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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불자들이여, 수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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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
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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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 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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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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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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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불자들이여, 수행하라!▒
김보살은 오랫동안 다니던 절이 있었습니다.
깊은 산사의 매력이 도심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만큼
그녀에겐 안온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고3이 되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은 법당에 가서 혼자 기도하거나 모두 함께 기도할 때는
오로지 가족의 평안을 기원했었는데
이젠 아들을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시급한 문제를 맞닥트리자
조급한 마음을 스님에게 상담하고 싶었는데
워낙 큰절이다 보니 스님을 뵙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뵙는다 해도 워낙 바쁘시다보니 조용히 상담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보살은 동네 조그만 포교당엘 다니게 되었지요.
그곳은 규모가 워낙 작아 신도와 스님 사이가 매우 가까워졌습니다.
그 다정한 분위기에 김보살은
여기서 열심히 공부하고 기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입시를 위한 백일기도를 시작하고
김보살은 참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스님은 입시생들을 모아놓고 법문도 해주시고,
공부하는 동안 부처님과 기도하는 어머니를 잊지 말라며
일일이 단주를 손목에 걸어주는 것을 보며 김보살은,
'저, 스님이라면 우리아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기도해주겠구나.'
싶어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그 날 법문시간에 스님은
기도하는 이의 자세에 대해 말씀하셨지요.
"입시기도를 하는 동안에 자녀를 위한
기도를 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는
기도를 먼저 하셔야 합니다.
기도하는 당사자가 마음이 고요해
만물을 향해 열린 마음을 낼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행복할 때 타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내가 불안하고 고통스러울 땐
타인을 위해 결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가 마음을 잘 다스려야만
좋은 에너지가 가정,
즉 자녀에게 흘러 들어가서 저절로
흔들림없이 고요한 평정을 유지하게 되므로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게 만들뿐 만 아니라,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지식이 살아나게 하는 힘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이니,
모쪼록 자녀를 위해서라면
먼저 그대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기도를 한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기적을 바라는 기도가 아니라,
최대한의 능력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실현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그날 김보살은 스님의 말씀을 새기며
열심히 자신을 위해 정진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시작하는 자신이 정말 대견스러웠습니다.
예전엔 기도라 하면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시고,
성취하게 해주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게만 느껴져 더욱 기도 정진했습니다.
매일 아침 몸을 깨끗이 씻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는 참선을 하고,
다시 독서경과 천염주를 들고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난 후에
아침준비하고,
절에가서 스님과 함께 기도하고,
저녁이면 하루를
자비롭게 보냈는가를 생각하며
자신을 위해 또 기도했습니다.
스님과 함께 적멸보궁 기도도 다녀오고,
청야정진도 하고,
친구따라 다른절에가서 삼천배도 하며 지내다 보니
자신의 삶이 마치 수행자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아들을 통해서
자신이 평생 처음으로 수행을 하게된 듯해서
아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남편에게도 딸에게도, 이웃에게도,
평소에 말을 잘 하지 않던 김보살은
그들이 내 인생에서
더 할 나위 없는 소중한 인연의 사람들이었음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들의 성적은 올라가기는커녕
자꾸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생겼지만
김보살은 그럴수록 더욱 부처님께 매달렸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이런 불안감이 아들에게 전해질까 봐
아들에게 잔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그만 여름이 오면서 그 요란한 월드컵중계가 시작되면서
아들은 텔레비전을 차고앉는 것이었습니다.
김보살도 우리나라가
4강까지 갈 때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이 되는데
아들은 오죽할까 싶어,
또 꾹 잔소리를 눌러 담으며 자신을 다스렸습니다.
공포의 월드컵도 지나가고 가을이 오고
이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만,
김보살은 정말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 앞에서 기도할 때는 아무 문제도 없건만
아들을 보면 속에서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조금 오르긴 하지만
도무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김보살의 불안감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수능시험에 아들의 성적이 매우 나빴습니다.
김보살은 절에 나가 다른 보살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더욱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기도를 그렇게 정성드려 했건만 왜 기도도 안한
친구들 아이처럼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 걸까?
기도를 잘 못한 것은 아닐까?
욕심을 너무 부렸나?
온갖 잡념이 마음속에서 끌어올라
도저히 기도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마음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자신의 근기가 낮음을 한탄하며
결과를 기다렸습니다만,
아들은 원서를 넣는 곳마다 떨어졌습니다.
자기 자식이 합격했다고 전화를 건 친구가 너무 미웠습니다.
그 창피함과 아들에 대한 실망감에
화를 다스리지 못한 그녀는 그날 밤
기도하던 염주를 들어 벽에 던져 버렸습니다.
자신이 수행이 부족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좀처럼 다시 절에 나가기가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김보살의 마음을 여러분은 헤아릴 수 있으시지요.
그러나 김보살의 수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녀는 과연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수행했을까요?
물론 아들을 대학 보내기 위해서 시작한 기도지만 김보살은
수행이 무엇인지 이제 막 맛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맛을 보았다고해서 수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끝임없는 정진을 통해서 자신을 다스려가야만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김보살의 방황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삐짐은 당분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위해 기도하십니까?
물론 가족을 위해서이겠지요?
그럼자신을 위해서 하는 기도를 언제 하십니까?
말이야 언제나 가족을 위한 기도가
바로 자신의 기도이기도 하다고 하시겠지요?
어쩌면 정말 고통에 빠진 순간은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하리라 믿습니다.
기도 좋지요, 그러나 기도를 통해 반드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작년에 서울지역 25개 사찰에서 실시한 기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참 흥미롭습니다.
주요 응답자가 40-50대 여성 불자들이었습니다.
기도를 통해 바라는 내용은 건강(31.6%), 사업번창(6.4%)등
세속적인 것 못지 않게 마음의 평안(22.8%), 깨달음(15%)등
정신적인 것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깨달음을 위한 기도 (30.1%), 중생을 위한 기도 (29.3%)가
가족을 위한 기도 (32%) 못지않게 공덕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헌공금의 액수나 연등의 크기는 효험과는 상관이 없다는 대답이
80% 이상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불교신도의 70%이상을 여성 불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단이나 남성불자들에
의해 치마불교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답은 간단하지요.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는 자신의 수행을 근본으로
여기는데 대다수의 여성불자들은 수행대신 기도로 모든 것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생에선 공덕만을 심고
내생에 태어나면 그때 수행하겠다는 안일한 모습이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볼까요?
◎한 여성불자의 이야기입니다.
"여름 휴가도 날 겸, 큰절의 수련회에 참가했습니다.
4박5일 동안 몸도 마음도 맑아지는 듯 했습니다.
마지막 날 팔뚝에 향불 자국을 내는 수계식도 엄숙한
마음으로 치렀습니다.
해산에 앞서 큰스님이 단상에
오르셨습니다. 도둑질 하지마라.
거짓말하지 마라 등
몇가지 계율을 강조하더니 만약 이를 어기면 다음
생에 벌을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그 벌 중 하나가
여자로 태어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습니다."
내세에 벌을 받는 다는 것은 윤회를 기본사상으로 하는
불교 신도들에게 무시무시한 가르침입니다.
여자로 태어나는 게 벌인 까닭은
여자는 성불할 수 없다고 못 박은
여인오장설(女人五障說)탓입니다.
비구니 출가에 관한 문헌의 끄트머리에 잠깐 등장하는 여인 오장설은
여자는 부처가 될 수 없고,
전륜성왕, 제석천왕, 마왕, 대범천왕도
될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불교에 귀의한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자 몸을 남자 몸으로 바꿔야만 성불할 수 있다는
변성성불론(變成成佛論)이 있다고도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여성즉신 성불론, 여성의 몸
그대로 성불하여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원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여성과 남성의 성별은 성불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불교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집적적인 제동을 걸었던 종교입니다.
부처님은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계급적, 신분적 구별은
전혀 무의미 한 것이라고하십니다.
《숫타니파타》에 " 출생을 묻지마라. 행위를 물어라."
와 " 몸을 받아 태어난 것들에는 각기 구별이 있지만
인간 사이에서는 그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사이에서 구별이 나타난 것은 오직 그 명칭에
의한 것일 뿐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평등관은 개인의 출생보다는 사람의 능력이나
자질이 존중되고 있으면, 출신종족, 계급, 성별의 차이가
사람을 차별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여성을 하나의 소유개념으로 보았던 여성 차별
사회에서 최고목적에 도달할 수 있는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시고
여성 출가자교단을 허용하셨습니다. 여성도 당당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깨달음의 주체임을 인정하셨습니다.
《중아함》 28권 116경 《구담미경(瞿曇彌經)》을 읽어보면,
재가여성신도와 불교와의 만남은 상당히 초기에 이루어졌으나
여성의 출가는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 이루어집니다.
부처님께서 여성의 출가에 대하여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모였던 마하파자파티가 출가에 뜻을 세워 처음으로 카필라밧투의
니그로다동산에 머물던 부처님을 찾아가 세 번이나 가르침과
계를 베풀어 달라고 간곡하게 청하지만, 그때마다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 수에도 그녀의 결심은 변하지 않아서 스스로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다음 뜻을 같이 한 샤카족의 500여인들과 함께 정사의 문밖에서
허락을 청하게 꼼짝도 안하고 있자, 이를 안타까이 여긴 아난이
부처님께 3번이나 그들의 뜻을 청했으나 허락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아난은
"여성도 출가 수도하면 최후에는 아라한과를 얻을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한 뒤 부처님이
"여성도 출가 수도하면
아라한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고 대답하자
그 말에 확신을 갖고 여성의 출가를 재 간청하자
부모님은 고심 끝에 비구니에게
적용되는 여덟 가지 조항의 규칙(八敬法)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셨습니다.
100세 비구니라도 갓 출가한 비구에게 예배한다는
마지막 조항은 생각해 보십시다.
잘못 이해하면 마치 불교가 여성을 차별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부처님 당시의 사회적 환경과 문화적 관습을 고려하여
택해진 것입니다.
출가 수행자들은 독신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주로 비구들과 수행하셨으므로
여성출가자인 비구니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주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해 비구들이 보름에 한번씩
비구니들에게 가서 당신 대신
법을 설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문을 하러 가는
비구가 석가족의 어른이셨던
마하파자파티를 중심으로한 비구니들을
과거의 인연으로 보면 조카이고, 아들이며, 그녀들의 이발사였고,
시종이었으니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설법하는 법사는 다 나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니
나와 똑같이 보도록 하라는 말씀과 더불어
이 마지막 규칙을 정하신 것입니다.
남성이라는 '성적권위'에 복종하라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대신 설법하는 '법사의 권위'에 귀의하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고 부처님의 목소리가 희미해지면서
남성중심의 승단은 이를 너무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여성을 비하하는 증거로 삼았습니다.
그것이 오랫동안 성차별적 관념이나 제도에
뿌리깊게 박혀 있어서 불교의 일체중생실유불성이란 평등론 속에서
끊임없이 여성에게만 불평등을 존재하게 만든
이상한 이중적 구조를 낳게 된 것입니다.
유마힐의 방에 있던 한 천녀가
천화를 가지고 보살들과 제자들의 머리위에 뿌렸는데
보살들의 머리위에 뿌린 천화는 땅에 떨어졌으나
제자들에게 뿌린 꽃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 때 천녀가 꽃에는 분별이 없는데
사리불이 분별을 내기 때문에 법답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즉 출가한 이로서 분별을 내는 것이 법답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천녀의 법력에 감동된 사리불이 천녀에게 묻든 데서
여인의 몸의 문제가 제기된다.
사리불 : 그대는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는가?
천녀 : 내가 12년 동안이나 여자의 모양을 찾아보아도 찾지
못하였는데 무엇을 바꾸겠나이까?
마치 요술하는 사람이 요술로
사람을 만들었는데 어떤 사람이 묻기를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는가 하면 이 사람이 묻는 것은 옳겠습니까?
사리불:옳지 아니 하다.
요술로 만든 사람은 일정한 모양이 없는 것이거늘
무엇을 바꾸겠는가?
천녀 :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일정한 모양이 없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여인의 모양을 바꾸지 않는가 하고 묻습니까?
그때 천녀가 신통력으로 사리불을 변화시켜
천녀를 만들고 자기는 몸을 변화하여 사리불이 되고는
다시 물었다.
"어찌하여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습니까?"
사리불이 천녀의 몸으로 대답하였다.
"내가 어찌하여 여인의 몸으로 바뀌었는지 알지 못하겠노라."
천녀 : 사리불님이 능히 그 여인의 몸을 바꾼다면
이 세상의 모든 여인들도 몸을 바꿀 것입니다.
마치 사리불님이 본디 여인이 아니로되
여인의 몸을 나타내듯이
모든 여인들도 또한 그리하여
여인의 몸을 가졌지만 여인이 아니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모든 법이 남자도 아니요,
여자도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 천녀가 신통력을 도로 거두니 사리불의 몸도 예전과 같이 되었다.
천녀 : 사리불님, 여인의 모양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사리불 : 여인의 모양이 있는데도 없고 있지 않는데도 없노라.
천녀 : 모든 법도 또한 그리하여 있는데도 없고,
있지 않는데도 없사오니,
이 있는데도 없고 있지 않는데도 없다는 것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입니다.
《유마경》129-132. 민족사
이 유마경의 이야기를 통해 불교가 연기, 공, 무아에 내포하고 있는
비실체 주의적이고 비규정적이며 반 결정론 적인 특징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간의 사회적 역할은 물론
인간의 본성이나 성품도 가변적인 것으로
이해되므로 성별에 따라 역할을 규정하고
성품에 대해서도 단언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본래부터 결정되어 우리에게
각인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혹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즉 불교의 핵심사상은 인간의 성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단언적이거나
결정론적인 태도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교가 고정되고 규정된
성정체성(sexual identity)을 거부한다면,
그것에 근거한 어떠한 성차별적 담론과 제도도 거부하겠지요.
부처님은 사람됨의 기준을 타고난 지위와 성별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가."로 삼았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성의 깨달음에 대한 부처님의 입장에 대하여
정확히 안다는 것은 여성 불자뿐 만 아니라,
불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여성들에게
지극히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불교의 모든 수행이 깨달음으로 귀결되어질진대
아무리 노력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면
도대체 누가 불교를 진지하게 수용하려고 하겠습니까?
심지어 개에게도 불성이 있어 성불할 수 있다면서
여성의 몸으로는 안된다는 것은
본래 불교정신에도 어긋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 그럼 평등한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차별로부터 벗어나 보십시오.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
수행만이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즉 여성의 특별한 첫 번째 자질은 예리함과 선명함이지요.
선명함이란 차가운 추상적인 앎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험한
구체적 앎을 말합니다.
둘째는 여성의 특징이 양육적이며 부드럽고 온화하다는 것으로
자녀를 위하여 자기희생을 감행할 수 있는 모성,
바로 보살심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셋째는 여성의 영성에너지는 매우 빠르다는 것으로,
아이가 찾기 이전에 엄마는 아이의 욕구를 알고 이미 거기에 있는 것처럼,
여성은 선정을 통하여 발아시킬 수 있는
신비적 열정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과 남성의 수행에서 차이는 사실 생리적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일상적인 삶을 포기하기 쉬우나 무수히 일어나는
성욕을 참을 수 있어야만 수행이 가능하지만,
여성은 아이를 낳은 신체적 특성상 안락과 안정과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다만 이것은 세속적인 것에 집착하기 쉬우므로 여성의 수행은
집착으로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요.
여성이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것으로 봐야합니다.
여성이 아이를 사랑하듯이 세상을 사랑한다면,
여성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취약점이 아니라
위대한 힘이 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수행을 하려고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가정과 직업을 비롯한 인간관계를 떠난
출가위주의 수행체계가 정통으로 인식되어져 왔다는 것입니다.
여성수행자 특유의 정신과 신체에 맞는
수행법을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봐야 되겠지요.
이런 점에선 동양보다 서양의 여성 불교도들이
한 발 앞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구 여성들이 남성지배적인 기존의 불교 승단에서 겪은
좌절과 분노를 불교수행의 길로 스스로 전환하게 만들었던 이가
바로 쥬디 짐머(Judith Jimmer)입니다.
미국 나로파 불교대학(Naropa Lnstitute)의 불교학과장을 하고있던
1981년 <불교와 여성Women in Buddhism>회합이 결정적으로
여성수행의 길을 열었습니다.
동양불교사회에서 감히 꺼내지도 못했던 여성의 성불론, 수행론에 대해
영국과 캐나다. 미국의 여성들이 모여 불교 속에 존재하는
여성성의 원리에 관한 심층있는 논의를 하게 된 이 후 여성
불자들의 수행이 사회적으로 불교적 페미니즘으로 떠오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세속적인 삶이 진정한 수행의 장소입니다.
고통을 피하거나 돌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어야만 합니다.
번뇌를 돌이키면 그게 바로 깨달음이었다는 것을
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고통이라는 감정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고
충실히 체험하여 우리 마음속에 있는 선과 악을 치유하고 지혜로
승화시킨다는 것이지요.
현대를 미니멀리즘(Minimalism 단순주의, 최소화주의) 의
시대라고 합니다.
너무 복잡해진 사고와 사회에 사람들이 지쳐있기 때문에,
생각이든 물건이든, 혹은 사상과 종교조차도 간단명료한 것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불교의 가르침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수행자들의 삶이 가장 단순하고 정신은 가장 강해지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인이 원하는 삶이라고 봅니다.
요사이 서구화 되어가는 우리의 삶의 스타일에 맞게 등장한
《단기출가》는 선 수행을 체험하고 불교수행을 합리적인 사고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지요.
선수행의 장점을 극단을 버리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이 단기출가를 통해 세속의 삶에서 중도를 취하며 매일매일 구도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여성 불자 여러분들도 이 단기출가를 통해서나 아니면
스님들의 지도 하에 매일 선 수행을 하면서 실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가족의 문제, 여러 성 문제와 각종 인권, 평화, 환경 등 사회 전반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 깨달음의 씨앗을 챙겨 뿌리고 거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오직, 그대 자신만이 가능케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선지식이 있었으되 그것은 그 선지식의 깨달음일 뿐이니 그
선지식의 깨달음이 나에게 와서 내 정신을 일깨워줬다면 나는 내 삶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길 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성이 깨달을 수 없다면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정통으로 위배되는 논리입니다.
세상 모든 생명은 존귀합니다. 또한 모든 생명은 평등하며,
모든 생명은 다 불성이 있으니 모두 다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와서 육도에 윤회하는 온갖 생명체로 태어납니다.
또 한 여성과 남성의 몸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입고 있는 현재의 옷과 같은 것입니다.
겨울이 오면 여름옷을 벗어야 하고 여름이 오면 겨울옷을
벗어야 합니다.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우리의 불성. 즉 여래장입니다.
바로 모든 이들은 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누가 여성의 몸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단언지어
말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변화되어 가는 세상에 변화를 맞추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여성 불자들의 정체성은 깨달을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자아를
내 안에서 깨어나게 할 때 만나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홍보살은 여성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제게 메일로 편지를 한 장 보냈더군요.
:3월로 들어서면서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는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스님께 말로 꺼내지도 못하고 혼자서만
이렇게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스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에 오다가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나의 고통의 근본원인은 나에게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나의 삶의 방식이 주체적이지 못하고 우유부단하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는 항상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주는 것을 마음 편하게 생각했었고 타인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 사람의 의견대로 행동하고
생각하려 했었나 봅니다.
내 의견이나 나의 상황. 생각 등은 꽁꽁 숨겨두고
타인의 생각과 의견에 동의하고 행동하다보니
내면의 나는 상처를 칭칭 감고 있다가
너무나 힘이들면 죽을 만큼 너무나 힘이 들면
도망치기도 하고, 지난 번 사건처럼 버티다 싫어하는 마음으로
변화되거나 하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그 사건에 연루된 한 사람이 아니라
여성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쉰 살을 맞이 할 준비를 하면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본다고 했는데
지금까지의 나의 정체성부터 정리해야
실마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상담하기 보다는
내가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한번 마음이 우울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이 늪에서 벗어나서 희망을 보도록 도와주세요.
어떻게요?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지금 시간이 새벽1시에요. 내일을 위하여 그만 자야 하긴 하는데
별로 자고 싶지는 않군요."
어떻습니까? 홍보살이 자신의 문제는 풀어나가는 모습이 기특하지요.
그녀도 다른 이들처럼 남편과 자식을 위해 기도합니다.
또한 자신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정진하는 마음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요.
앞의 김보살과 홍보살의 삶이 여러분들 마음에 어떻게 다가오는 지요?
우리 불교사 속에서 여성 불자들은
교단의 경제적 후원과 외호를 책임져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할은 고려시대 이후론
아주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여성 불자들은 여러 가지 불교적 수행방법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역동적 모습을 통해 여성 불자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내야만 합니다.
흔히 여성들이 모이면 오만함 때문에 행해지던 배타적 이기주의 ,
폐쇄적 집단주의. 인간경시 풍조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사회에
걸맞은 여성상을 세우는데 주력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여성 불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합니다.
소비보다 나눔의 주체로 거듭나는 것.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이루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부유, 풍요로움을 금고에 넣어 간직하기보다
얼마큼 나눌 수 있는가가 중요하며
이것은 홀로 하기보다는 교단 내에 여성단체나
일반사회여성단체들과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한다면
더욱 활성화가 될 것이라 여깁니다.
물론 이것은 종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기는
합니다만 가장 먼저 선행되어져야 하는 것은
스스로의 지위향상을 위한 자신의 수행이 우선입니다.
한국의 불교를 후원하고 있는 모든 여성 불자들이여.
이제 깨달음을 위한 수행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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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 날짜 | 2003-04-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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