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 량 사 ▒▒

진정으로 잘 사는 법

이 름	: 청량사	조회수	: 1350

홈페이지	:

첨부파일	: 없음

신년의 화제 하나 - “부자 되세요”

새해에 접어들면서 월드컵이나 경기회복, 대통령 선거 등 국가적인 관심사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국가적인 관심사 이외에 연초부터 이른바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일 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올해 신년 덕담으로 가장 많이 회자된 “부～자 되세요”라는 말 입니다. 다들 들어보셨죠? 어느 카드 회사의 광고 문안으로 사용된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말에서 시작한 이 덕담의 열풍은 지난 설날의 덕담에서 가장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덕담 한 마디씩 다 해보셨죠? 이 말은 설날 덕담뿐만 아니라 핸드폰의 문자메시지나 그림 메시지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덕담이라고 합니다.

좋은 뜻으로만 이해한다면 모두 부자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말이 혹시 너도나도 부자가 되겠다고 금전적인 부(富)만을 추구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확산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신년의 화제 둘 - 금연 열풍

이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 말고 또 하나의 열풍이 바로 금연 열풍입니다. 유명한 코미디언 이주일 씨가 작년 연말부터 폐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산소 공급 장치를 코에 꽂은 채 수척해진 얼굴로 지난해 말부터 TV 등에 나와 금연을 호소한 뒤부터 담배를 끊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담배를 끊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담배 피우면 저처럼 됩니다. 당장 금연하세요.” 폐암으로 수척해진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던지는 이 호소가 흡연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지요. 거사님이 담배를 피우는 가정에서 때마다 금연하라고 조르던 보살님들의 입장에서는 이주일 씨의 이런 금연운동은 참으로 큰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담배 판매량도 감소하고* 병원의 금연클리닉에는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담배 값까지 인상되어서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으려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독실한 불자이기도 한 이주일 씨의 쾌유를 빌기 위해 스님들께서 병문안을 다녀오시기도 한 것이 『불교신문』에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주일 씨의 이런 호소에 힘입어 금연 열풍은 사회적으로도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안국약품은 올해 담배를 끊는 직원에게 금연수당 1백만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제일기획은 지난해부터, 그리고 한국통신 KT는 올해부터 금연 성공자에게 돈을 주는 금연펀드를 만들었는데 KT의 경우 1만여명의 흡연자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담배를 끊어 건강도 위하고 돈도 생기니까 일석이조 아닙니까? 비트컴퓨터라는 회사는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 매달 금연수당을 따로 지급하고 금호그룹은 아예 흡연자를 채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정부 종합청사 등 관공서와 대형 건물이 건물 자체를 금연 건물로 선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으니 이래저래 흡연자는 갈 곳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신도님들 가운데서도 흡연하시는 분들은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으십시오. 세계적인 폐암 권위자로 미국에서 명성을 날리다가 작년 9월 국립암센터 병원장으로 취임한 이진수 박사가 MBC의 ‘성공시대’에 출연하여 암을 예방하는 최선의 길로 이야기한 단 한 가지가 바로 담배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담배가 모든 암의 근원이니까 반드시 담배를 끊으라는 이 한 마디보다 더한 금연 권유는 없을 겁니다.

“담배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담배도 안 피우는 스님이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만, 의사 분들의 말을 빌리면 금연은 한번에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합니다. 시중에는 금연을 돕는 금연 보조 용품이 많이 있습니다. 금연초, 금연필터, 금연침, 은단, 껌, 사탕 등등 수없이 많습니다. 이런 대용품은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이것을 대용하여 담배를 끊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금연 보조 용품에 의지하거나 담배를 천천히 줄여서 끊는다는 분들은 열에 아홉이 실패한다고 합니다. 담배를 끊으려면 단박에, 철저히 입에 대지 않아야 합니다. 금연 보조용품 사는데 아까운 낭비하지 마시고 마음먹은 그날로 완전히 끊으십시오.

신년의 화제 셋 - 채식 열풍

올해 초부터 또 다른 열풍을 일으키는 일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식사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 초 SBS에서 방영한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특집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육식이 가져오는 온갖 질병과 육식을 위해 희생되는 가축들의 끔찍한 도살 장면, 그리고 채식 습관의 좋은 점과 채식 위주로 이루어진 우리 전통 식단의 우수성이 소개 되면서 과연 육식이 좋은 식사 습관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방영 이후 백화점의 유기농 재배 야채매장에는 물건이 달려 팔지 못할 정도로 주부들이 몰리고 있고,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못한 시청자들의 재방송 요청에 의해 2월에 재방송되기로 했던 계획이 농민 단체와 축산농가의 반발로 연기되는 등 굉장한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방영 이후 축산물의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의 영향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의 식탁에서 고기가 일상화된 것은 몇 십 년도 되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신도님들 대부분이 어렸을 적에 고깃국 한번 먹는 거나 고기 한점 먹는 일을 제삿날이나 명절같은 날에나 가능한 연중행사로 알고 자란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이밥에 고깃국 한번 먹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북한 사람들이나 하는 말로 알고 사는 지금의 어린 세대들에게는 어른들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끼니도 때우기 어렵던 시절에 언감생심 고기 한점 먹고자 하는 마음을 먹을 수나 있었습니까?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쌀밥에 고기반찬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을 잘사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거리마다 대형 고기집이나 갈비집, 회집이 즐비합니다. 어디 가서 음식 접대 잘 받았다고 하면 아주 비싼 고기음식을 대접받은 것을 말하고 가족들이 마음먹고 외식하는 것도 고기집에서 고기를 배불리 먹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 중에는 야채는 먹지 않고 고기만 먹는 아이들이 많아서 부모들이 골치를 썩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끼니를 채우기도 어렵던 시절에 비하면 참으로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육식이 가져오는 폐해

이렇게 우리의 식생활이 육식 위주로 바뀌면서 많은 문제가 생기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 가운데는 이제 우리 인류가 육식을 그만 두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SBS에서 방영한 ‘잘 먹고 잘 사는 법’에도 출연한 제레미 리프킨이라는 세계적인 문명비평가이며 생태운동가는 “인간은 육식문화를 넘어야만 인류를 위한 새로운 과제를 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최근에 출간된 그의 저서 『육식의 종말』에서 그는 쇠고기를 탐하는 인류의 성향이 세상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런 인간의 욕망이 다른 인간과 동․식물을 괴롭히는지, 고기를 얻기 위해 우리의 생태계가 얼마나 파괴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의 수는 12억 8천만마리에 이르고 그 사육 면적은 전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와 가축을 키우기 위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전체 곡식의 1/3이 소비되고 있으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곡물의 70%를 가축이 먹어치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막론하고 지구상에서 수억의 인류가 기아에서 허덕이는 동안에도 지방이 알맞게 박힌 최상급의 쇠고기를 만들기 위해 소에게 기름진 옥수수 등의 곡물을 먹이는 어이없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10억명이 넘는 인류가 기아에 허덕이는 한편에서 또 다른 10억의 인구가 쇠고기 과잉섭취로 인해 넘치는 지방을 주체하지 못해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고 있고, 나머지 35억의 인구도 쇠고기 섭취를 부의 상징으로 여기는 현실을 그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소에게 먹이는 곡물로 13억명의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그는 소를 ‘인간을 집어 삼키는 동물’로까지 표현합니다.
예로부터 소를 농사를 돕는 고마운 동물이고 집안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온 우리의 시각에서 본다면 너무 심한 혹평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육식습관으로 인해 생긴 풍요의 질병인 심장병, 암, 당뇨병으로 인류가 죽어가는 현실 역시 우려할만한 일입니다. 이러한 질병은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고 우리 주변에서도 육류의 과잉섭취로 불어난 살을 빼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거나 살 빼는 약과 같은 다이어트 용품을 복용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우리의 음식 문화와 식단이 서구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학자는 쇠고기 섭취를 위한 인간의 욕망과 육식문화가 인간의 건강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적 문제이며 지구 문명을 위협하는 환경적, 생태적, 경제적 위기는 물론 사회의 빈부격차와 국가간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서구문명이 수소, 암소와 함께 형성되었다고까지 말하는 그는 인간의 역사와 소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음을 여러 가지로 증명합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쇠고기의 맛을 돋우기 위한 향신료의 주산지인 인도를 찾아 나선 여행이며, 아메리카 신대륙의 발견 이후 수많은 산림이 소를 키우기 위한 목초지로 개간되고, 북미 대평원을 달리던 야생 들소인 버펄로가 비육우를 키우기 위해 무차별 살상되고 그 이후 인디언까지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모두가 쇠고기를 얻기 위한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합니다.

그는 소의 사육이 생태계 혼란과 황폐화의 주범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중미와 남미의 열대우림이 소를 방목하기 위한 목초지로 개간되면서 황폐화되고 있으며, 소의 방목으로 인해 사하라 이남과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의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사육장의 축산 폐수는 지하수 오염의 주된 원인이고, 사육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은 우리 인류가 쇠고기 한점을 먹기 위해 멸망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또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지금 미국의 비육장에서는 95% 이상의 소들에게 각종 성장 호르몬을 투약하고 있으며,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수천만 파운드의 항생물질이 사료의 첨가제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사용되는 제초제의 80%가 가축들의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와 콩에 뿌려지고 있으며 파리와 각종 전염병의 예방을 위해 시설물이 흠뻑 젖을 때까지 살충제를 공중 살포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예전에 대승불교승가회 회지에 ‘농민이 보내는 편지’라는 글을 쓰셨던 전우익 선생은 최근의 수필집에서 ‘수지타산을 위해 하루 1kg씩 살을 불리는 것을 목표로 억지로 먹이는 소는 알고 보면 항생제 주사와 약물에 평생 중독된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수입 쇠고기를 먹든 한우고기를 먹든 모두 항생제와 제초제, 살충제로 범벅이 된 핏덩어리를 섭취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쇠고기를 얻기 위한 인간의 몰지각한 행위가 가져온 초유의 질병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광우병입니다. 최근에야 그 병의 원인균을 추정하게 된 광우병은 소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전염되어 인간광우병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합니다. 아직 그 뚜렷한 원인을 알지는 못하지만 광우병의 원인은 사료에 함유된 소의 뼈 성분 섭취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에 소를 키워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소는 여물에 고기국물만 조금 섞여도 여물을 먹지 않습니다. 채식동물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소를 살찌우기 위해 사료에 소의 뼛가루를 섞어 먹였으니 이런 병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자연의 이치마저 거스르는 인간의 욕심이 현대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괴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불교는 왜 육식을 금하는가?

이와 같이 쇠고기 섭취를 중심으로 하는 육식문화는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지경에 이르고 보니 부처님께서 왜 그렇게 엄격하게 육식을 금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부처님은 왜 육식을 하지 말라고 하실까요? 그것은 육식이 자비의 종자를 끊기 때문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부처님은 《입능가경(入楞伽經)》에서 말씀하시기를
“중생이 끝없이 윤회함은 고기 먹는 습관으로 고기 맛에 탐닉하고 집착하며, 번갈아 서로 살해하여 어질고 성스러운 성품을 멀리 떠나서 생사의 괴로움을 받는다. …고기 맛을 버리는 자는 정법(正法)의 말을 듣고, 보살의 지위에서 여실히 수행하여 속히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또한 중생으로 하여금 성문․벽지불의 지위를 거쳐 쉴 곳에 이르게 할 것이며, 쉬고 나면 여래의 땅에 들게 하리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부처님은 또한 “고기를 먹는 사람은 큰 자비의 종자를 끊나니 어찌 이와 같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시면서 중생이 육도 윤회를 하면서 고기를 먹는 것은 모두 자신의 친척이었던 권속들의 고기를 먹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또 《열반경》에서는
“고기를 먹는 이는 큰 자비의 종자를 끊으며 가고, 서고, 앉고, 누울 적에 온갖 중생들이 그 고기의 기(氣)를 맡고 모두가 두려워함은 마치 어떤 사람이 악취가 나는 마늘을 먹었을 적에 다른 사람들이 그 냄새를 맡고 도망가는 것과 같다.” 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즉, 육식을 하는 사람에게서는 그 동물의 냄새와 기가 풍긴다는 것입니다. 화계사의 숭산스님도 법문에서 “원래 우리 마음은 순수하고 맑은데 육식으로 인하여 동물의 의식이 인간의 의식 안으로 들어오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생긴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육식을 즐기는 사람이 포악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육식이 우리의 정신을 흐리게 하고, 우리의 육신까지 혼탁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경전에서 육식을 금하고 계신 것은 바로 고기를 먹는 것이 자비의 종자를 끊는 것이며, 선을 파괴하고 도를 장애할 뿐만 아니라 삿된 생활을 하게 되어 아첨과 굽은 마음으로 스스로 살기만을 구하는 것이 되어 도를 이루는데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보살도를 지향해야하는 불자들에게 육식을 금하는 것은 지금 나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과 모든 생명체들과 함께 이 삶을 지속시켜야 한다는 자비의 마음, 즉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쇠고기에 얽힌 연기의 이치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종합해 보면 “육식이 좋으냐? 채식이 좋으냐?”하는 논쟁은 무의미합니다. 육식이 인간의 육신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그 영혼까지 황폐화시킨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불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쇠고기와 육식에 얽힌 연기의 이치를 바로 보아야 합니다. 내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 한 점에도 역사와 정치, 경제적 상황이 숨어있고 그 과정에 수많은 자원과 곡물이 낭비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기(緣起)의 입장에 서면 내가 쇠고기를 탐하고 육식을 즐기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한 생명을 죽이는데 일조하는 것이고, 간접적으로는 지구 반대편에 굶주리는 사람을 늘리는 것인 동시에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시키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됩니다.

‘일미진중 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 작은 티끌 하나에도 모든 우주의 진리가 숨어있는데 쇠고기 한 점엔들 이런 이치가 숨어있지 않겠습니까? 왜 우리가 하루 빨리 육식위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이제 아시겠습니까? 물론 여기 계신 불자님들이 모두 하루아침에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라면 채식 위주의 식생활로 돌아가야 합니다. 잘 먹는 것은 남의 살로 배를 채우는 것이나 식탁에 둘러 앉아 죽은 동물의 시체를 뜯어먹는 것이 아니라 내 육신과 영혼을 위하고, 맑게 하는 것이 바로 잘 먹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공양을 할 때 외우는 오관게(五觀偈)의 마지막에 ‘육신을 지탱하는 양약으로 알고 도업을 이루기 위해 공양을 받는다’(정사양약 위로형고 위성도업 응수차식)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잘 먹고 잘 살려면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봅시다. 누구나 다 부자되기를 원하고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합니다. 여기 계신 신도님들 가운데 가난하여 못 먹고 못 살기를 바라는 분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진정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무엇입니까? 고대광실에서 호의호식하는 것이 진정으로 잘 사는 것입니까? 이러한 감각적 쾌락을 쫓는 것은 끝이 없습니다. 항상 그보다 더 나은 생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것을 비춰서 생각해 볼까요? 광복 이후 지난 50여 년 간 우리는 정말 눈부신 발전을 했지요?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6.25 직후에 1인당 국민 총생산은 67달러였는데 2000년에는 9628달러로 143배가 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국민소득 1만불을 넘었던 95, 96, 97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지만 IMF경제 위기로 국민소득이 67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98년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회복된 것입니다. 도시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도 65년에는 8천4백50원이었는데 1999에는 222만4743원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도 실질적으로 12배가 넘게 상승했다고 합니다. 옛날에 비하면 우리는 모두 10배가 넘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아주 많이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여러분들은 스스로 50년, 아니 30년 전보다 아주 많이 살기 좋아졌다고 느끼십니까?

예를 들어볼까요? 37년 전인 65년에는 1만원으로 자장면을 286그릇이나 사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3-4그릇 밖에는 먹을 수 없지요? 자장면 값으로만 따지면 65년의 1만원은 요즘의 71만5000원에 해당합니다. 65년에는 한 그릇에 35원이었으니까요. 목욕값으로 따지면 훨씬 더 합니다. 목욕값으로 따지면 옛날 1만원은 요즘의 91만원정도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보면 요즘은 정말 ‘돈이 돈이 아닌’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1만원만 벌면 되는 일이 이제는 100만원 쯤 벌어야 가능합니다.* 이렇게 따지면 8500원쯤 벌던 65년보다 220만원 버는 요즘 우리의 삶은 두세 배 정도밖에 나아진 것이 없지 않을까요?

잘 살아보자는 구호 아래 우리 민족은 수십년을 매진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의 질도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어떻습니까? 아직도 잘 먹고 잘 사는 길은 아득하기만 하고, 조금 먹고 살게 되니 온갖 질병과 근심이 가득합니다. 또 죽어라고 달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정말 부자가 되는 것이고 잘 먹고 잘 사는 길일까요?
과연 무엇이 진정 잘 먹고 잘 사는 길입니까? 그것은 바로 만족할 줄 아는 것입니다. 더 큰 것,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에 매이지 않고 나와 인류를 돌아볼 줄 아는 것 이것이 잘 사는 길 아닐까요? 다이어트 해야 할 정도로 먹지 않고, 조금 덜 먹어서 그 남은 것을 어려운 이를 위해서 돕는다면 이것이 진짜 잘 사는 법이 아닙니까?

왜 큰 스님들이 소욕지족(少欲知足)하라 오유지족(吾唯知足)하라고 가르치셨겠습니까? 욕심을 따르는 것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욕심은 온 우주를 금은보화로 채워도 다 채워지지 않는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기에 만족할 줄 알고 연기의 도리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생명체에 애민심을 갖는 것, 이것이 바로 불자가 잘 먹고 잘 사는 길에 들어서는 첫걸음입니다.

| 글쓴 날짜 | 2002-04-01 |

장애인은 우리들의 복전입니다.

삼법인을 가훈과 좌우명으로 삼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