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겨울이 끝, 새로운 봄을 예비하는 2월입니다.
남녘의 냇가에는 버들강아지가 눈바람에 움트고
미루나무 위 까치집에 내리는 햇빛 또한
더욱 포근해졌습니다.
지난 겨울은 참으로 푸근하고 따뜻했습니다.
겨우내 눈 덮인 겨울 산을 보지 못할 만큼
영동(嶺東)울은 따뜻하였습니다.
날씨가 푸근하여 생활하기는 여느 겨울보다
좋았지만, 겨울날이 이렇게 따뜻하면
온갖 병해충들이 죽지 않고 되살아나
올해 농사를 망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새로운 입춘(立春)의 시작,
바로 이것이 일 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 것입니다.
끊어지지 않는 삶의 시작,
그 순환의 매듭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동네마다 풍물소리가 들리고
농악대들이 일년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풍년의 기원을 기쁨의 풍물소리로
시작한 것입니다.
2월은 새로운 부활을 예비하는 달입니다.
묵었던 먼지를 털어 내고 양광(陽光)이
잘 드는 창가에는 수선(水仙)이나 매화같은
봄꽃을 놓아 봄의 기쁨을 즐겨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생활의 지혜인 것입니다.
자! 그럼 이즘에서 이번 달 주제설법을
한번 살펴 보도록 할까요?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세상의 온갖 풍파를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중생의 삶이란 늘 화창한
날들같이 밝고 기쁘고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맑은 날들보다 바람 불고 춥고 비오고
눈 내리고 흐린 날들이 더 많듯이
우리네 삶에도 짜증나고 우울하고
슬프고 화낼 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사바세계 중생들의 일상(日常)인 것입니다.
그런 일들 가운데 가장 참기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억울하게 자신이 모함 당하거나 취급 당할 때라고
할 것입니다.
특히 변명할 여지도 없이, 그 억울함을
호소할 때도 없이 오해를 받고 온갖 함정에
빠져 아무리 사실이 그렇지 않음을 증명해도,
그 덫에서 빠져나오기는커녕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절망적인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참고 견디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잘못한 것이 분명히 없는데
잘못 했다고 생트집을 잡거나,
여러사람이 함께 일을 하였는데
혼자만 잘못을 뒤집어 쓸 때나,
믿고 주고 받았는데 주고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거나,
상관이 '책임을 진다'고 하여
내키지 않은 일을 마지못해 하였는데
혼자서 문책을 당할 때나,
자식들이 상속해 주면 부모님을
잘 모시겠다고 하여 재산을 상속하였으나
잘 모시기는커녕 구박할 때나,
온갖 정성을 다해 외아들을 키워
결혼시켰더니 제 아내만
좋아하면서 어머니 말을 듣지 않거나
발길을 끊을 때나,
남편이나 자식이 어렵게 성공을하여
이제부터 잘 살 것이라며 기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죽거나 큰병일 걸렸을 때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남편을 뒷바라지하였는데
출세를 하자 배신할 때나,
새집을 짓고 낙성을 얼마 앞두고 집 주인이
죽었을 때나, 함께 재산을 모았는데 남편이
이혼을 하며 모두 빼앗아 갈 때나,
남이 고의로 부도를 내었는데
보증을 섰다는 이유로 재산을 몰수 당할 때나,
나라의 법이 갑자기 바뀌어 계획했던 일을
할 수 없게 되거나 피해를 볼 때나,
남의 모함을 받아 명예가 훼손되거나
구속되었을 때나, 열심히 노력하는 데도
매번 운세가 나를 외면할 때 그렇습니다.
또 죽음에 임박하여 멋진 옷 한번
제대로 입어보지 못하여 억울하고,
좋은 집에 못 살아보아 억울하고,
맛있는 음식 마음껏 못 먹어 억울학,
가보고 싶었던 곳에 여행을 못하고죽게되어
억울하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곧 쫓기며 살고 고생하며 살고
정신적인 여유 없이 살아온 자신의 인생살이
자체에 대해 후회하고 억울해 하는
것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소소한 일에서도 억울한 감정은 수없이 솟구칩니다.
비구스님이 젊은 여신도에게 좀 친절하게 대하면
그 사이를 의심해 투서가 들어오고,
재력을 갖춘 신도를 조금만 소홀히
대해도 그 스님 거만하고 신도를 무시한다는 등
갖가지 말이 다 뜬소문으로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세금을 내고 몇 년이 지난 후 세금납부
독촉장이 날아와 항의를 하였더니 영수증이 없으면
다시 내어야 된다고 할 때, 나이가 적다고 무시할 때,
나온 출신학교 때문에 무시당할 때,
주의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할 때 등등
인생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일인데도
자존심 상해하고 억울하게 생각합니다.
이렇듯 큰 억울함, 작은 억울함, 자신의
삶에 대한 억울함, 남으로부터 받게 된
억울함을 가질 것 없이 억울한 일을 당하였다고
느껴지면 그 즉시 속이 답답해지고 원통함을
견디지 못하고 가슴을 치거나 땅을 치면서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억울함이 해소가 되고
이해가 되면 억울함을 가슴에 묻지 않지만,
억울함이 용인도지 않고 풀 길이 없으면
홧병(火病)을 부르며, 그 원한을 깊이
품고 죽게 되면 원귀(寃鬼)가 되거나
환생을 해서라도 복수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억울함을 사람의 마음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입니다.
억울함이 사무치면 홧병을 부르고
그 홧병을 풀지않고 죽으면 원한이 맺혀
풀어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되어
생을 바꾸더라도 그 원결이 풀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에 맺힌 원결이란
얼마나 무서운 일입니까?
따라서 우선 우리들이 이 지상에
사는 동안 남에게 원한에 사무칠
만큼 큰 억울함이나 상처를 입혀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풀어지지 않는 원한을 생을 바꾸어서라도
꼭 풀게 마련이므로 남에게 원결을 쌓아서
결코 좋은 일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원한을 가지도 기어이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는 독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원수를 갚겠다고 하는 마음이 있는 한
그 원한의 관계는 결코 풀어지지 않고
세세생생에 운수가 되어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기 때문에 그 원한의
관계를 푸는 길은 자비로운 용서뿐임을
알아야겠습니다.
그러므로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말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의 초기경전인 『법구경』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이 전하고 있습니다.
원망으로써 원망을 갚으면
끝내 원망은 쉬어지지 않나니
오직 참으으로써만 원망은 사라지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으리.
억울함을 참는 것은 참다운 수행이나
진정한 용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인 것입니다.
가령 『범망경』대승보살계에서
"부모를 죽인 원수를 만나더라도
원수를 갚지 말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현실적으로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라고 했습니다.
왜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생각을 돕게 될까요?
여러분도 경험하셨겠지만,
억울함이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억울함이 풀리기는커녕
더욱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억울함을 당하면
가능하다면 빨리 그 자리를 떠나거나
그 생각을 떨쳐버리는 것이 최상의 방법입니다.
가능하다면 그 자리를 떠나 여행을 하거나
환경을 바꾸어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밝히려 하다가보면
다시 시비가 일고, 그 시비는
분노와 증오와 절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되어,
원망하는 마음에서 헤어날 길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십시오.
일초라도 빨리 생각도 몸도 그 자리에서 떠나
버리는 것이 상책임을 명심하십시오.
자! 이쯤에서 현실적으로 결코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을 어떻게 실천하라고 부처님은
가르치고 계신지 초기경전인
육도집경(六度集經)의 말씀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옛날 장수왕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장생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왕은 자비와 정의로 나라를 다스렸으므로
비바람이 순조롭고 오곡이
풍성하여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노래했습니다. 그 이웃 나라의 포악한 어떤
왕은 장수왕의 번영을 시샘해 마침내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 왔습니다. 신하들은 이 사실을
왕에게 알리고 마주 나가 싸우기를 청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우리가 이기면 그들이 죽을 것이고,
그들이 이기면 우리가 죽을 것이다.
저쪽 군사나 이쪽 군사나 다 소중한
목숨들이 아니냐. 누구나 제 몸을 소중히
여기고 목숨을 아까워 하는데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것은 어진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왕은 이와 같이 그들을 말린 뒤
태자 장생에게 말했습니다.
"저 이웃 나라 왕은 우리나라를 가지고 싶어한다.
내 신하들은 나 한사람을 위해 선량한 백성들의
목숨을 희생시킬 것이다.
나는 차라리 이 나라를 저 왕에게 내주어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리라."
왕과 태자는 성을 빠져나와 산중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웃 나라 왕은 이 나라를 차지하고
다시 장수왕을 잡으려고 황금 천 냥의 상금을
걸었습니다. 그때 장수왕은 마을 근처에 있는
나무 밑에 앉아 덧없는 인생과 허무한
세상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대 한 늙은 바라문이 곁에 와서 보시를
청하자 왕은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새 임금은 나를 잡게 위해 막대한
상금을 걸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내 목을 베어 가십시오."
그러나 바라문은 차마 그럴 수 없었습니다.
왕이 거듭 말하였습니다.
"이 몸은 머지않아 썩을 것인데
어떻게 오래 보존할 수 있겠습니까.
한번 나면 반드시 죽는 법이니 누구도
영원히 살 수는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지금 내 목을 베어 가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 몸은 언젠가 한줌 흙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당신은 자비를 베푸는 거룩한
분입니다. 어떻게 그 고귀한 생명을 버려
더러운 이 몸을 구원하려 하십니까?"
그러면서 바라문은 그 곳을 떠나 갔습니다.
왕은 그를 따라 가다가 성문의 수위에게
붙잡혀 사형장으로 끌려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태자 장생이 나무꾼으로 변장하고
부왕 가까이 가자 왕은 그를 알아보고
말했습니다.
"너는 내 마지막 교훈을 명심하라.
원한을 품어 그 재앙을 후세에 길이
남기는 것은 효자의 도리가 아니니
원한을 원한으로써 갚지 말라."
장생은 차마 아버지의 죽음을 볼 수
없어 깊은 산에 들어가 숨어 버렸습니다.
그 뒤 장생은 원수를 갚으려 포악한
왕의 사랑 받는 시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왕은 그가 장생인 줄을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날 그는 왕과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사흘 동안을 헤매었습니다.
왕은 주림과 피로에 지쳐 허리에 찼던
칼을 풀어 장생에게 맡기고 그의
무릎을 베고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장생은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칼은 빼어
왕의 목을 치려 했습니다.
그 때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마라,
내 유훈을 어기면 효자가 아니다.'
라고 하던 임종 때의 아버지 말씀이
문득 머리 속을 스쳐 갔습니다.
그는 들었던 칼을 칼집에 꽂았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되풀이하는데
왕이 깨어났습니다.
장생은 엎드려 왕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헤매던
장생입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리석게도 악을 악으로 갚으려고
하여 세 번 칼을 들었다가 그 때마다
아버지의 유훈을 생각하고 칼을 버렸습니다.
길을 잃은 것도 사실은 제가 일부러 한
짓입니다. 대왕님 저를 죽여 주십시오.
그러면 내 혼이 자리를 옮겨 다시는
이런 나쁜 생각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속으로 깊이 뉘우쳤습니다.
"실로 나는 포악하여 선악을 구별하지 못했소.
당신의 아버지는 훌륭한 성인이었소.
비록 나라를 잃었지만, 그 덕은 잃지 않았소.
당신은 아벚의 유훈을 잘 이어받은 뛰어난
효자요 내 목숨은 당신 것이었으나,
당신은 나를 용서하여 죽이지 않았소."
그들은 손을 맞잡고 숲 속에서 나와 왕궁으로
돌아왔습니다. 왕은 장생에게 나라를
돌려주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이와 같이 장수왕의 이야기를 통하여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교훈은 무엇일까요?
나라를 빼앗고 부모를 죽인 원수라
하더라도 원한으로써 원한을 갚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부처님의
자비방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다 알다시피 불교의 원리적 이상은
자비입니다. 자비란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는
자(慈)와 중생의 괴로움을 제거하는 비(悲)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자비정신은 악을 악이라 배격하고벌하던가,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물이 바위에 부딪쳐도
돌아서지 않고 떠나지 않아 마침내는
그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듯 부처님의 자비는
끝없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악도 본래 실체가 없어서
선의 결여에 지나지 않음을 아시기 때문이며,
나아가 어떤 악인도 진여에서 나온 여래장(如來藏)을
지니고 있어서 부처님과 평등함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동체대비가 불교의
근본사상인 연기관(緣起觀)에 그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아야겠습니다.
그러므로 자비란 말이 기독교의 종교적 이상인
사랑과 다른 점은 어떤 경우에도 중생을 버리는
일이 없고 따라서 증오가 수반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독교의 사랑이 아무리 큰 것이라 해도
이를 끝내 거역하고 배반하였을 때는
영원한 죽음이라는 벌이 따르는 것입니다.
그것도 심판이라는 조건이 붙은 사랑인 것입니다.
이는 조물주를 전제하는 이상 불가피한
일인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주와 인생의
모든 것을 인과와 연기의 전제로 보며,
인과를 벗어난 우연론이나 전지전능한 창조주에
의한 창조론은 모두 이단으로 봅니다.
어떻게 하다 우연히 생겨난 세계라거나,
또 전지전능한 신이 이 우주의
생명체를 창조했다면 이 세계는
모순으로 가득 채워지고 약육강식의
대혼란 속에서 암흑과 죄악만이
판을 치게 되었을 것입니다.
설사 잠깐의 실수로 잘못 창조하고
잘못 관리하여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
즉시 다시 개조하고 재창조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역사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계가 전지전능한 신의
창조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인류의 역사와 우리의 현실이 바로
자명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우주와 인생의 신비는 오직 불교의
육도윤회를 통해 무시이래로
인과법, 연기법으로 풀지 않고서는
해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의 인과를 이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숙명론이나 운명론과
같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운명론이나 숙명론으로 보면
모든 것은 태어날 때 사주팔자와
함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자율적인 의지와
창조적인 노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삶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불교의 인과론과 전혀 다릅니다.
불교의 인과론은 모든 것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있습니다. 나의 행위가 원인이
되어 현재와 같은 삶이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받고 있는
이 결과는 어제의 행위가 원인이 된 것이고,
오늘 내가 짓는 행위는 내일의 결과를
낳게 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불교의 인과론은 내일을 창조하고
오늘의 과오와 고뇌를 근본적으로
개조하기 위한 인과론이기 때문에
숙명적인 운명론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따라서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하는 것은 거기에
상응한 벌을 받아야 하는 세속적,
현실적 법의 태도입니다.
대부분 중생의 생각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태도로는 세세생생 원수가
되어 윤회의 고뇌를 끊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나도 남도 함께 죽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왕삼매론」은 서로가 죽이는
삶이 아니라 연기론적 자비관으로 서로
살리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마치 차가운 얼믕과 눈은 훈훈한 봄바람이
아니면 녹일 수 없듯이,
자비가 아니고서는 중생의
무명업장을 녹일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정도 차원에 이르면 억울함을
당했을 때 남은 비방하고 탓하기보다는
자기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인욕바라밀을 수행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흔히 일상의 삶 가운데에서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고통이 심하단 말인가’하고
탄식하는데 바로 이렇게 자신에게
그 잘못의 원인을 돌리는 정신입니다.
대부분의 억울함을 나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실컷 잘해 주었더니 돌아오는 것이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억울한 일을 당하면
어처구니가 없어지고 자존심이
깊이 상하게 됩니다.
혹 아직도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세상을 원망하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는 일로 삶을 보내시고 있으시다면
생각을 전환해야 합니다.
과거의 원망과 원통함에 사로 잡혀서
자기 자신을 학대하고 비관 속에서
살아간다면 그 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생각과 마음을 얼마든지 바꾸고
전환 할 수 있는 신기루와 같은 것입니다.
아직 버리시지 못한 원한.원망.억울함
따위는 먼지 털듯이 2월 바람에 훨훨
날려보내고, 가는 겨울과 함께
흘러가는 세월의 강물에 던져 버립시다.
혹 이런 생각들이 자신의 아상(我相)이나
아집(我執)에 기인하고 있다면 아상이야말로
실체가 없다는 금강경 말씀을 바로 챙겨야겠습니다.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