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향, 더큰것으로의 전환
회향이란
일상적 법회의 말미나
예불의 끝 혹은 기도의 끝에는 언제나
어김없이 회향이란 표현이 등장하는 것을
불자들은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개의 경후 회향이라 하면,
"이제 곧 어떤 의례나 의식이 마쳤다는 것"
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으로서 진정한
불자라면 회향의 의미를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의 일차적인 심정은
우선 종교를 통해 나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삶의 전반적인 행복을 추구하려는
것입니다. 이 개인적 행복을 얻기위해
그 조건으로서 종교가 요구하는 여러가지
윤리규범을 따르게 됩니다.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서도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서 종교의 소임을
다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개인의 행복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활용되어야 할 것인지를
명백히 제시합니다.
일반의 교훈은 노력하면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다고 하고, 기독교에서도
심은대로 거두리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또 노력한 결실을 얻고자 하고,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며
투쟁을 불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불교는 정당한 그 대가나
결실을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 돌리라고
권합니다.
회향은 바로 이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불교인들이 흔히 실시하는 회향식은
그러한 의사의 집단적 표명입니다.
회향이란 자기가 닦은 공덕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 돌리는 대상은 보리,
즉 깨달음과 중생입니다.
육바라밀은 보살의 대표적인 실천
강령입니다. 그런 강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흔히 보살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보살행의 이념은 나와 남의 이익을
동시적으로 추구하는 '상구보리 화화중생'입니다.
그런데 그 이념은 회향을 통해 완성됩니다.
즉 보살행의 종국적인 태도 가 회향인 것입니다.
이 회향에 대해 『화엄경』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모두다 회향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처음 예배하고 공경함으로부터 중생의
뜻을 순수하기까지 그 모든 공덕을
온 누리에 있는 모든 중생에게 돌려
중생들로 하여금 항상 편안하고 즐겁고
병고가 없게 합니다.
나쁜일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착한 일은
모두 이루어지며, 온갖 나쁜일의 문은
닫아버리고 열반에 이르는 바른길은
활짝 열어 보입니다.
중생들이 쌓아 온 나쁜 업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무거운 고통의 여러가지 과보를 내가 대신 받으며,
그 중생들이 모두 다 해탈을 얻고 마침내는 더 없이
훌륭한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힘씁니다."
보살은 대자비를 완성하여 중생의 마음을
깨달음으로 돌려, 중생을 위해 활동하길
조금도 쉬는 일이 없습니다.
보살은 깨달음의 마음으로써 온갖 선을
닦고 중생의 모든 중생을 위해 지도자가 되어
지혜의 길을 제시하고, 진리의 태양이 되어
온 누리를 비춤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선을 행하게 하길 조금도 쉬는 일이 없습니다.
보살은 부처님이 설한 최상의 진리를 듣고
마음속 깊이 새길 뿐 아니라 나아가 그것을 중생에게
설법하여 다음과 같이 회향합니다.
'저는 오로지 한 마음으로 무수하고 끝없는
세계속의 모든 부처님들을 바르게 생각하여
보살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저는 하나의 세계에 있어서 한 사람의 중생을
위해 영원토록 보살의 의무를 다 하겠습니다.
저는 모든 세계에 있어서 모든 중생을
위해 마찬가지로 영원토록
보살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이처럼 웅대하고 비장한 의지로 표명된 회향의
정신은, 남의 잘못한 대가는 내가 받겠으며
내가 잘한 대가는 남에게 돌리겠다는 자비심의
극치입니다.
내기 있는 조가마한 잘못이라도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는 세태를
생각하면 위와 같은 회향의 정신은 가히 비장한
각오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향은 곧 업보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대승불교의 정토교에서는 회향의 정신이
아미타불의 자비에 가장 명료하게 나타나 있음을
주목하여, 아미타불에 대한 믿음을 통해
그 국토인 정토에 왕생할 수 있기를 기원하지만,
이는 회향의 진정한 의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회향은 그를 통해 뭔가 개인적인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도의 헌신과 자기희생이
회향의 정신에 전제되어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회향을 보살행의 완성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정신이 웅대해 보인다고 해서
범부로서는 불가능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사소한 주변의 일에서부터 보다 높은 차원을
지향하는 습관적 생활이 바로 보살의 회향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불교의 모든 수련회가 회향식으로 끝맺는 것도
회향의 습관화 또는 일상화를 기하고자 하기 때분입니다.
입시기도와 회향
최근 대학 입시가 끝났으므로 대학입시기도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대학 입시기도를 할 때 누구나 자기자식의
합격을 위해 기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식은 공부하지 않는데 기도한다고
합격이 됩니까?
그러면 기도는 왜 합니까?
그것은 불보살님을 향한 미약한 중생으로서의
기원이자 자식을 향한 부모러써의 사랑
그것이 감응하는 것에 기도의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불보살님의 감응이자 바로 자식의
감응입니다.
불보살님의 감응이란 중생의 모든 발원을 가감없이
섭수하는 불보살님의 가피가 따른다는 것이며,
자식의 감응이란 부모님의 기도의 정성을 자식이
마음으로 받아들여 더욱더 정진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입시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경쟁은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승자가 탄생한다는 점입니다.
자기 자식이 합격하려면 누군가 다른 부모의 자식이
불합격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누군가의 행복은
다른이의 불행 속에 성립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보살행을 하고자 하는 불자라면
기도를 하더라도 반드시 회향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회향의 정신으로 입시기도를 하자면
"우리아이에게 무량한 지혜의 빛을 비추어 주시사
학업의 성취있게 해 주시옵고 입시를 앞둔
모든 다른 아이에게도 지혜의 빛을 주시사
그들이 정신이 혼미해지지 않게 건강한 신체를
잘 유지하여 다함께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좋은결과 이루어지게 하여 주사옵기를
불보살님께 기원 드립니다."
하는 것이 올바른 기도라 할 것입니다.
왕상회향과 환상회향
회향의 정의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이미
거론된 바 있는 정토교의 회향의 특징이
바로 왕상회향과 환상회향입니다.
담란대사의 저서 『정토론주』에
「왕환회양유타력(往還廻向由他力)」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왕상회향과 환상회향은 모두
타력을 나타내는 뜻이지요.
여기서 타력이란 자력과 대비되는 말로써 나의
힘이 아닌 아미타 부처님의 본 원력에 의지해서
왕상회향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먼저 왕상은 이 사바세계로부터 극락정토세계로
왕생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일단 왕생한 극락정토 세계에서 성불한
다음에 다시 중생제도를 위해 이 사바세계로
되돌아오는 것을 환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왕상이나 환상이나 모두가 인간의 힘,
즉 인간의 자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래의 본원력이라는 타력, 곧 부처님의 위신력이라는
타력에 의하는 것임을 담란 대사는 분명히
밝히신 것입니다.
극락정토라는 세계는 깨달음 그 자체의 세계입니다.
깨달음 그 자체를 지향하는 왕상이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곧 깨달음의 세계가 우리들에게 작용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정토로 향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의 세진보살의 설에 의하면 정토의 장엄에는
묘성장엄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정토의 특성으로서의 장엄이며,
그 묘한 음성도 실은 다름 아닌 우리의 귀에서,
가슴에서 그리고 입에서 언제나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토라고 하거나 또는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부르거나, 그것은 그대로가 우리들로 하여금
정토로 향하게 하는 작용이라는 것입니다.
나 자신이 정토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정토 그 자체가 깨달음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으로써,
나 자신을 정토세계로 향하게 하는 것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담란대사가 말하는 왕상회향이라는
것입니다.
정토세계는 아미타부처님의 본원력, 여래의 원심에
의하여 장엄되어 있으며, 그 본력의 작용,
즉 부처님의 보살펴 주심에 의하여 나 자신의
정토왕생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것이 이번에는 정토에 태어나서 바로 성불하여
다시 다시 이 세상으로 되돌아와서 인연있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이타행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극락정토가 깨달음의 세계임으로 그 깨달음의
작용이 나로하여금 미망의 세계에서 이타행을
행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정토론주』에서 말하는 환상회향인 것입니다.
회향이란 자기가 닦은 공덕을 다른 이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염불하여 불국정토에 왕생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이 구제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리 이지만, 성불하여 환상의 덕을 시현하는 것은
뒤에 오는 자의 힘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곧 이타가 됩니다.
그러므로 본원을 믿고 염불하여 성불한다는 것은 이로써
자리와 이타가 모두 고루 성취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토에 왕생하였더라도
다시 사바세계로 돌아와 이타행을 하는 환상회향이
비록 부처님의 본원력에 의지하여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타인을 구제하려는 보살행의 큰 틀에서 벗어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예불과 회향
우리가 기도를 드리거나 예배를 올린 후에는
반드시 소원을 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의식의 말미에는 불법승 삼보께
예배함으로써 오는 어떤 영향력에 대한 소원이
반드시 따라옵니다.
唯願無盡 三寶 大慈大悲 受我頂禮 冥熏 加被力은 개인적인 일차적 소망을 나타냅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끝없는 삼보닙께서는 대자비를 베푸시어,
제가지금 엎드려 정례드리오니 가피력을 내려주시옵소서."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다면 철저하게 개인적인
자리에 머문다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어지는 무엇이 있습니다.
<願共法界 諸衆生 自他一時我佛道>입니다.
원하옵건데 온누리 모든 중생들 너나 할 것 없이 일시에
깨달음 이루게 하여 주시옵소서'라는 내용이지요.
이부분이 바로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소원에
해당합니다.
이것이 바로 회향이지요.
내가 지금 한 기도나 예배의 공덕이 내가
아닌 다른 모든 이에게도 고루 전달되어
내가 원하는 깨달음의 길에 타인도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그것이 바로 회향의 정신입니다.
대승보살도의 육바라밀행의 완성은
흔히 지혜라 합니다만,
그 지혜의 근저에 회향의 정신이 배어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오분향의 마지막에 있는
해탈지견향이 바로 그것입니다.
戒香 定香 慧香 解脫香 解脫智見香
"지계의 향이여! 선정의 향이여!
지혜의 향이여! 해탈의 향이여!
해탈지견향의 향이여!
이 거룩한 향을 사루어 올립니다."
라고 풀이할 수 있는 이 오분법신향에
네 번째 해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탈에 대한 바른 이해라는 해탈지견이
들어가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바로 나와 더불어 모든 사람의
해탈을 함께 성취하기 위해 나만의 깨달음에
머물지 않고 부단히 교화실천을 한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작은 나'가 아닌 '큰 나'
를 위해 공은 타인에게 돌리고 즐거움은 함께
나누는 회향의 마음을 늘 간직하길 바랍니다. | 
이 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