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따라서
불교는 어떤 종교보다도 중생의 평등. 평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비의
종교라는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교의 입장에서 효의 실천이라는 것은 한 초월자의 지시. 요청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심체(心體)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능동적 심성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보통 세속에서 특히 유교의 전통에서는 출가하여 수행하는 것을 불효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살계본인『범망경』에 '효명위계' 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이것은 효를 다 하는 것이 곧 보살의 계율정신임을 뜻하는 것으로
단순히 부모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복이 되도록 하는 것이 곧 효요, 계율임을 뜻하는 것입니다.
불교 윤리의 정수(精髓)는 인간의 자발적인 각성에 초점을 두고 자비심을
위주로 모든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육도중생(六道衆生)이 다 나의
부모라는 근본사상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생명근원인 본성은 끊임없이 윤회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부처님의 출가도 중생 고통에서의 해탈을 위한
것이었으며, 이러한 면에서 불교의 근본 윤리는 자비의 실천임을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불교의 효 사상은 이타적(利他的) 보살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살의 이타정신이 곧 자비심이며, 자비심의 원천은 효순심(孝順心)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효행은 자연 발생적인 것으로소 상하의 신분관계, 존비의
지배복종의 관계가 아닙니다. 부모와 자손이 원융무애하게 이어가는데
필요한 윤리의 덕목입니다.
중생이 깨달음을 성취하여 불국토를 이룩함과 상구보리하고 하화중생하는
것을 이상으로 하는 불교에서는 출가, 재가를 막론하고 인간 윤리의
기본인 효를 바탕으로 올바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길이며, 참으로 막대햔 불보살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되었을때 진정 본서으로의 회복이 가능하며 자연히 맑고
청정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재삼 강조하지만 지고(至高)의 선(善)으로, 본래 청정한 자신의 본성으로
회복하였을 때 모든고통으로부터 해탈하여 안락한 복지 사회가 이룩되고
자비생활의 실천이 가능한 것입니다.
갑신년에 맞이하는 우란분재일에 새로운 마음으로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성찰하며 매 순간순간 부처님 되십시오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